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순직 분류와 관련한 국방부의 시행령 동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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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순직 분류와 관련한 국방부의 시행령 동원의 문제
  • 송기춘
  • 승인 2022.08.25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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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군인이 사망하면 군은 그 죽음을 평가하여 전사, 순직 또는 일반사망으로 분류한다. 이에 따라 망인에 대한 예우와 유족에 대한 보상 등이 달라지며, 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나 보훈보상대상자 분류에도 영향을 미친다. 군인의 죽음이 어떻게 평가되느냐는 군인의 희생에 대한 공동체의 감사와 존경이 담긴 제도이다.

하지만 군인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다가 죽었는지를 언제나 명확하게 규명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군이 폐쇄적인 조직이어서 죽음의 진상이 왜곡되거나 은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사건 조사에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유족이 죽음의 실상을 밝히는 것도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올해 7월부터 시행된 군인사법 제54조의2 제2항은 매우 의미가 크다. 이 조항은 군인이 의무복무기간 중 사망한 경우 ‘순직자로 분류’하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사망하거나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일반사망자로 분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조항 시행 이전까지 군이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을 일반사망으로 분류하면 이를 뒤집을 수 있는 증거를 유족이 확보하지 못하면 망인은 순직이나 전사로 재심사될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법조항에 의하면 군은 의무복무 중 사망한 군인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나 위법행위 등의 사유가 없으면 순직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유족들이 망인의 사망원인 규명이나 예우와 관련하여 기약없이 국방부와 싸워야 하는 힘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상당히 훌륭한 방안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군인사법 시행령은 개정법률의 취지를 관철하는 데 장애가 된다. 군인사법 시행령 제60조의23 제2항에서는 법 제54조의2 제2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를 다음과 같이 구체화하고 있다. “1. 고의 또는 중과실로 사망한 경우, 2.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3. 군무이탈 또는 무단이탈 중 사망한 경우, 4. 그 밖에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개인적 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1, 2호는 법률조항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고 3호와 4호를 추가한 것이다. 시행령 조항은 ‘고의 또는 중과실’이나 ‘위법행위’ 가운데 순직으로 분류해서는 안 되는 사유를 전혀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 또한 아무리 열거적 의미를 가지는 ‘등’이라는 표현을 법률규정에서 사용하고 있더라도 사망의 책임을 망인에게만 돌리거나 국가적 예우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규정한 ‘고의 또는 중과실, 위법행위’에 의한 사망에서 예상하기 어려운 군무이탈이나 개인적 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를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다. 이는 법률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내용일 뿐 아니라 그 성질이 다르거나 개념의 범위나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 시행령 해석상 남용의 우려도 크다. 이런 점에서 이 법률 시행령은 법률규정에서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과도하게 위임명령을 제정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국방부(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는 군 교도소에서 질병(장티푸스)에 감염되어 사망한 경우 군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자는 복무기간에 미산입될 뿐 아니라 그 사망원인이 ‘공무 중 또는 공무적 원인’에 따른 것이 아니므로 순직으로 결정될 수 없다고 한다. 이는 국가배상의 대상이 될지언정 순직 등 영예로운 죽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감 중 사망하였다고 해도 그 사망이 군복무 중일 뿐 아니라 사망의 원인이 본인의 고의나 중과실 또는 위법행위 때문도 아닌데 말이다. 법률과 시행령이 개정된 취지를 기본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해석이다. 이런 실정이니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군 교도소 수감 중 구체적 이유를 알 수 없이 사망한 경우 국방부에 순직으로 재심사를 요청한다고 해도 기각결정할 게 뻔하다.

사실 이 법률조항이 군사망사고 망인이나 유족의 입장에서 매우 획기적인 것이긴 하나 그 입법의도에도 불구하고 다른 제한 사유 없이 ‘고의에 의한 사망사고’를 제외하도록 한 것은 앞으로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군인이 자해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는 대부분 ‘고의’에 의한 사망인데, 순직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부대적 원인과 사망사고가 인과관계가 있는지 입증이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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