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여전히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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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여전히 유효”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07.26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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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민법 제185조에서 관습법에 의한 물권 창설 인정”
반대 “법정지상권에 대한 관습 없고 사적 자치에 배치”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여전히 법적 규범으로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甲은 자기 소유의 토지에 건물을 신축한 후 사망했고 처 乙과 자녀들인 피고들은 공동상속인으로서 해당 토지를 乙의 단독 소유로 하는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다. 이후 乙은 해당 토지를 丙(피고1)에게 증여했고 원고인 A는 임의경매절차를 통해 해당 토지를 매수했다.

A는 토지의 소유권에 기해 피고들에 대해 건물의 철거와 토지의 인도 등을 청구했으나 피고들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해 보유하고 있다며 거부했다.

이때 건물과 토지의 소유권 변동 상황을 보면 토지와 건물 모두 甲의 소유였다가 상속재산분할협의에 의해 건물은 乙과 자녀들의 공동소유, 토지는 乙의 소유로 변경됐다. 이후 증여에 의해 토지의 소유권은 丙에게 이전됐고 다시 경매를 통해 원고 A가 갖게 됐다.

이에 대해 원심은 “乙이 丙에게 토지를 증여할 당시 토지 소유자였던 乙이 건물의 상속 지분에 따른 공유자 중 1인에 불과해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에게 속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며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성립을 부정했다.

즉, 증여로 소유권이 변경될 때 토지는 乙의 소유였지만 건물은 乙을 포함한 다수의 공유자들의 소유였기에 이를 동일인에게 속한 상태로 볼 수 없으므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효력을 인정함과 동시에 “대지 소유자가 그 지상 건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서 대지만을 타인에게 매도한 경우도 건물 공유자들은 대지 전부에 대해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대법원 1977. 7. 26. 선고 76다388 판결 등)”며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다른 성립 요건이 갖춰졌는지 등을 심리했어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 환송(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7다236749 전원합의체 판결)했다.

이번 사안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그동안 대법원은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강제 경매 등 적법한 원인으로 각각 소유자가 달라진 때 건물 철거 특약이 없는 한 건물 소유자는 건물 소유를 위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고 판시해 왔다.

이번에도 대법원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관습법은 현재에도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종전 견해를 유지했다. 그 이유로 대법원은 “민법 제185조에서 관습법에 의한 물권의 창설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인정 결과 토지 소유자가 소유권 행사를 제한받더라도 이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부인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우리 법제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을 각각 별개의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하므로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분리될 때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토지의 사용관계에 관해 당사자 사이에 아무런 약정이 없을 때 보충적으로 인정된다는 점,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일정 기간 동안만 존속하고 토지 소유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건물 소유자에게 지료를 청구할 수 있는 등 토지 소유자를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같은 이유로 대법원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며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에 관한 관습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구속력에 대한 확신이 소멸했다거나 그러한 관행이 본질적으로 변경됐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며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법적 효력을 인정했다.

이에 반해 김재형 대법관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관습법의 성립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법적 확신도 없으며 전체 법질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적 효력을 부정하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그 근거로 민법 제186조의 부동산 물권변동에 관한 등기주의, 동법 제305조(건물의 전세권과 법정지상권), 제366조(법정지상권)의 제정 경위,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사적 자치의 원칙에 반하고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하며 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해침과 동시에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사회 전체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점을 들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분리될 때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공익상 필요에서 인정해 온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했다”고 의의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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