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84-착오송금과 단축급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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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84-착오송금과 단축급부
  • 손호영
  • 승인 2022.08.2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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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착오송금에 관한 새로운 판결이 나와서 소개합니다. 이른바 〈타인의 은행계좌로 송금한 금액이 착오송금임을 주장하며 그 수취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건〉입니다. 원고의 거래처는 개인사업자였는데, 그가 배우자와 이혼하면서 사업체를 배우자(새로운 사업자)에게 넘깁니다. 원고는 이를 모른 채, 종전 사업자 명의 피고 은행 계좌에 돈을 보내고 새로운 사업자 명의 계좌에 돈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착오송금이라고 주장하면서, 은행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주장합니다. 마침 그 계좌는 종합통장자동대출 방식으로 수시로대출 성격의 ‘마이너스 통장’입니다. 송금 당시 이미 지급정지되어 있었고, 잔액은 마이너스였습니다.

원고는 ‘마이너스 채무자인 새로운 사업자가 아니라 제3자인 자신이 변제했으니, 은행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있다.’고 합니다. 1심은 은행이 착오송금인지 여부를 조사할 의무가 없고,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해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질 뿐, 은행에게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없다며, 그 주장을 배척합니다.

원고는 ‘새로운 사업자가 은행에게 인출을 할 수 있는데, 은행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원고에 대한 채무변제를 방해하고 있으므로, 제3자의 채권침해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있다.’고 합니다. 1심은 은행의 인출거부는 지급정지조치에 따른 정당한 업무이고, 은행의 인출 거부에도 원고가 새로운 사업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그 주장도 배척합니다.

원고는 ‘새로운 사업자가 원고에게 은행에 가지는 인출금채권을 양도했으니, 피고는 이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합니다. 1심은 이 사건 통장이 마이너스 통장이므로 송금 당시 잔액이 이미 마이너스였던 점을 고려하면, 원고가 보낸 돈은 이미 새로운 사업자의 대출금채무 변제에 자동 충당되었다고 하며, 원고의 이 주장 역시 배척합니다.

2심은 1심의 판단을 모두 원용하면서 추가판단합니다. 원고가 ‘새로운 사업자 계좌에 송금한 것이 변제이므로, 비채변제, 제3자의 변제이다.’는 주장을 했기 때문입니다. 2심은 착오 송금한 사안에서, ‘원고가 새로운 사업자의 은행에 대한 채무 변제’라고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고, 원고가 새로운 사업자의 은행에 대한 채무를 변제한 것이 아니고 그저 새로운 사업자와 은행간 계약의 효과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일 뿐이라며, 원고의 이 주장도 배척합니다.

대법원(2022. 6. 30. 선고 2016다237974 판결)도 1, 2심과 판단을 같이 합니다.

“종합통장자동대출의 약정계좌가 예금거래기본약관의 적용을 받는 예금계좌인 경우에 그 예금계좌로 송금의뢰인이 자금이체를 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자금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수취인이 수취은행에 대하여 위 이체금액 상당의 예금채권을 취득한다. 다만 약정계좌의 잔고가 마이너스로 유지되는 상태, 즉 대출채무가 있는 상태에서 약정계좌로 자금이 이체되면, 그 금원에 대해 수취인의 예금채권이 성립됨과 동시에 수취인과 수취은행 사이의 대출약정에 따라 수취은행의 대출채권과 상계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 결과 수취인은 대출채무가 감소하는 이익을 얻게 되므로, 설령 송금의뢰인과 수취인 사이에 자금이체의 원인인 법률관계가 없더라도, 송금의뢰인은 수취인에 대하여 이체금액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게 될 뿐이고, 수취인과의 적법한 대출거래약정에 따라 대출채권의 만족을 얻은 수취은행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취득한다고 할 수 없다.

이것은 단축급부 사안의 법리와 일맥상통합니다. 즉,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를 하는 경우(이른바 삼각관계에서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급부를 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상대방이 제3자에게 급부를 한 것이다. 따라서 계약의 한쪽 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급부를 한 원인관계인 법률관계에 무효 등의 흠이 있거나 그 계약이 해제되었다는 이유로 제3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 아래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3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되어 계약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수익자인 제3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다(대법원 2018다204992 판결).’

착오송금 사안에서도, 원고-새로운 사업자-피고 은행의 삼각관계에서, 원고는 새로운 사업자와의 관계를 이유로 은행에게 송금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원고-새로운 사업자, 새로운 사업자-은행으로 관계를 나누어 보아야 되는 것이지, 원고-은행의 직접적 관계는 고려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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