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10)-동물의 법적 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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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10)-동물의 법적 지위
  • 신종범
  • 승인 2022.09.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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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우리는 모두 동물이다”, “느끼는 모두에게 자유를”. 지난 8월 27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울려퍼진 구호다. 이날 동물단체 ‘동물해방물결’과 비거니즘(veganism) 커뮤니티 ‘비건클럽’은 시민 24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녹사평역 광장에서 ‘2022 서울 동물권 행진’을 개최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동물권 행진’은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이날 행진을 개최한 ‘동물해방물결’은 뉴욕, 런던 등 주요 도시에서 해마다 8월경 ‘동물권 행진’이 진행되는 것을 보고, 2018년부터 국내에서 종(種) 차별을 철폐하고, 모든 동물에 대한 차별과 착취, 살상을 끝낼 것을 요구하는 행진을 개최해 왔다고 한다.

행사명에서 나타나 있듯 이날 행진에 참여한 사람들은 단순히 동물학대 금지를 넘어 모든 동물에게도 인간과 같은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동물을 법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보호해야 하느냐에 대한 주장은, 동물을 보호와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동물보호>로부터 동물보호 수준을 넘어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고통이 최소화되는 행복한 상태를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복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동물복지>(다만, 인간의 동물 이용은 합리화 함)를 넘어 이날 행사에서 주장된 모든 동물은 인간과 같은 생명체로서 그 자체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동물권>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러한 동물 보호수준의 입장에 따라 동물을 법적으로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는 나라마다 다르다. 프랑스는 2015년 민법 개정을 통해 그동안 물건의 일종으로 취급하던 동물에게 ‘지각력을 지닌 생명체’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했고, 형법에서도 물건에 대한 범죄와 동물에 대한 범죄를 구분해왔다. 반려동물, 가축, 야생동물 등의 보호를 위한 별도의 법들도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 동물의 법적 지위를 일괄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은 없지만, 개별 입법을 통해 동물과 물건을 뚜렷이 구분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 법원은 동물 학대 사건 재판에서 학대당한 동물들을 각각의 피해자로 간주한다. 어떤 주에서는 피해자인 동물을 위한 특별 변호인을 선임할 수도 있다. 또한, 대다수 주에서는 가정폭력 사건에서 반려동물도 ‘접근 금지 명령’의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는 이혼소송에서 반려동물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고, 인간이 아닌 해당 동물의 복리를 고려해 누구와 함께 살게 할지 결정한다. 많은 주에서는 상업적으로 길러진 반려동물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동물이 물건이 아닌 존재라는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동물은 여전히 민법상으로는 물건, 형법상으로는 재물에 해당한다. 동물에게 해를 끼친 경우 민사상으로는 원칙적으로 동물의 소유자가 입은 그 동물의 재산적 가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이, 형사상으로는 재물손괴죄가 문제될 뿐이다. 그나마 동물보호법이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위반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지만,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한정하고 있고, 동물을 물건 또는 재물로 보는 이상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미약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 속에 끊임없이 동물학대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이번 행사와 같이 동물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여러 입법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동물을 물건의 범주에서 제외하는 민법 개정 작업이다. 1년 전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라고 규정한 민법 제98조의2(동물의 법적 지위)를 신설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마련하였고, 현재 국회 계류 중에 있다. 비록 선언적 규정이고,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지만, 기본법인 민법에 물건이 아니라고 하는 동물에 대한 법적 지위를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추후 다른 입법이나 법 적용 과정에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타인의 반려동물을 죽거나 다치게 했을 때 치료비용이 물건으로서 동물의 가치를 상회하더라도 합리적 범위 내에서 배상토록 하고, 소유주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책임도 지게 하며, 부부가 이혼할 때 혼인 중 함께 반려목적으로 기른 동물의 보호 관련 사항 및 비용부담을 협의하도록 하고. 협의가 안 되면 가정법원이 반려경위, 반려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 반려동물을 학대한 경우 타 동물학대 행위에 비해 처벌을 강화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후속조치 의무가 발생하는 교통사고 대상에 사람 외에 동물도 추가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 압류 금지대상에 인간이 애착을 가질 수 있는 동물을 포함하는 민사집행법 개정안 등이 발의되어 있다.

얼마 전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폭우로 인하여 강남 한복판이 물에 잠기는 등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 아닌 현실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후위기는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지 못하고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을 파괴해온 결과다. 이제 자연과 공존하는 삶은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동물도 더 이상 물건이 아닌 공존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신종범 변호사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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