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경제학 생소한 출제에 수험생 당황…형평성 우려
노동법·인사노무관리 등 필수과목은 ‘무난’ 평가 우세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올 공인노무사 2차시험에서 선택과목의 체감난도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나면서 형평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22년 제31회 공인노무사 2차시험이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치러진 가운데 시험 종료 직후부터 법률저널이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선택과목 중 노동경제학이 출제경향에 큰 변화를 보이며 높은 체감난도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필수과목은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은 상황에서 노동경제학 외에 경영조직론과 민사소송법은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체감난도 분포를 보이면서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크게 나타날 것이 우려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시험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을 묻는 질문에 선택과목인 노동경제학이 37.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경영조직론 18.7%, 인사노무관리론 12.5% 순으로 뒤를 이었다. 노동법과 민사소송법, 행정쟁송법은 각각 10.4%의 비율을 보였다.
반대로 가장 평이했던 과목으로는 노동법 41.7%, 행정쟁송법 37.5%, 인사노무관리론 14.6%로 필수과목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고 민소법 4.2%, 경영조직론 2.1% 등 선택과목은 미미했다. 노동경제학이 가장 평이했다는 응답은 나오지 않았다.
노동법, 인사노무관리, 행정쟁송법 등 필수과목이 무난하게 출제되면서 종합적인 체감난도 평가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쉬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 8.3%가 이번 시험이 지난해 기출에 비해 “훨씬 어려웠다”, 16.7%가 “어려웠다”고 평가했으며 “비슷했다”는 35.4%, “쉬웠다”는 33.3%, “훨씬 쉬웠다”는 6.3%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하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선택과목에 따른 합격률 격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서술형 시험의 특성상 결과는 수험생들의 체감난도 평가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지난해의 경우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비교적 적게 나타났다. 지난해 가장 많은 응시자가 선택한 경영조직론에서는 2470명의 응시생 중 195명이 합격하며 7.89%의 합격률을 보였다. 경영조직론 선택자들의 평균 점수는 49.95점, 합격자의 평균점수는 60.42점으로 집계됐다.
노동경제학은 662명의 응시생의 선택을 받았으며 이들 중 56명이 합격해 8.45%의 합격률을 나타냈다. 노동경제학 선택자들의 평균 점수는 50점, 합격자 평균점수는 62.79점이었다. 민사소송법은 921명의 응시자 중 71명이 합격해 7.7%의 합격률을 보였고 이들의 평균점수는 50점, 합격자의 경우 64.1점의 평균점수 분포를 나타내는 등 과목 간 점수 및 합격률 편차가 적었다.
이번 공인노무사 2차시험의 각 과목별 구체적인 체감난도 평가 및 응시자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먼저 노동법의 경우 “아주 어려웠다”는 의견은 없었고 “어려웠다” 20.8%, “보통” 60.4%, “쉬웠다” 16.7%, “아주 쉬웠다” 2.1% 등 대체로 무난했다는 의견의 비중이 컸다.
이번 노동법 시험에 대해 응답자들은 “최신 판례가 대부분이었다”, “강사가 중요하다고 했던 내용 위주로 나왔다”, “쟁점이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비교적 무난했다”, “근기법, 노조법에서만 냈으면 좋겠다. 소의 이익, 업무상 재해 등의 출제는 지양하기 바란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인사노무관리론의 경우 “아주 어려웠다” 2.1%, “어려웠다” 22.9%, “보통” 58.3%, “쉬웠다” 10.4%, “아주 쉬웠다” 6.3% 등의 체감난도 분포를 보였다. 노동법과 마찬가지로 무난했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일부 문제가 불의타였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응답자들은 이번 인사노무관리론 시험에 대해 “너무 평이했다”, “인사 실무가 반영된 질문들이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양한 주제를 모두 쓰라는 형태로 나왔다”, “3번 문제가 불의타이긴 했지만 1, 2문이 평이하게 나와서 전체적으로는 평이한 수준”, “마지막 문항 외에는 강사자 집어준 부분에서 나왔다” 등으로 평가했다.
행정쟁송법도 노동법과 같이 “아주 어려웠다”는 의견은 없었고 “어려웠다” 22.9%, “보통” 35.4%, “쉬웠다” 35.4%, “아주 쉬웠다” 6.3% 등으로 응답자 열의 여덟이 보통 수준이거나 쉬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행정쟁송법의 경우 난이도와는 별개로 배점 등의 구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이번 행정쟁송법 시험에 대해 응답자들은 “작년과 달리 논점이 비교적 명확하게 주어져 답안 작성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배점 문제가 좀 있었다. 해당 배점으로 서술할 수 있는 쟁점인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난이도 조정이 좀 필요하다”, “무난했지만 2문이 작년 노동법 기출이어서 예상하지는 못했다”, “쟁점 대비 배점이 너무 컸다” 등으로 평했다.
응답자의 선택과목 분포 비율은 경영조직론이 41.7%로 가장 많았고 노동경제학 37.5%, 민사소송법 20.8% 등으로 나타났다. 이 중 경영조직론의 경우 “아주 어려웠다” 5%, “어려웠다” 35%, “보통” 40%, “쉬웠다” 10%, “아주 쉬웠다” 10% 등의 체감난도 평가가 이뤄졌다.
응답자들은 이번 경영조직론 시험에 대해 “대체로 무난했으나 의사결정오류 유형 2개가 생소했다”, “경영조직론은 특히 잘게 조각낸 문제들이 많은데 왜 그런 것인지 궁금하다.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분설이 많아서 까다로웠지만 전체적으로는 무난했다” 등의 의견을 보였다.
민사소송법은 “아주 어려웠다” 10%, “어려웠다” 40%, “보통” 20%, “쉬웠다” 20%, “아주 쉬웠다” 10% 등 경영조직론에 비해서는 어려웠다는 평가의 비중이 컸다. 이번 민사소송법 시험에 대해서는 “그 전 기출 형태에서 추가 쟁점들도 체크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형평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노동경제학의 경우 “아주 어려웠다”가 무려 94.4%였으며 나머지 5.6%는 “어려웠다”로 그 외 보통, 쉬웠다, 아주 쉬웠다는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렇게 높은 체감난도가 형성된 원인이 기존 기출에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수준의 급격한 출제경향 변화라는 점이 문제시되고 있다.
이번 노동경제학 시험에 대해 응답자들은 “모든 자격시험은 통상 기출문제 수준 및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데 이번 노경 문제는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들만 매우 유리하게 출제돼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수험생들에게 많은 아픔을 줄 것 같다. 채점 시 이를 감안한 조정이 필요할 듯하다”, “노동경제학에 미시경제학 내용을 출제하는 것은 명백한 출제오류”, “모든 문항이 급진적인 새로운 유형으로 출제되면서 수험생 입장에서는 극악의 난이도” 등으로 비판했다.
또 “어려웠다기보다 엉뚱한 문제가 출제됐다. 1년 넘게 공부한 학생들을 울리는 출제였다”, “자신 있는 과목이었는데 난이도가 역대급이었다. 다른 과목과 수준을 맞춰 출제해야 하는데 왜 노경만 이렇게 어렵게 출제한 것인지 묻고 싶다. 노경을 선택한 수험생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출 범위를 벗어난 아주 생소한 문제가 출제됐다. 전혀 공정하지도 않고 2년 넘게 모든 걸 포기하고 공부한 학생으로서 이번 노경이 앞으로 공인노무사시험을 포기하게 만들고 내 인생을 망쳐버리는 것 같다” 등 성토가 이어졌다.
“출제 방향을 바꾸는 것은 좋은데 너무 급진적이다. 최소 한 두 번 이상 응용된 기본서에도 없는 내용을 1번에 가장 큰 배점으로 출제한 것은 기출을 분석하고 상당 시간을 투자해 준비한 대다수 수험생들에게 중대한 배신행위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과거에 있었던 출제자의 채점평을 부활시켜서 출제자의 의도를 공개해주면 좋겠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문제였다”, “부분점수를 주면 좋겠다” 등의 평가도 나왔다.
한 응답자는 “이번 노경 시험은 너무 불공정했다. 이 시험은 학문이 아니라 노무사 자격증을 따는 시험이므로 수험생들은 기출문제를 지표로 삼아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노경 시험은 30년 동안의 기출 경향에서 완전히 벗어나 2년간 공부한 나는 풀 수 있는 문제가 없었는데 내 옆에 있던 경제학과 학생은 수험기간이 1년도 안 됐는데 풀었다고 했다. 노력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면 누가 수험을 준비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원가에서 가르치는 강사의 해설과 답도 다 다르다. 강사들 사이에서도 답이 다른데 수험생이 풀 수 있는 문제였을까. 이런 방식으로 내고 싶었다면 그동안의 출제경향을 서서히 변화시키는 것이 맞다”며 “이런 급진적 변화는 경제학 전공자에게만 유리하다. 상대평가 특성상 경제학 전공자가 노경에서 표점 7~80점을 맞는다면 다른 과목에서 50점대 초반만 맞아도 합격인데 나는 다른 과목은 다 잘 썼는데도 노경 때문에 탈락하게 된다. 이게 과연 공정한 시험인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이번 시험을 치르면서 느낀 특이점이나 개선을 바라는 사항에 대한 질문에도 출제에 대한 비판과 개선 의견이 많았다. 응답자들은 “변별력 있는 문제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공정한 문제 출제를 요구한다. 일부 특정 학과를 전공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출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번 노경 문제는 최악이다. 일부러 떨어지게 만든 문제 같다”,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 신청이 가능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번 노동경제학처럼 기존 기출 유형과 전혀 다른 형태의 문제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채점 시 선택과목 난이도에 따른 조정이 필요하다”, “이 시험에 목숨 걸고 공부하는 수험생들이 좌절하지 않게 과목별로 난이도 조절을 잘해주기를 바란다”,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합격 산정에 있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요청도 제시됐다.
시험 운영이나 과목 등의 개편에 관한 요구도 있었다. “필요한 부분만 침착하게 고지하는 감독관이 있는 반면 시험 대기 20분간 수험자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쉬지 않고 강의에 준하는 수준으로 안내를 하는 감독관이 있는 등 시험에서 감독관들의 운영이 제각각이었던 점이 불안요소로 작용했던 점이 아쉬웠다”, “인사, 조직 과목은 노무사시험에서 빼야 한다”,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과목마다 5~10분씩만 더 주면 좋겠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한편 선택과목에서 체감난도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난 이번 시험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 최근 2년간 이어온 절대평가 방식의 합격자 결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수험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합격자 발표는 오는 11월 23일로 예정돼 있다. 이어 3차 면접시험이 12월 2일에 시행되며 12월 21일 최종합격자를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