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09)-위임입법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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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09)-위임입법의 한계
  • 신종범
  • 승인 2022.08.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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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지난 8월 2일 행정안전부 산하에 경찰국이 신설돼 정식 출범했다. 행정안전부는 경찰국은 총괄지원과와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 등 3과로 구성되어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의 임용 제청 권한 등 행정안전부장관의 권한 수행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경찰국 신설은 대통령령인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 직제」 및 부령인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 직제 시행규칙」을 통해 이루어졌다.

8월 9일 보건복지부는 부령인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의 법제처 심사를 이 달 중 완료하겠다는 내부방침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제약사가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약가인하 및 건강보험 요양급여정지 등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쟁송을 청구 또는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를 신청했을 때 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얻는 경제적 이익 또는 손실을 환수하거나 환급할 근거를 신설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위헌 논란으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자 부령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법률 개정안과는 별개로 법제처에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따른 손실을 제약업체에 환급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위 시행규칙의 심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8월 12일에는 법무부에서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다음달 10일부터 개정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검사가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범죄가 현행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범죄)에서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축소되는데, 그에 따라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를 구체적으로 정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개정안은 공직자 범죄 중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등과 선거범죄 중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을 ‘부패범죄’로 규정하고,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와 서민을 갈취하는 기업형 조폭·보이스피싱 등 경제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범죄를 ‘경제범죄’로 정의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외에도 무고·위증죄 등을 ‘사법질서 저해범죄’로 규정하고 검찰 직접수사 범위에 포함했다.

위 3가지 사안들은 대통령령 또는 부령 개정에 관한 것인데 모두 위임입법 한계의 논란에 휩싸여 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관한 사안은 「정부조직법」상 행정안전부장관의 사무에 치안 업무가 없는데도 시행령을 통해 관련 조직을 만드는 것은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있고, 보건복지부의 ‘약가인하 집행정지 환수·환급제’ 관련 사안은 모법에 해당하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위임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시행규칙을 개정하여 규정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비판이, 법무부의 직접 수사권 범위에 관한 사안은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었는데 시행령을 통해 개정 법률의 입법취지와 반대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하면서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고, 국무총리 또는 행정각부의 장은 소관사무에 관하여 법률이나 대통령령의 위임 또는 직권으로 총리령 또는 부령을 발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률과의 관계에서 대통령령 또는 부령에서 규정할 수 있는 내용의 한계 즉, 위임입법의 한계가 문제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입법을 위임할 경우에는 법률에 미리 대통령령으로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둠으로써 행정권에 의한 자의적인 법률의 해석과 집행을 방지하고 의회입법과 법치주의의 원칙을 달성하고자 하는 헌법 제75조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라 함은 법률에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어서 누구라도 당해 법률 그 자체로부터 대통령령 등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의 유무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은 아니고 관련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ㆍ체계적으로 종합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입법권을 국회에 부여한 헌법과 위임입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를 때 위 3가지 사안 모두 위임입법의 한계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다. 위 3가지 사안들 모두 시행령과 부령 개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적 목표가 있고, 정부는 모두 국민의 이익을 위한 개정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반대되는 견해가 상당수 존재하고, 법리적으로도 위와 같이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그 효력 유무가 논란이 된다면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현 정부의 모습에 맞지 않을까 싶다.

신종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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