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9)-‘나의 꿈은 오직 나만이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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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9)-‘나의 꿈은 오직 나만이 막을 수 있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09.16 17:1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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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나의 꿈은 오직 나만이 막을 수 있다>

윤석열(필명)

1.

취직을 해서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할 시기에 로스쿨생이라는 타이틀은 돈 한 푼 벌지 않아도 용서되고, 가족들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었다. 그렇게 10년... 변호사라는 꿈을 담보로 끌어다 쓴 나의 청춘과, 가족의 희생은 통째로 날아가고, 꿈을 실현하는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는 길이 적어도 이번 생에서는 사라지고 말았다.

없는 형편에 나를 믿고 당신들의 인생을 투자하고 희생해온 가족들... 한순간에 한심한 고시낭인을 둔 불쌍한 노부부가 되어버린 부모님을 떠올리면 더 이상 어떻게 제어할 수 없는, 심장을 칼로 에는 듯한 고통이 밀려온다.

또한 나는 이제 평생을 더 이상 해소할 수 없는 열등감과 고통에 시달리며 나 자신이 부정당하는 느낌, 나라는 사람이 갖는 가치에 대한 회의를 느끼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10년을 돌아보며 도대체 나는 무엇을 했는가 생각하게 된다. 굳이 찾자면 그동안 나와 가족 들 신변에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그런 것들을 핑계 삼으며 합리화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남 들보다 역량과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시험 응시를 거듭할수록 한 걸음씩 더 내딛는 성과가 있었기에 언젠가는 반드시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을 것이란 확신과, 단지 남들보다 늦다는 이유로 헌법이 내게 부여하고 있는 기본권 실현의 기회를 국가가 임의로 정하고 제한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나의 신념이다.

2.

나에게 있어 변호사라는 것은 그것이 되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닌, ‘변호사가 되는 것’ 그 자체가 인생의 꿈이자 삶의 이유였다.

공부에 소질이 없고, 좋지 못한 학벌을 가진 내가 로스쿨에 입학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어학성적을 만들고자 평생 제대로 해보지 않은 영어 공부를 오랜 기간 해야만 했고, 학부에서는 부족한 평점을 계절학기로 채워 넣느라 거의 방학 없이 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법학적성시험에도 소질이 없어 평균보다 겨우 조금 나은 점수를 받는 것도 나에겐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리트에서 괜찮은 점수를 받았던 날 방방 뛰며 좋아하셨던 부모님의 모습이 스친다.

로스쿨에 입학한 후에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나는 언제나 한 걸음 늦었고, 남들을 따라가기가 너무나 버거웠다. 좋은 성적은커녕 졸업도 제때 하지 못했고, 변호사 시험 점수도 형편 없었다. 하지만 변호사시험 응시를 거듭하며 한 과목 한 과목 나만의 패턴으로 정복해 나갔으며,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몇몇 과목들은 마지막 변호사시험에서 괜찮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단지 남들보다 조금 늦고 있다는 이유로 이제 나에게는 더 이상 나아갈 기회가 없게 되었다. 내 꿈은 나의 것인데, 그런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국가 공권력에 의해 가로막혀 있는 것이다.

나는 ‘변호사’라는 것을 꿈으로 설정한 이래 10여 년간 단 하루도 그 꿈을 잊은 적이 없고, 내가 다른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변호사시험에 합격만 한다면 그날 죽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나에겐 간절했다.

사람은 꿈을 먹고 사는 존재이다. 현실과 이상에 괴리가 있더라도 그러한 현실을 버텨낼 수 있는 것은 꿈을 향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하여, 또는 설령 다소 남 들보다 노력이 부족하여 지금 잠시 꿈을 향한 것이 아닌 다른 길을 걷게 되었더라도, 언젠가는 돌아와 다시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노인이 어린 시절 미처 잘하지 못해 한이 되었던 ‘공부’라는 꿈을 뒤늦게 실현하고자 만학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부가 아이들을 다 키우고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고시’에 도전하며 자아를 실현할 기회를 ‘사회적 낭비’라는 이유로 막는다면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렇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을 규정하여 청년들로 하여금 꿈을 잃고, 영혼 없이 가죽만 남은 사람이 되어 살아가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변호사시험법이다.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Michael Kohlhaas, 2013)’이라는 영화가 있다. 상민 신분의 주인공은 남작으로부터 부당한 취급을 받고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항의해 보지만, 아내를 잃는 등 고초만을 겪는다. 결국 주인공은 봉기를 일으켜 투쟁함으로써 원하던 대로 그를 재판정에 세우지만, 그 자신도 사형을 받아 목숨을 잃게 된다.

나는 위 영화의 주인공처럼 꿈을 잊지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꿈을 향해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이 나에겐 전부 투쟁이었던 것처럼, 잠시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그 길을 향한 걸 음을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잃게 되더라도, 끝내 나의 꿈을 이뤄내고 말 것이다.

다만 그 날이 너무 늦게 오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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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6 20:58:20
자격시험을 내세워 교육기관과 연계하여 입학정원을 한정하고 교육기간을 의무화했다는 것 자체가 그 과정을 마치면 극소수 제외하고 대부분이 자격을 취득한다는 의미이고

그래서 다른 자격시험들은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 것인데
먼저 합격한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원치않는다고 해서
기득권들 입맛 맞춰주느라 인위적으로 합격자수를 통제한다?

그런거면 로스쿨은 왜 존재하는건지? 그냥 사시로 하면 되는거 아님?
할거면 제대로 '자격'시험으로 운영하고, 안할거면 아예 다 때려치고 각자 학원다녀서 시험보고 줄세워서 '선발'하고. 너무 당연한건데 이게 어렵나?

자격시험제도를 선발시험으로 변칙운용하는게 그게 무슨 자격시험제도며, 어느 당나라 제도인건지??
"시작은 자격시험이나, 그 끝은 창대한 선발시험이리라~!" 뭐 이런건가?

111 2022-09-16 18:10:32
힘내시고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오탈자분들의 공간이 개설되었습니다.
http://law5.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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