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79)-권력형 성범죄 공소시효 배제해야
상태바
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79)-권력형 성범죄 공소시효 배제해야
  • 강신업
  • 승인 2022.09.23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이준석이 성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서울경찰청이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성진이 이준석에게 2번의 성 상납을 제공한 것은 2013년인데 성매매특별법의 경우 공소시효가 5년이어서 이미 시효가 완성되었고, 성 상납의 경우 그 이후에 이어진 선물접대 등과 묶어 특가법상의 알선수재죄를 구성할 수 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소시효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가 형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이 때문에 어떤 범죄에 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이 수사기관에서 발견되면 불기소를 하고 법원에서 발견되면 면소판결을 하게 된다. 공소시효를 두는 이유에 대해서는 범죄가 오래되면 증거가 산일(散佚)되고 범죄자도 그 시간 동안 범죄 발각과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적 고통을 받았다는 것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과 함께 공소시효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동안 꾸준히 있었다. 공소시효는 원래 시간이 흐르면서 증거 보존이 어렵다는 것 등 현실적인 이유로 둔 것인데, 과학이 발달하면서 DNA 감식 및 디지털 포렌식 등 과학 수사기법이 발전함에 따라 공소시효를 둘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범죄 피해자에 대한 고려보다 범죄자의 고통을 배려하는 듯한 공소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소시효 폐지의 논거가 아무리 범죄자라 하더라도 사회복귀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인권 차원에서 맞지 않지 않다는 것인데, 이는 범죄자의 반성과 회개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사실 죄를 지은 것이 분명한데도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처벌을 면해준다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이번에 이준석 성 상납 사건을 두고는 공소시효가 지났건 말건 정치적 영향이라든가, 관련자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성 상납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분명히 파악해서 밝혔어야 하는데 공소시효를 이유로 이 부분 판단을 결한 경찰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많다.

어쨌든 이번 이준석식의 권력형 성범죄는 최악이다. 정치 후진국에서나 있을 수 있는 뇌물 범죄와 성범죄가 결합한 권력자들의 전형적 범죄이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범죄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성범죄 등 특가법상의 알선수재죄 등 권력형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할 필요가 있다. 공소시효 제도가 불가역적이 아니라는 것은 그동안 많은 범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데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3년 6월 19일부터 13세 미만의 사람 및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강간죄, 강제추행죄,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죄, 강간 등 상해·치상죄, 강간 등 살인·치사죄 등의 경우에는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이어 2015년 7월 24일에는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일명 ‘태완이법’이 통과됐다. 이 법은 법정 최고형이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아직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도 이를 적용토록 했다. 그 밖에 형법에 따른 내란·외환죄와 집단살해죄, 군형법에 따른 반란죄와 이적의 죄,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에 규정된 집단살해죄 등의 공소시효는 1995년에 제정된 ‘헌정질서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공소시효가 배제됐다.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제정 이후 각국은 반인륜범죄 및 반인도범죄, 전쟁범죄 등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쪽으로 법규를 바꾸는 추세에 있다.

그런데 이번에 국민의힘 전 당 대표 이준석은 권력형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공소시효를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갔다. 자기 잘못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는 전혀 없었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대통령의 위세를 빌려 성 상납을 받는 등 권력형 범죄를 저지르고도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법망을 피하고서 마치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런 이준석의 태도는 성 상납과 같은 반인륜적 권력형 범죄에 대해서 공소시효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권력형 성범죄는 그것이 성 상납 형태가 되었든,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범죄가 되었든 공소시효를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