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 통신자료 제공...사후 통지조차 없다면? 헌재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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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에 통신자료 제공...사후 통지조차 없다면? 헌재 “위헌”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07.22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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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 확인
입법부에 “2023년 12월 31일까지 개정”...헌법불합치 결정
단, “통신자료 조회는 임의수사…수사기관 영장 없이 가능”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이동통신사가 수사·정보기관에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고도 정보 주체인 가입자에게 사후 통지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다만 법원 영장 없는 통신자료 취득 자체는 합헌(각하)을 확인했다.

여기서, 영장이 필요한 ‘통신사실확인자료’와 그렇지 않은 단순 ‘통신자료’의 개념적 구분이 필요한 것으로서, 각별한 이해가 필요하다.

헌재는 지난 21일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 등이 위헌이라는 4건[2016헌마388, 2022헌마126(병합)/2022헌마105, 110(병합)]의 헌법소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의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 방지를 위한 정보수집을 위한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관한 부분에 대해,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2023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결정을 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즉각 무효로 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고 입법부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시한을 정해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따라서 입법부가 이같은 헌재 결정에 따른 법 개정을 하지 않는다면 심판 대상 조항은 내년 12월 31일 이후 효력을 상실한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

헌재는 이날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는 경우, 정보 주체인 이용자에게는 통신자료 제공 요청이 있었다는 점이 사전에 고지되지 않으며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 등에 통신자료를 제공한 경우도 이런 사실이 이용자에게 별도로 통지되지 않는다”며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통신자료 취득 자체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아니라 통신자료 취득에 대한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심판 대상인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은 법원이나 검사, 수사관서의 장 등이 수사·재판·형 집행·정보수집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에게 통신자료의 열람과 제출을 요청하면 사업자는 이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을 근거로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군, 국가정보원 등이 법원 영장 없이도 이동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는 자료는 서비스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ID), 가입일 등이다.

가입자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통신했는지에 관한 정보를 담은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엄격한 규율을 받기 때문에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야만 열람이 가능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이 적용되는 통신자료는 이동통신사들이 수사·정보기관의 요청만 있으면 쉽게 제공해왔다.

다만, 가입자는 스스로 조회해보기 전에는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사·정보기관에 제공됐는지 전혀 알 수 없어서 헌법 침해적 요소가 있어 왔다는 것이다.

한편, 헌재는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를 받으면서 영장을 제시하지 않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법상 영장주의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강제처분에 적용되므로,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은 임의수사에 해당하는 수사기관 등의 통신자료 취득에는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제공 요청을 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피의자나 피해자를 특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 정보에 한정돼 있고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다만, 통신자료 취득행위의 공권력 행사성은 인정되나 그 근거 법률조항에 대하여 본안 판단에 나아가는 이상 심판의 이익(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이석태,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별개의견이 있었다.

또, 해당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이 적법절차원칙뿐만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이종석 재판관의 별개의견도 있었다.

이번 헌법소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이 2016년 제기한 것이다. 헌재는 여기에 지난해 공수처가 ‘고발 사주’ 등 수사 명목으로 기자와 시민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것이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 등을 병합해 심리해왔다.

참고로, 헌재는 2012년 8월 23일, 수사기관 등에 의한 통신자료 제공요청의 근거조항인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4조 제3항 중 ‘수사관서의 장으로부터 수사를 위하여 통신자료제공을 요청받은 때’에 관한 부분에 관하여 직접성을 부정해 각하(2010헌마439)한 바 있다.

헌재는 이번 사건에서 이같은 선례를 변경, 직접성을 인정해 본안 판단에 나아갔고, 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 제공요청을 함에 있어 사후통지절차를 두지 않은 것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셈이다.

즉 범죄수사나 정보수집의 초기단계에서 수사나 형의 집행, 국가안전보장 활동의 신속성과 효율성 및 이를 통한 실체적 진실발견, 국가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 국가안전보장 등을 위해 수사기관 등에 의한 통신자료 제공요청 자체에 관하여는 그 필요성을 인정해 해당 법률조항이 과잉금지원칙에는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해당 법률조항이 당사자가 기본권 제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 정당성 여부를 다툴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는 당사자에 대한 통지 절차를 두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수사 등의 밀행성이나 신속성에 비추어 사전통지가 어렵다면 적어도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정보주체인 이용자에게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기회를 제공했어야 한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수사기관 등에 의한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대해 적법절차원칙에 따른 절차적 요청인 사후통지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부분이 위헌(헌법불합치)임을 선언함으로써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판대상조항]

전기통신사업법(2010. 3. 22. 법률 제10166호로 전부개정된 것)

83(통신비밀의 보호)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조세범 처벌법」제10조 제1·3·4항의 범죄 중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한 범칙사건의 조사를 포함한다),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이하 통신자료 제공이라 한다)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1. 이용자의 성명

2.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3. 이용자의 주소

4. 이용자의 전화번호

5. 이용자의 아이디(컴퓨터시스템이나 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임을 알아보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를 말한다)

6. 이용자의 가입일 또는 해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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