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면접에서 정치적 소신을 밝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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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면접에서 정치적 소신을 밝혀볼까?
  • 김용욱
  • 승인 2022.08.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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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필자는 전국을 자주 보부상처럼 돌아다니는 편이다. 올해는 필자가 서울을 떠날 때마다 폭우가 쏟아지곤 했다. 올해 서울의 날씨 코드가 필자와 잘 맞았던 것일까? 폭우로 고생하신 분들을 생각하면 다소 불경한 생각이긴 하지만,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올해는 정권이 바뀌었다. 보수적 성향의 정권이 들어섰다. 공무원 면접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답은 어렵지 않다.

무색무취(無色無臭). 날씨야 코드가 안 맞더라도 비에 젖으면 그만이지만, 면접관과 코드가 전혀 다르다면 곤란할 수도 있다. 나의 정치적 소신은 알릴 필요도 없고 알려서도 안 되고 면접관이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면접관이 설령 부지불식중에 정치적 소견을 묻는다고 해도 굳이 명확하게 답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혹여나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을 따라 찬양·찬성하는 태도를 적극적으로 피력하면 좋으려나?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많이 사는 도시 세종시에는 이제까지 세 번의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는데, 세종시의 첫 국회의원 선거였던 19대 총선 이래로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국회의원이 내리 3연속으로 당선되었다. 공무원 면접의 면접자들이 면접관으로 만나게 될 분들은 거기에 사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 정책에 비판적으로 답변하면 정답일까? 종종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공무원들은 보수적인 집단이다.”라고 말이다. 실제로 만나면 공무원 중에는 매사 조심하고, 실수와 위험을 회피하는 성향이 많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인성검사 결과를 보아도 다른 집단과 달리 공무원 준비생들은 책임감, 성실성 지표가 높고 리더십은 낮은 경우가 많다. 매우 안정 지향적인데 우리는 그런 분들을 「보수적」이라고 표현한다. 면접관이 한 분이 아니라는 것도 생각해야 할 점이다. 두 분, 세 분 또는 다섯 분의 면접관이 나를 평가하는데, 그들의 정치적 성향은 모두 다를 수 있다. 공무원 면접의 통상적 경쟁률이 1.2대 1 정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굳이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공무원 생활을 30년 안팎으로 한다면 여야 정권이 바뀌는 상황도 수없이 겪게 될 것이고, 본인의 정치적 성향과 같은 정부, 다른 정부 밑에서 일하는 경우도 많이 있을 것이다. 내 소신과 다른 대통령, 국회를 만난다 해도 태업할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때에도 공무원은 음지에서 양지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면 된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펼치는 것은 투표장의 장막 안에서이지 그 장소가 면접장이 될 필요는 없다.

논어 헌문에는 제나라 환공 때 재상인 관중(管仲)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관중은 애초 규(糾)를 섬겼다. 그런데 규의 동생인 소백(小白)은 공자 규를 죽이는 패륜을 저지르고 춘추시대의 패자(霸者)인 제나라 환공(桓公)이 되었다. 그런데도 관중은 따라 죽지 아니하고 오히려 환공의 재상이 되어 환공을 도왔다. 자공은 이를 비판하였는데, 공자는 여기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답한다. “관중이 환공을 도와 제후들의 패자가 되고 천하를 통일하여 바르게 하게 했으니, 백성들이 지금까지 그 혜택을 받고 있다. 관중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마 머리를 풀어 헤치고 옷깃을 왼쪽으로 여미고 있을 것이다. 어찌 관중의 업적이 하잘것없는 남녀들이 절개를 지킨다고 개천에서 스스로 제 목을 매고 아무도 모르게 죽음을 범하는 것과 같은 것인가.” 환공을 돕지 않았다면 천하가 어지러워져 백성들은 머리를 풀어 헤치며 살고 있었을 것(오랑캐의 풍습대로 살 것이다)이라는 의미다. 오늘날로 치자면 정권이 바뀌었더라도(원래 섬기던 공자 규가 아닌 환공이 패권을 잡은 것) 공무원(여기서는 관중)은 백성(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복무해야 한다는 뜻이다.

누가 대통령이든 공무원은 정부 정책을 이해하고, 국정과제가 잘 이행되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홍수, 가뭄, 지진, 해일 기타 자연재해로 인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여야가 나뉘고 같은 정당 내에서도 갈등이 작지 않아 다소 어수선한 시기이지만, 공직에 뜻을 두고 일심(一心)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아직은 멀고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citizen@hanmail.net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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