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과 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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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과 유머
  • 최용성
  • 승인 2022.08.0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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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성 변호사·법무법인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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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지치는 계절이다. 이럴 때 읽을 만한 대단히 재미있는 법학교양서가 있다. 교육과학사에서 법학교양총서 제13권으로 낸 <법과 유모어>(1991)가 그것이다. 엮은이 최종고 교수는 “‘말’(言語)을 무기로 삼는 법학과 법기술에 유모어의 역할과 중요성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수많은 판사·검사·변호사들은 언어상의 오용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위트와 임기응변을 통해서, 법률가에게도 인간적인 것이 생소하지 않으며, 고로 유모어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증명했다”라고 하면서 “인간을 위한 법”의 훈훈함을 일깨워 마음의 여유를 갖고 법학을 공부하여 또 하나의 숨은 보람을 찾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럼 법학을 공부하는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숨은 보람이란 무엇일까? 바로 법이 우리와 동떨어진 지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현상이라는 것, 법의 모순과 불완전함은 물론이고 그 속에 담긴 법률가들의 독단과 탐욕을 귀신같이 알아채는 평범한 사람들의 통찰력, 법이 법률가의 독점물일 수 없다는 것, 무엇보다 법에서도 웃음과 인간 냄새를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책에 실린 이야기 가운데—일부 표현을 조금 바꿔—극히 일부나마 소개하여 본다.

- 변호사: 밖으로 나가서 자신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하여 당신의 마지막 한 푼까지도 쓰려하는 녀석. (72면)

- “당신의 사건을 맡기 전에 선불로 50달러를 지급해야 합니다.” 변호사가 말했다.

“좋습니다. 여기 50달러가 있습니다.” 의뢰인이 돈을 건네주며 동의하였다.

“고맙습니다.” 변호사가 대꾸했다. “자, 이 돈은 당신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할 자격을 부여합니다.”

“뭐라고요! 단지 두 가지 질문에 50달러라고요! 너무 비싸지 않습니까?”

“자, 당신의 두 번째 질문은 무엇입니까?” (76면)

- 천당과 지옥을 경계하는 담장에 달린 대문이 고장 났다. 천당 측과 지옥 측은 상대방의 책임으로 고장 났다고 싸움이 붙었다.

천당 측: 계속 우기면 변호사를 써서 소송을 하겠소.

지옥 측: 해볼 대로 해보시오. 모든 변호사는 우리 쪽에 있으니까. (109면)

- 변호사는 두 사람에게 싸우게 하여 옷을 벗게 하고는 그 옷을 가지고 달아나는 사람이다. (142면)

- 검사와 목사가 대화한다. 검사는 정직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목사가 대답하기를, “그건 당신 직업 탓일 거요. 나는 매일 정직한 사람들을 만나는데요.” 이제 검사는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자 목사님 왈. “그러나 인류는 매우 개선되었어요. 카인과 아벨의 시대에 인류는 50퍼센트가 범죄자였어요.” (151∼152면). [이 유머는 계산이 정확하지 않다. 아담과 하와가 살아 있었다고 보면 당시 범죄자 비율은 25퍼센트일 터이니!]

- 사건에 무죄판결이 선고되자 검사가 판사에게 말했다. “모든 피고인을 믿으려고 들 것 같으면 죄인은 결코 없을 거요.” 그러자 판사가 말했다. “그리고 모든 검사를 믿으려고 들 것 같으면 무죄 받는 이는 없을 거요.” (153면)

- 한 유명한 형사사건 변호사에게 사람들은 종종 그가 나쁜 사건들을 맡는다고 비난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곤 했다: “만약 내가 대주교나 동정녀들을 변호해야 한다면 무척 기쁠 텐데요. 그러나 법정에서는 그들을 거의 만나기가 힘듭니다.” (175면)

- 영국의 많은 소송 특히 유산상속은 매우 오래 끈다. 한 변호사는 그의 유언장에 다음과 같이 썼다: “사랑하는 아들아. 최상의 유산 지분으로 나는 네게 에이 경의 기름진 소송 건을 물려준다. 네 아버지와 네 할아버지는 그것으로 먹고 살아왔다. 내 아들과 언젠가 너의 손자도 그것으로 먹고살게 되도록 배려해라!” (191면)

- 판사: “경찰에서 피고인은 모든 것을 자백하였습니다. 지금은 왜 그리 완강히 부인하나요?”

피고인: “재판장님. 제 변호사가 그사이에 저에게 무죄를 확신하게 하였습니다.” (199면)

- 한 교수가 수험생에게 질문했다. “인간은 어떻게 죽는지 말해보게나.”

수험생들이 대답하지 못하자 교수 명랑하게 왈: “답은 간단해요! 인간은 유언하고 죽거나, 유언 없이 죽지요.” (2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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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석 공저 『형사소송법 제4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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