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85-왜 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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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85-왜 일하는가
  • 손호영
  • 승인 2022.09.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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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일본 기업가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의 별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교세라(kyocera)를 만들어 기업계에 우뚝 서게 하고 무너질 뻔한 일본항공(JAL)을 되살렸을 정도로 일에 정통했을 뿐만 아니라 일에 철학을 세우고자 한 인물입니다. 그가 쓴 책을 몇 권 읽어보았기에 이번 기회에 그의 태도와 자세를 돌아볼까 합니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왜 일하는지” 묻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먹고살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대답은 그에게는 정답이 아닙니다. 그는 평생 업에 종사해 온 도편수(都邊首, 건축 기술자)의 통찰을 이야기합니다. “아무리 볼품없는 나무라도 그 안에는 영혼이 있습니다...그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지 않고는 그 나무를 자르거나 다듬을 수가 없습니다.” 도편수가 나무 속에서 영혼을 보고 귀 기울이는 것처럼, 이나모리 가즈오에게도 마찬가지로 일은 긴 시간 속에서 인격을 담아내는 과정이었습니다. 요컨대, “일하는 것은 스스로 단련하고, 마음을 갈고 닦으며, 삶의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이다.”라는 것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일을 갓 시작했을 무렵, 포스테라이트(forsterite, 고토감람석) 성형법을 연구할 때입니다. 포스테라이트는 부드러워 접착 성분을 첨가하여야 하는데, 보통의 것은 불순물을 남기고 있어 대체재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는 바닥에 묻은 왁스를 마침 밟자, 왁스를 첨가했더니 완성품에 불순물이 전혀 남지 않았습니다. 이때 그의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신이 손을 뻗어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일에 전념하라. 그러면 아무리 고통스러운 일일지라도 반드시 신이 손을 내밀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파인세라믹 분야에서 업적을 일구었습니다. 사실 그는 처음 취직한 기업이 파인세라믹을 다루었기에 그 길로 주욱 갔던 것인데, 중간에 다른 길을 가볼까 했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나 취직한 기업은 거의 도산 직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집안의 반대로 다른 길로 향하는 것이 무산되자, 그는 일단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기로 합니다. 파인세라믹 지식을 쌓기 위해 문헌을 찾고, 연구를 하다 보니 궁금증이 생기고, 궁금증을 풀다보니 재미를 느끼고, 성과가 나자 인정도 받는, 선순환이 시작됩니다. 그는 그때를 돌아봅니다. “정말 거짓말처럼 일이 너무너무 재미있어졌다.”

이후 그는 “왜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는 항상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 일을 사랑한다면, 주위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게 된다. 그 일이 좋고, 그 일을 함으로써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느껴진다.”

다만, 이나모리 가즈오가 정립한 “일을 좋아한다(사랑한다).”는 명제를 “일을 좋아해야 한다.”로 오독하면 안 됩니다. 둘은 결코 같지 않습니다. 일을 당위로 접근하면 자칫 스트레스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의 괴리만큼 스트레스가 커지는 것은, 경험상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하라’, ‘~하면 좋다.’는 식의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삼독(三毒)을 경계합니다. 삼독이란, 탐욕, 분노, 불만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탐욕, 분노, 불만이 보일 때, 엄격히 반성하며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사람이라면, 욕심이 생길 수 있고, 화낼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마땅한 감정임에도, 그는 극복하고자 노력합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경계하는 삼독을 배제하면 우리는 평정심에 이를 수 있습니다. 언젠가 ‘목계(木鷄, 나무 닭)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닭 싸움을 좋아하는 왕이 싸움닭을 조련하도록 명령합니다. 열흘 후 왕이 조련사에게 닭이 준비가 되었는지 묻습니다. 조련사가 답합니다. “아닙니다. 아직 교만합니다.” 다시 열흘 후 왕이 조련사에게 묻습니다. 조련사는 여전히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교만하지는 않게 되었으나, 상대방 소리와 그림자에 쉽게 반응합니다.” 다시 열흘 후가 되자 이제 비로소 조련사가 말합니다. “이제 준비가 되었습니다. 닭이 목계와 같아졌습니다. 평정심을 유지합니다.”

평정심을 유지한 채로,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고 전념하다 보면, 일을 좋아하게 되고 나아가 잘하게 되고, 결국 인정받게 된다는 식의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를 이나모리 가즈오는 평생 동안 하고 있습니다. 일본인에게 구도자적 색채가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그의 행보는 특이하고 특별했습니다. 그가 하는 말을 지나치게 정답이고, 너무나 올곧아서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만만하지는 않습니다만, 그의 태도와 자세를 일별하면서 자신을 가다듬을 필요는 있을 것 같아 정리해보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번쯤 “왜 일하는가” 또는 “왜 공부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가 있습니다. 그 답은 때에 따라 달라집니다. ‘누구를 위해서’라는 단서를 붙여 스스로를 위해서라고 답하던 때도 있고, 가족을 위해서라고 답할 때도 있습니다. 그 답이 무엇이든, 이나모리 가즈오처럼 신념을 견지해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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