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승소! 방송작가를 방송사가 고용한 근로자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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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승소! 방송작가를 방송사가 고용한 근로자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 윤지영
  • 승인 2022.08.11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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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방송작가들이 2020년 6월, 갑작스럽게 해고되었습니다. 두 작가는 MBC의 아침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투데이>에서 <이 시각 세계>, <아침신문보기> 코너를 맡아 기사를 작성해 왔습니다. 해고된 두 작가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 판정을 받았습니다. 두 작가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두 작가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그러자 MBC는 2021년 4월 30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이 위법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공감의 강은희, 윤지영 변호사는 두 작가를 대리하여 소송에 참가했고, MBC를 상대로 1년 넘게 공방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2022년 7월 14일,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두 작가가 MBC가 고용한 근로자이고, MBC가 계약 내용을 빌미로 계약을 해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과 판결의 의미를 소개합니다. -공감 노동팀 /
 

<strong>윤지영 </strong>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이번 판결은 ‘방송작가를 방송사가 고용한 근로자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입니다. 그래서 의의가 큽니다. 2003년 서울고등법원은 마산 MBC의 구성작가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후 방송작가는 프리랜서라는 관행과 편견이 20년 가까이 지속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MBC는 방송작가는 직업의 특성상 프리랜서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선판결, 관행, 편견에 휩쓸리지 않고 실체적 진실에 입각하여 용기 있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방송작가는 프리랜서라고 보는 것은 근로기준법을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근로자인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상관없이 그 실질에 있어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MBC는 뉴스투데이 방송작가들이 회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였지만, 두 작가님은 철저하게 MBC에 종속되어 일했습니다.

두 작가님은 MBC가 정한 근무시간에 맞춰 MBC에 출근해서 뉴스투데이 총괄 PD 등의 지시에 따라 다른 직원들과 협업하며 아이템을 선정하고 원고를 썼습니다. 두 작가님이 쓴 원고는 MBC의 승인이 있어야 방송으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두 작가님은 일에 대한 대가로 MBC가 정한 원고료 지급 기준에 따라 원고료를 받았습니다. 이 외의 사실들도 모두 대법원이 정한 근로자성 판단 기준에 부합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이 두 작가님을 MBC의 직원으로 인정하고, 적법한 해고 통보나 해고 사유 없이 일을 그만두게 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단한 것은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간 방송사 비정규직들의 근로자성을 다투는 소송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판결의 추세는 방송사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객원PD, 외부제작PD, VJ, FD, 드라마 촬영 감독, 프리랜서 아나운서 모두 법원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았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 여러 단계의 제작과정과 협업과정을 거쳐야 되는 것이고 단계마다 방송사의 기획 의도에 맞도록 수정·보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방송사가 최종 결정권자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송사의 비정규직 태반이 방송사의 직원이어야 맞습니다. 이번 판결이 을의 지위에서 온갖 고된 일은 다하면서도 노동법을 적용 받지 못한 방송작가들, 그리고 방송 비정규직에게 큰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strong>강은희 </strong>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강은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이 판결은 노동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수많은 방송작가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판결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당사자인 두 작가님이 MBC의 부당한 해고 통보를 다툴 용기를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사자인 작가님들의 용기에 MBC는 시종일관 시간 끌기와 거짓 주장으로 답하였습니다.

작가님들은 MBC의 해고 통보로부터 2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MBC의 해고가 부당하였음을 확인받았습니다. MBC는 중앙노동위원회가 방송작가는 MBC의 근로자라고 보아 두 작가의 부당해고구제청구를 인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사건을 법원까지 끌고 갔습니다. 소송에서는 심지어 명백한 지휘, 감독의 증거를 부정하고자 10년 간 MBC에서 근속한 작가들의 업무능력을 부당하게 폄훼하였습니다. 또한 MBC는 여러 차례 기일 직전에 서면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소송을 지연시켰고 1년 넘게 소송을 무의미하게 끌고 가 당사자 작가들을 괴롭게 하였습니다.

소송을 지연시키는 MBC의 속내에는 소송 중인 상황에서 전국언로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의 단체교섭 요구에 불응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MBC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던 2021년 10월 5일 교섭을 요구한 방송작가지부에 “소송중인 상황에서 노동관계법상 근로자를 전제로 하는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은 당사자로서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회신하였기 때문입니다. MBC에게는 작가들의 삶을 뒤흔들어놓는 이 소송이 단체교섭 거부의 핑계였습니다.

법원이 방송작가는 MBC의 근로자여야 한다고 선언하였으니 MBC는 더 이상 방송작가지부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MBC는 방송작가지부의 단체교섭 요구가 있을시 이에 응하고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여야 합니다.

법원의 판결은 단지 2년 전 MBC의 일방적인 해고통보가 부당하였음을 보여줌에 그치지 않고 MBC가 마땅히 근로자로 고용하였어야 할 작가들을 10년 간 프리랜서로 둔갑시키고 그들의 노동 권리를 부정하였음을 보여줍니다. 즉 오늘의 결과는 2년 늦은 것이 아닌 어쩌면 12년 늦은 것입니다.

MBC는 두 작가가 MBC의 근로자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고 무의미한 항소로 작가님들의 복귀를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안 됩니다.

<공감 뉴스레터 2022년 7월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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