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3)-‘새봄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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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3)-‘새봄맞이’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07.26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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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새봄맞이>

설성(가명)

고등학교 재학 중인 남학생이 있었다. 그는 영화에서 검사복을 입고 법원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논리를 펼치는 정의의 사도를 보며,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저렇게 멋질까 항상 생각했다. 그리고 수많은 신문 기사와 풍문으로 떠도는 검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멋진 검사의 검사복 안에 자신을 집어넣어 보곤 했다.

자신의 철학과 고집으로 정의를 실현해보겠다는 철없지만 진지했던 그 신념으로 고등학교 재학시절 3년 내내 검사를 꿈꾸던 소년은, 대한민국의 여느 학생들이 그렇듯 ‘고3’이라는 이름을 달고, 응원을 받으며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고, 획득한 점수에 따라 간판과 전공을 적절히 맞추어 대학교에 진학하였다. 치열하게 살아가며 어느새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던, 영웅이 되고 싶다는 순수했던 꿈에는 차츰 먼지가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한민국에서도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다는 뉴스를 접하며, 마음 한 켠에 내팽개쳐 둔, 법조인의 꿈이 있다는 생각에 소년은 문득 잠이 깨었다.

색이 많이 바랬겠지, 물에 젖어 구겨졌겠지, 하는 실망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함께, 어쩌면 그대로겠지 하는 희망 섞인 두려움으로 조심스레 꺼낸 어린 시절의 꿈. 이룰 수 있을까 며칠을 고민하던 소년은, 고운 헝겊으로 고이 닦아 내고 쌓여있는 먼지를 “후” 하고 불어냈다. 변하지 않았기에 더 촌스럽고, 하지만 그만큼 순수했던 소년의 꿈은 여전했다.

그렇게 ROTC 후보생이었던 소년은, 훈육관님께 후보생 포기의 의사를 전하고, 군복무를 먼저 이행하는 것으로 로스쿨이라는 꿈을 향한 새로운 도전의 첫발을 딛는다.

전역한 후 소년은 자그마한 원룸에 들어가 졸업과 함께 로스쿨 입학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당차게 집을 나섰다. 그리고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며, 잃어버린 줄 알았던 꿈을 위하여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소년은, 전역한 이듬해 대한민국 법조인이 되는 길의 시작점이 될 로스쿨에 입학하였다. 군 복무 중 작고하신 외조모님의 묘소 방향을 향해 뜨거운 눈물로 절을 하며 시작한 소년은, 이제 당당하게 로스쿨에 합격해 학생증을 부여받고 법학을 공부하기 시작하였다.

녹록지 않았다. 소년은 옆을 볼 새도 없이 마음껏 달렸다. 아마도 함께 뛰어야 할 동료이자 경쟁자들이 더 뛰어났다는 연유에서였을 것이다. 소년은 최선을 다해 각종 시험과 학위 과정을 이수하며, 세 차례 진행되는 졸업시험에서 합격하고 졸업하였다. 그렇게 공부했지만 첫 변호사시험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부모님께서는 응원해주셨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소년은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시간을 맞이하였고 5년간 5회의 시험으로 제한된 변호사시험의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풍운의 꿈을 안고 도전하던 소년은 자신의 ‘청년’을 법학 공부에 바쳤다. 그렇게 2020년 마지막 변호사시험을 마친 소년은, 자신의 진로를 위해, 합격과 불합격을 불문하고, 장래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과외도 하고, 각종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었던 소년은 이제 더 이상 청년들이 하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었다. 택배 배달도 하고, 상하차도 하며,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준비하던 차에 다행히 기업 법무팀에서 활약할 기회를 얻었다. 변호사시험에 떨어져도 일할 곳이 있고, 합격하면 새로운 날개를 달고 날아가리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던 소년은, 로스쿨에서 배운 지식과 각종 경험을 바탕으로 첫 직장에서도 능숙하게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3월이 되어도 오지 않았던 봄이 4월에는 변호사시험 합격 소식과 함께 더욱 따스하게 오겠지 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기대했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금세 5월이 되었다. 소년에게는 봄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6월이 되어도 소년은 너무나 추웠다.

추운 여름을 보낸 소년은 웅크린 몸을 펴고 겁먹은 채로 사회에 다시 발을 내딛었다. 실력과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그 어딘가를 찾기 시작하였다. 소년은‘회사’라는 이름의 직장에서 공부하며 배운 지식과 역량을 활용할 기회를 찾았다. 그렇게 얼어있던 마음과 슬픔을 이겨내고, 늦은 시작을 하였지만 소중한 인연으로 멋진 회사에서 자신의 자리를 부여 받아 직책을 맡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변호사가 되지 못한 소년은 곧 중년을 맞이한다. 되찾은 ‘청년’의 이 시기에, 사내 법무팀에서 직책을 맡아, 부여 받은 역할을 원활하게 수행해내고 있고, 좋은 동료이자 선배로서 앞으로도 더 성장하여 회사에 큰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고자 다짐하며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따뜻하고 포근한 가정에서 아내와 아이의 배웅을 받으며 소중한 행복을 품고 하루하루 의미 있게 출근길을 나선다. 획득하지 못한 변호사 자격증의 아쉬움은 고등학교 시절의 꿈처럼 마음 한 켠에 고이 포장해두고, 이제는 새로운 발자국을 만들고자 법학전문박사 과정에 합격하여 어렵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고자 한다.

로스쿨을 졸업했으나, 여러 가지 연유로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치 못한 ‘수많은 소년’들이 있을 것이다. 그 ‘수많은 소년’들이 로스쿨에서 열정을 바치고 노력한 시간들은 결코 헛되지 않으며, 변호사가 되지 못하였어도 당신들은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더 나아가지 않았다고 하여 당신들이 노력하며 나아간 발자국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수많은 소년’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고유한 전문석사 혹은 법무석사 학위번호를 부여 받았을 것이며, 그 번호는 각자의 고유한 것이다.

사회 곳곳에서 당신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나 많고, 당신들의 가치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누구보다 알기에, ‘수많은 소년’들이 멋진 청년이 되기를 응원하는 ‘청년’이 대한민국 어딘가 분명히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

봄을 맞을 준비를 하라. 누구에게나 따뜻한 봄을 누릴 권리가 있으며, 당신에게 그리고 우리는 그 ‘누구’임에 분명한 인간이기에, 누려야 한다. 따뜻한 내년 봄이 당신의, 그리고 우리의 것이기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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