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사시폐지와 유리천장(13)-이상한 것은 '우영우'가 아닌 괴짜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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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사시폐지와 유리천장(13)-이상한 것은 '우영우'가 아닌 괴짜 로스쿨'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08.10 11:03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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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년간 법조인력선발 및 양성의 근간을 맡아왔던 사법시험이 2017년 12월을 끝으로 폐지됐다. 평균 경쟁률 20대 1, 평균 합격률 3~5%라는 일회성 시험에 의한 선발을 지양해 고시낭인 및 다른 학부전공의 황폐화를 방지하고 교육에 의한 양성이라는 기치아래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로스쿨제도를 두고 고비용, 입시 불공정 등에 문제가 많다며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이미 사법시험은 역사적 소명을 다했고 입법부가 새로운 제도를 정립한 만큼 더 이상의 사시존치 주장은 없어야 하며, 로스쿨에 문제점이 있다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데 사회적 힘을 모아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자의 입장에서, 그동안 익명으로 사법시험 존치 운동을 해 왔다는 한 수험생이 ‘기회공정’이라는 이름으로 본지에 “사법시험 존치와 유리천정”이라는 글을 지난 열 두번에 걸쳐 보내온 바 있다. 그가 취업 후 실명을 밝히며 열 세번째 글을 보내왔다. 내용 전문(全文)을 게재한다. 본지는 이에 대한 반박 또는 이해를 달리하는 독자투고도 열려 있음을 거듭 밝힌다. - 편집자 주 -
 

​조용호​​​​​​​직장인, 전 사법시험 준비생​
조용호
직장인, 전 사법시험 준비생​

1. 프롤로그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변호사의 좌충우돌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인기가 뜨겁다. 사법시험의 추억이 남아 애써 법정드라마는 외면했었는데, ‘우영우’의 방영은 손꼽아 기다린다. 한편으로는 이제 드라마에서조차도 로스쿨을 졸업해야만 변호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당연시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드라마를 곱씹어 보면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우영우가 이상한 것이 아닌 것 같다. 드라마 제목이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변호사 우영우를 이상하다고 한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나와 다른’, ‘다수와 다른’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가지는 세상이 이상하다는 역설적 의미로 제목을 그렇게 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하자 많은 ‘한국 로스쿨’의 그림자가 드라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한국 로스쿨은 2007년 7월 3일 통과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 탄생했다. 대륙법 체계를 선택한 나라의 국회에서 야밤에 단 3분 만에 미국식 로스쿨을 통과시켰다. 그렇게 만들어져 15년 동안 자란 ‘한국 로스쿨’이야말로 괴짜다. 이하에서는 ‘한국형 로스쿨’이 왜 괴짜인지 ‘우영우’와 현실을 오가며 짚어보려 한다.

2. ‘욕망의 차안대(遮眼帶)’에 사로잡혀 진상이 되어가는 ‘한국 로스쿨’

(1) 책 속에 갇힌 활자가 된 한국 로스쿨 도입 일성(一聲)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명시된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이다.

우영우는 서울대로스쿨을 수석 졸업, 변호사시험을 거의 만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폐인이라는 이유로 어느 곳에도 못 가다가 아버지 지인인 한바다 한선영 대표를 통해 취업한다. 만약, 우영우가 서울대로스쿨을 수석 졸업하지 않았다면, 아버지가 서울대법대 출신이라 한선영 대표를 몰랐다면 변호사로서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서울대로스쿨’, ‘수석 졸업’, ‘변호사시험 거의 만점’을 강조하는 것은 ‘서번트 증후군’이 있는 우영우가 전문가인 변호사로서의 업무수행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지식 및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소명하기 위한 수사(修辭)로 생각된다.

실제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제1회 변호사시험부터 제4회 변호사시험까지 특별전형 학생의 합격률은 평균 5% 내외 수준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 50%에 비해 매우 낮았고, 제5회 시험부터는 이 수치조차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한경 오피니언, 선의로 포장된 ‘로스쿨 입학 쿼터’)1).

(2) ‘뷔페’라는 신상품을 주문했는데, ‘구태(舊態)’인 재고품만 양산하는 로스쿨

로스쿨 도입 시 ① 학부에서 법학 이외 다양한 소양을 함양한 인재 선발 ② 대학별로 ‘특성화 분야’ 교육을 통해 전문변호사를 양성 ③ 지역 거점 로스쿨출신 법조인들이 무변촌에 남아 주민 밀착형 서비스 제공 등을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① 로스쿨을 유치한 로스쿨인가대학은 없어진 법학과를 대체해 로스쿨준비반을 신설했고, 사실상 법학 선행학습을 시행함으로써 유명 학원 강사의 틀에 박힌 강의를 수강 ②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학별 특성화 과목은 진로· 취업 도움 안 돼’라고 대한변호사협회 설문조사에 응답2)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로스쿨 커리큘럼은 천편일률적으로 변호사시험 합격률 제고에 최적화 ③ 법조타운은 과밀하고 무변촌은 여전3)하다.

사법시험 시절 암기능력이 뛰어나 ‘제록스(XEROX)’라 불렸던 암기우수자는 로스쿨에서도 여전히 부러움의 대상이다. 선망의 대상은 서울대법대 출신에서 서울대로스쿨 출신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한편 사법시험 시절에는 일단 합격하면 사법연수원생 간에는 어려운 시험 통과했다는 최소한의 존중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상위권로스쿨과 하위권로스쿨 출신 변호사 간에는 위화감이 존재하며, 하위권로스쿨 출신들은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출신로스쿨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다.

(3) ‘욕망의 차안대’를 쓴 세상 사람들

우영우는 ‘서울대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변호사시험 거의 만점’을 득했음에도 로펌이며 개인 사무실이며 닥치는 대로 지원해 봤지만 면접조차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아빠 우광호가 서울대법대 후배인 대형로펌 한바다의 대표변호사 한선영과 인연이 있어 취직할 수 있었다. 한편 취업의 진실을 뒤늦게 알게 된 우영우는 “저는 어른이기 때문에 오롯이 혼자서 좌절하고 싶다. 아버지가 제 삶에 끼어들어서 좌절까지 막아주는 건 싫다”며 뛰쳐나간다.

부모가 법조인이라 ‘부모 찬스’를 쓸 수 있고, 그것이 변호사의 로펌 취직과 관련된다면 하등 문제가 될 것이 없기에 권민우가 우영우를 “낙하산”이라며 취업 불공정이라 공격하는 모습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그렇지만, 우광호가 ‘한바다 대표 한선영이 서류에서 떨어진 우영우를 취직시켜준 이유가 라이벌인 법무법인 태산의 전 대표 태수미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는 대사에서 세상 사람들은 각자 ‘욕망의 차안대(遮眼帶)’를 쓰고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3. 에필로그

지난 4월 경마장에 갔을 때 차안대를 쓴 경주마가 눈에 띄었다. 말은 눈이 얼굴의 양옆 쪽에 붙어 있기 때문에 시야가 무려 350도나 된다고 한다. 반면 사람의 눈은 전면에 있어 눈알을 굴릴 경우 최대 240도까지 시야각을 늘릴 수 있다. 사람도 말처럼 더 넓게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면 좋을듯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아집’이나 ‘편견’ 같은 차안대를 차고 산다. 여기에 ‘욕망’이라는 차안대가 더해지면, 특히 ‘우영우’ 제12화의 정명석 변호사 말처럼 ‘변호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의뢰인을 보호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으로 법조인 업무를 수행한다면 변호사는 ‘사회의 암 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로스쿨의 그림자에 대해서 ①‘로스쿨 교수’, ② ‘로스쿨출신 법조인’, ③ ‘로스쿨 학생’ 모두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① ‘이미 찜한 밥그릇’ 때문에, ② ‘숟가락은 얹었지만, 내 밥이 뺏길 가능성이 있는 밥그릇’ 때문에, ③‘곧 숟가락 얹을 것으로 생각하는 밥그릇’ 때문에 욕망에 사로잡혀 현재의 괴짜 로스쿨이 대한민국 법조인양성제도로서 현저하게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애써 모른 척하기 위해 쓴 ‘욕망의 차안대’를 벗는 용단을 촉구한다.

참고;
1)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2080351101
2) 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119653
3) http://www.joongdo.co.kr/web/view.php?key=20220720010005803

조용호 직장인, 전 사법시험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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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균등 2022-08-22 01:05:16
서민에게도 활짝 열린 로스쿨이라는 근거가 되었던 특별전형의 합격률이 일반전형의 1/10밖에 안된다니.....
서민 출신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의 취업애로까지 생각하면 서민자녀들이 법조인으로 성공하기란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

벌거벗은 골품제 로스쿨의 진면목을 보았습니다.

gg 2022-08-18 01:33:20
와 얼굴이, 와꾸가, 관상이 참… . 용기 얻고 갑니다.

ㅇㅇ 2022-08-16 21:14:57
누가 칼들고 사시 못붙게 협박했나? 나이도 엄청 많아 보이는데 지가 공부 안하곤 참

123 2022-08-15 10:11:08
사시 낭인 피해의식 증후군??

미화 2022-08-12 00:17:40
드라마를 잘 안보는 편이라 줄거리에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주변에서 이야기를 하기에 대략적인걸 봤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로스쿨 특별전형 미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로스쿨을 준비하다 리트가 높았음에도 학혈지 어느 것 하나 잘난게 없고 사지정신 멀쩡하다는 이유로 서류에서 미끌어졌다. 그런 로스쿨에서 특별전형은 수급자들로 생색내기 위한 전형이라 정신이상자가 합격하기란 더욱이 원탑이라는 서울대 로스쿨은 더더욱 희박하다. 그럼에도 서울대 로스쿨 출신이란 타이틀을 넣은 것은 자기들은 정신이상자라도 선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듯한 보여주기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자폐부몰은 로스쿨을 강요하며 자녀를 리트낭인으로 만들진 않을까 심히 우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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