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77)-더불어민주당의 사당화와 압도적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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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77)-더불어민주당의 사당화와 압도적 외면
  • 강신업
  • 승인 2022.09.0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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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이재명 대표가 탄생했다. 이재명이 얻은 전체 득표율은 무려 77.77%에 이른다. 사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처음부터 이재명 추대대회였다. 세대 대결도, 정책이나 비전 대결도 없었다. 처음부터 승자는 정해져 있었다. 권리당원 투표율은 37%로 매우 낮았다. 호남의 온라인 투표율은 불과 19%였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 박지현은 이재명이 득표한 77.77%를 ‘압도적 지지’가 아닌 ‘압도적 외면’으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지방선거 때부터 당 대표는 이재명이었고, 이번 전당대회는 그저 ‘사실혼’을 ‘법률혼’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8. 28. 전당대회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민주주의가 자리 잡지 못한 나라에서 정당은 보통 이념이나 정책이 아닌 파벌을 중심으로 형성되는데, 유감스럽게도 이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후진국의 그것처럼 정책은 없고 오로지 파벌만 판쳤다. 이재명은 ‘개딸’과 ‘양아들’ 등의 강력한 팬덤을 등에 업고 전당대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승리를 확정 지었다.

사실 한국 정당의 구조는 형식적으로는 대중정당의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비민주적인 간부정당의 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 정당은 원래 구성원들이 원하는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공직자를 추천하고 이들이 국민의 지지를 받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정당의 결성은 공동의 정치적 가치와 정책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또한 정당은 시대가 변하고 구성원이 변함에 따라 변화를 계속해야 한다. 사회는 변화하는데 정당만 변화를 거부한다면 사멸의 운명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사회적 변동과 정치적 흐름에 따라 정당이 변하는 것은 당연할 뿐 아니라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정치적 이념과 정책 그리고 당원들의 동의 등 정당의 기본을 무시한 채 오로지 선거 승리만을 위한 이합집산에 골몰했다. 그것도 승리가 확실시되는 이재명 쪽에만 몰렸다. 이는 우리나라 정당들이 오랜 민주화의 여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물 중심의 후진적 정치 행태에 머물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사실은 비단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한국의 정당들은 모두 그 조직이나 구조상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선 당내 권력구조는 예외 없이 중앙집권이다. 당 조직이 중앙당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원내 중심이며 또한 권력이 소수의 당 수뇌부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도 머리는 있으나 손과 발이 없는 것과 같은 기형적인 모습을 띤 채 당내민주주의로부터 멀어져 있는 한국 정당의 몰골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 정당의 당원들은 사실 당 지도자로부터의 선별적 유인을 기대하고 활동하는 공리적 당원들이 많다. 다시 말해 미국이나 서구 유럽과 달리 자발적인 의미에서의 봉사활동을 하는 당원들은 많지 않다. 그런 이유로 정당들이 정책기획 및 개발 능력을 제대로 가질 리 없고 결국 당은 정책에 관한 한 행정부에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정책 개발 능력이 취약하다는 한계는 정당의 행정부 종속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정당화시킨다. 그리고 이는 당시 정당이 형식상 복합적이고 정교한 관료체제를 갖추고 있음에도, 그 실질은 일상적인 조직 활동이나 업무추진에 한계를 갖는 원인이 된다. 당은 평상시에는 업무가 별로 없고 그 활동도 대단히 미약하다가 선거 때엔 선거를 위한 일종의 태스크포스(task force)로 바뀌어 움직이게 된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마치 이재명의 사조직인 것처럼 움직였다는 것이 이번 경선에 참여한 상대 후보들의 불만이다.

이재명을 대표로 당선시킨 이번 더불어민주당 경선은 당원들의 의사가 상향 전달되는 대신 중앙에서 정한 것을 그대로 추인하는 다분히 보여주기식 형식적 행사였다는 비판이 거세다. 그런데 이는 승리를 위해 정당 정치의 기본과 원리를 무시한 퇴행적 정치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공당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이재명의 사적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 필요하고 또 시급한 일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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