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8)-‘육시랄 놈이라도 되고 싶었다’
상태바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8)-‘육시랄 놈이라도 되고 싶었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09.02 15:14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육시랄 놈이라도 되고 싶었다>

김도마(가명)

사랑샘재단의 오윤덕 이사장님 오탈자를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탈자에 대해서는 경멸과 멸시의 시선이 대부분이라, 무관심이 차라리 고마워 마음을 닫고 산 지가 꽤 되었는데, 법률저널 글을 보다가 우연히 마중물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돈을 받는 만큼 무언가 아웃풋을 요구하는 거겠지?’라는 생각에 대충 보고 지나갔는데, 세상에 공짜였습니다.

요즈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로스쿨’이란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었습니다. 나와 가까울 것 같았던 세계, 하지만 이제는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세계인지라 관련 기사나 영상을 애써 보지 않았지만 심기가 불편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고, 때로는 서러움에 북받치기도 했습니다.

’변호사시험 오탈자 해결 방법을 위한 심포지엄’을 한다기에 방청객으로 참석해 보았으나 패널들은 상대 당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의 ‘예비시험 도입의 타당성 검토’만 주로 얘기했습니다. 사회를 보던 변호사는 오탈자분의 질의를 중간에 끊고 “여기는 오탈자 하소연을 듣고자 마련한 자리가 아니구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역시나 높으신 국회의원이나 정치하시는 분들이 오탈자를 생각해 줄 리가 없었습니다.

고시낭인을 방지하기 위해서 오탈자 제도를 유지해야 된다고 하지만 로스쿨 이전 사시낭인은 그래도 법 공부를 오래 했다는 인정이라도 받으면서 법무 부서에서 일할 수 있었지만, 오탈자는 일반인의 생각에 운전면허 시험 수준의 변호사 시험도 통과 못 했다는 낙인으로 법 공부를 하나도 안 한 사람보다도 못한 법학 부적응자로 인식되는 게 현실입니다.

분노가 가득한 사회에서는 로스쿨을 현대판 음서제도로 보는 곱지 않은 시선이 가득합니다. 변호사를 직접 공격하기에는 부담이 되지만, 로스쿨의 낙오자 오탈자에게는 아낌없는 비난과 악플을 답니다. 다 알고 들어간 것 아니냐, 5번이나 기회를 줬으면 충분한 것 아니냐 등등. 5년을 계속 떨어지다 보면 자존감이 바닥이 되고 인간관계, 사회관계도 단절되며 그냥 내가 문제인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무능력한 내 자신이 문제이고, 그냥 내 존재 자체가 의미 없게 느껴집니다. 모든 것에 대해 무관심해지고 하루하루 사는 게 아니고 살아지는 상태였습니다.

정말 문자 그대로 말라버린 우물과 같았는데, 마중물이 부어졌습니다.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는 돈은 아니지만, ‘어?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위해서 돈을 써도 되나?’ 무언가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이런 생각 자체가 마중물이었습니다.

미친 척하고 주민센터 등을 뒤져 이런저런 취미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는 취미도 있었고, 힘들고 나와 맞지 않는 취미도 있었고, 그러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수강료와 재료비, 준비물 등으로 마중물을 사용했는데, 돈을 다 써도 이미 생기, 활력이 마중물의 자리에 대신 채워짐을 느꼈습니다. 마중물이 충분히 역할을 다한 것입니다. 나 자신을 더 아끼고 소중히 할 수 있는 방향을 잡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숨 쉴 때마다 죄인 마냥 무겁게 숨을 쉬지 않으려고 합니다. 더 이상 자책하며 괴로워하지 않으려 합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2-09-02 19:27:52
자격시험인데도 자격이 매 년 바뀌고
합불의 기준조차 발표당일에 흥정으로 정해지는 곳..

너무 이상하다는 걸 모르지 않음에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은

정원을 2천명으로 고정하고 리트등으로 '선발' 했으니
그들이 로스쿨 '교육' 과정을 마치면 대부분이 합격하여
자격취득을 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기본전제이며
그것이 아니라면 로스쿨제도는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라..

법조기득권들의 소수기득권 수호의지에 부합하도록
위와같은 대전제를 정면으로 뒤엎고 다시금 변시로 무조건
상당수를 또 재차 삼차 떨어뜨려서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더
합격자 숫자를 줄이려는 무리란 시도를
이 제도 속에 억지로 욱여넣으려다보니
그렇게 밖에는 할 수 없는 것..

그래서 변시는 갈수록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고

aa 2022-09-02 18:26:52
글쓴이분의 맘고생이 느껴져서 안타깝네요..
오탈자분들의 공간이 새로 개설되었습니다.
http://law5.kr/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