헌재, 2회 이상 음주운항 가중처벌 ‘해상안전법’도 위헌 결정
상태바
헌재, 2회 이상 음주운항 가중처벌 ‘해상안전법’도 위헌 결정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09.23 12: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로교통법과 유사한 ‘바다위 윤창호법’도 비례원칙에 어긋나
과거 음주운항 위반 행위와 재범 사이 시간적 제한 두지 않아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 전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항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한 경우를 가중처벌하는 해사안전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처음으로 위헌을 선언했다.

술에 취한 상태로 자동차를 몬 범죄경력자가 또 다시 음주 운전하는 행위에 대해 가중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위헌에 이은 바다 위 선박 음주운항에도 동일한 잣대의 헌재 결정이 나온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31일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해사안전법 104조의2 제2항 중 ‘제41조 제1항을 위반하여 2회 이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선박의 조타기를 조작한 운항자’ 부분에 위헌 결정(2022헌가10)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술에 취한 상태로 두 차례 이상 배를 운항한 사람을 2∼5년의 징역형이나 2천만∼5천만원의 벌금형에 처하게 한다.

2019년 2월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 선장의 음주 운항으로 발생한 부산 광안대교 충돌사고를 계기로 2020년 해사안전법이 개정되면서 해당 조항이 마련됐고, 자동차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과 구조가 흡사해 ‘바다 위의 윤창호법’으로 불렸다.

이미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윤창호법’에 위헌 결정을 내린 헌재는 해사안전법상 가중처벌 조항 역시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어긋난 과도한 법정형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가중 요건이 되는 과거의 위반 행위와 처벌 대상이 되는 음주 운항 재범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며 “과거의 위반 행위가 상당히 오래전에 이뤄져 그 이후 행해진 음주 운항 금지 규정 위반 행위를 ‘반복적으로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신체 등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면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강한 처벌이 국민 일반의 법 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결국 중한 형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돼 범죄 예방과 법질서 수호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반복적인 위반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형벌의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형배, 이선 재판관은 “재범 음주운항자를 엄히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음주운항 관련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입법화된 규정”이라며 “반복되는 음주운항은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가중처벌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합헌 견해를 냈다.

이번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과거의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음주운항 재범까지 일률적으로 법정형의 하한인 징역 2년 또는 벌금 2천만 원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같은 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음주측정거부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한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구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2항을 1회 이상 위반한 사람으로서 다시 같은 조 제1항을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에 대해 거듭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2022헌가18, 19, 20)을 선고했다.

또 음주측정거부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측정거부행위를 한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판단했다.

헌재는 앞서 2021년 11월 25일 음주운전 재범을 가중처벌하는 구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헌결정(2019헌바446등)을 내리는 등 다수에 걸쳐 동일한 위헌결정(2021헌가30등, 2021헌가32등)을 냈다.
 

[심판대상조항]

해사안전법(2020. 2. 18. 법률 제17056호로 개정된 것)

제104조의2(벌칙) 

② 제41조 제1항을 위반하여 2회 이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선박직원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선박(같은 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외국선박을 포함한다)의 조타기를 조작하거나 그 조작을 지시한 운항자 또는 도선을 한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조항]

해사안전법(2014. 3. 24. 법률 제12538호로 개정된 것)

제41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조타기 조작 등 금지) 

① 술에 취한 상태에 있는 사람은 운항을 하기 위하여 「선박직원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선박[총톤수 5톤 미만의 선박과 같은 호 나목 및 다목에 해당하는 외국선박을 포함하고, 시운전선박(국내 조선소에서 건조 또는 개조하여 진수 후 인도 전까지 시운전하는 선박을 말한다) 및 이동식 시추선·수상호텔 등 「선박안전법」 제2조 제1호에 따라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부유식 해상구조물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 및 제41조의2에서 같다]에 따른 선박의 조타기(操舵機)를 조작하거나 조작할 것을 지시하는 행위 또는 「도선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도선(이하 “도선”이라 한다)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해사안전법(2015. 6. 22. 법률 제13386호로 개정된 것)

제41조(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조타기 조작 등 금지) 

⑤ 제1항에 따른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퍼센트 이상으로 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