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CBT 시행, 다른 국가시험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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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CBT 시행, 다른 국가시험에서는...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08.31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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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2024년부터 변호사시험에 CBT 도입 추진 계획
기술사, 의사시험 등에서 객관식 CBT 시행 및 확대 중
논술형(주관식)으론 변호사시험이 국내 최초 시행 전망
각종 공무원시험은 응시규모 커 당장 도입 현실적 불가

변호사시험 주무 부서인 법무부가 오는 2024년 1월 제13회 변호사시험부터 논술형 시험에 CBT[computer based testing(컴퓨터 시험)] 방식 도입을 추진하면서, 각종 국가자격 및 공무원시험, 취업 시험 등에서의 CBT 시행 여부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법률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변호사시험에서 CBT를 시행한다면 국가 및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첫 서술형 CBT가 될 예정이다.

4지, 5지 중 정답을 찾는 선택형 시험에서 CBT 운영은 각종 자격 및 채용시험에서 이미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다만 서술형 시험에서의 CBT는 기업체 채용, 민간자격시험, 수험전문학원, 교내시험 등에서 일부 시행하지만, 공적 기관에서는 처음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서다.

4일간 진행하는 변호사시험에서의 답안 작성 비중이 논술형(사례형 및 기록형)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특히 사례형의 배점 비율은 1.5배에 해당한다. 변호사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예정 또는 졸업자만이 응시하는 시험으로 매년 1월 초에 시행된다. 
 

법무부는 최근 2024년부터 변호사시험 논술형시험에 CBT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2010년 1월 18일, 법무부가 실시한 변호사시험 모의시험에서 응시생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답안을 작성하고 있다. / 법률저널 자료사진

돌다리를 두드려 건널 만큼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의 법무부가 서술형(논술형) CBT를 우선 고집하는 것은 이같은 시험에서의 수기 답안 작성에 따른 응시자들의 육체적 피로, 수정의 불편, 악필 등에 따른 채점 상의 불이익 때문이다.

또한 채점에 참여하는 시험위원들은 악필 등으로 인한 채점의 곤란함과 이에 따른 공정한 배점의 어려움, 채점의 장기화 등과 같은 불편함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법무부는 2024년 논술형 시험부터 CBT, 수기를 병행하되 응시생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장기적으로는 CBT로 전면 전환하고 또 선택형(객관식)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국가기관으로서 국내 최초로 논술형 CBT를 운영하는 데 따른 시스템 구축 및 비용, PC 또는 노트북의 제공 방식, 수기와의 병행에 따른 형평성 여부, 답안지 배출 방식 등을 두고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올해 첫 CBT 시행 의사시험 “응시자 반응 좋아”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내년 4개 시험 확대
    컴퓨터시험센터, 전국 9개 지구에 설립 추진 중

본지 취재 결과,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약사 등 국내 보건의료인 관련 26개 직종 34개 국가시험을 관장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올해 처음으로 의사시험에 CBT를 시행했다.

국시원은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의 질 제고 및 국가시험 선진화의 일환으로 2012년부터 모의시험을 시행하는 등 컴퓨터화시험 도입 사업을 준비했다. 2017년부터 1급 응급구조사시험에 아이패드를 이용한 SBT를 도입 시행했지만 장비 운반 등 여러 불편이 있었다는 것.

이에 국시원은 한층 발전된 방식의 PC를 이용한 CBT 시스템을 구축, 올해 1월 6일부터 7일까지 양일간 진행한 제86회 의사 국가시험에 CBT를 처음 시행했다.

이는 1952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의사 국가시험 제도가 도입된 이후 70년 만이며 국시원으로도 처음 시행한 CBT였다.

국시원은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시험화면 구성, 답안표시, 프로그램 이해, 각종 시스템적 오류 등 확인 등을 위해 CBT 모의시험을 운영했고 응시자들로부터 호응을 받았다.

국시원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올해 첫 CBT를 시행한 결과, 인쇄업무가 필요 없어지는 등 시험절차가 많이 간소화됐다”면서 “응시자로서도 시험지에서 답안지에 옮겨 마킹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특히 신분 확인 절차도 간결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시험시간 확보에도 유리했다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약사 등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을 관장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올해 처음으로 의사시험에 CBT를 시행했다. 내년에는 4개 직종으로 확대 시행한다. 사진은 2021년 의사시험 CBT 모의시험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 / 국시원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약사 등 보건의료인 국가시험을 관장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올해 처음으로 의사시험에 CBT를 시행했다. 내년에는 4개 직종으로 확대 시행한다. 사진은 2021년 8월 의사시험 CBT 모의시험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 / 국시원

국시원 CBT는 PC를 이용한다. 의사시험을 지난해까지는 중고등학교 등을 임차 사용했는데 올해 CBT로 전환하면서 전산실을 갖춘 고사장을 확보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설명이다.

위 관계자는 “올해 의사시험은 고사장 임차확보가 어려웠다. 특성화고등학교, 대학교 등 전산실이 완비된 시설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실제 후보군도 많지 않을뿐더러 장비, 사양도 달라 선정 조건을 맞추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내년에는 의사시험에 더해 치과, 한의사, 요양보호사, 1급 응급구조사시험으로 CBT를 확대한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국시원 시행 모든 시험을 CBT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국시원은 국고 40억 원을 들여 총 1,550석을 수용하는, 마치 운전면허시험장 같은 형태의 컴퓨터시험센터를 전국 9개 지구에 설립할 예정이다.

다만 응시자가 3,000여 명이 넘는 의사시험 같은 경우, 센터 수용 한계 때문에 외부 임차 전산실 등을 겸해 시행할 예정이다.

국시원은 올해 의사시험 CBT 도입으로 운영비용도 상승했다. 관계자는 “시험 특성상 공공서비스에 해당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CBT 전환으로 응시자들에게는 유리한 측면이 많아 수익자부담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모두가 학생이라는 현실을 반영, 예년과 동일한 응시료(28만7천 원)로 시행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특히 “의사 등 국시원에서 시행하는 시험은 모두 오지선다형의 객관식(선택형)으로 진행한다”며 “변호사시험의 경우, 논술형 중심으로 CBT로 전환하는 것으로 아는데, 또 다른 질적 차이와 상황이 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기술자격시험 69% CBT 시행
   공용 PC로 객관식만 운영...응시료 기존 지필과 동일
   자체 시험장·디지털시험센터 구축 등 인프라 확충 중
   변리사 등 전문자격시험도 중장기 CBT도입 추진 검토

국내 최대 규모의 시험 시행 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은 CBT를 어떻게 운영할까? 공단은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해 규정된 기술, 기능 및 서비스 분야 총 544개 국가기술자격 중 493개 종목을 시행하며, 개별 법령에 따라 17개 부처에서 위탁받아 37개 국가전문자격시험도 시행한다.

공단은 2005년 일부 국가기술자격 시험에 CBT를 시범 도입, 2014년 상시 기능사 시험에 CBT를 전면 도입·시행했다.

공단의 CBT 방식은 국가기술자격 객관식 필기시험에만 도입돼 시행되고 있으며, 현재 493개 종목 중 68.6%에 해당하는 338개 종목이 CBT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05년 일부 국가기술자격 시험에 CBT를 시범 도입, 2014년 상시 기능사 시험에 CBT를 전면 도입·시행했다. 현재 493개 종목 중 68.6%에 해당하는 338개 종목이 CBT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공단의 CBT 체험하기 프로그램 중 일부 / 공단 홈페이지 캡처
한국산업인력공단은 2005년 일부 국가기술자격 시험에 CBT를 시범 도입, 2014년 상시 기능사 시험에 CBT를 전면 도입·시행했다. 현재 493개 종목 중 68.6%에 해당하는 338개 종목이 CBT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공단의 CBT 체험하기 프로그램 중 일부 / 공단 홈페이지 캡처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관계자는 “현재 CBT는 객관식 시험에만 시행하면서 공용 PC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응시료 또한 기존 지필식 시험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올해 하반기 국가기술자격 객관식 필기시험 방식을 CBT로 전면 전환해 시행한다”며 “시험장 확보를 통한 안정적 시험 시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낮은 시험장 임차료 수준으로 인해 외부 시험장 확보에 어려움이 있으나, 자체 시험장 구축 및 디지털시험센터(DTC) 확대 구축 등 CBT 시험 인프라 확충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공단은 CBT 도입을 위한 문제풀 확보, 시스템 구축 등 예산 확보 및 주무부처 협의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변리사 등 전문자격시험에도 CBT 도입 추진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도로교통공단은 자동차운전면허시험을 2002년 9월 서울서부시험장에서 CBT를 최초 시행한 이래 2006년부터 전국 모든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전면 운영 중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시행하는 국가자격시험 또한 전면 CBT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공무원시험에서의 CBT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수험생들의 편의 제공에만 무게를 두기에는 (수만 수십만에 이르는) 응시자 규모가 너무 크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보인다.

국가공무원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 채용과의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응시 규모를 따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또한 5급 공채 2차 등에서의 논술형 시험은 변호사시험처럼 법령 등과 같은 단순 서술이 아닌 계산식, 도표 등을 작성해야 하는 경우와 같은 한계도 있을 것 같다”면서 조심스러운 의견을 전했다.

관계자는 이어 “향후 CBT 도입의 사회적 기반이 더욱 조성되는 등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현재로서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신중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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