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80-아버지의 종중에서 어머니의 종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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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80-아버지의 종중에서 어머니의 종중으로
  • 손호영
  • 승인 2022.07.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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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처음에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랐습니다. 25세가 되었을 무렵,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고자 서울가정법원에 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허가받습니다. 그는 어머니가 소속된 종중에 종원 자격을 부여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종중은 임원회의에서 그의 종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합니다.

종중의 정관에는 종원 자격에 대해, ‘본회의 회원은 □자◇자 조상의 아들 삼형제의 후손으로서 친생관계가 있고 혈족인 성년이 된 남녀로 구성된다. 단 혈족이라도 타성으로 바꾸면 후손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종원 지위 확인 재판이 시작됩니다. 종중은 ‘아버지의 성에 따라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하는 부계혈족의 후손이 성별 구별 없이 종중 구성원이 되는 것이지, 모계혈족은 종원 자격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법원은 1, 2, 3심 모두 결론이 같았습니다. 종원 자격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2005년 종중 구성원 자격에 대한 역사적 판결을 했습니다(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남자만을 종중의 구성원으로 하고 여성은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종래의 관습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봉제사 등 종중의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별만에 의하여 생래적으로 부여하거나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서...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종래의 관습법은 이제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하여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므로, 종중의 이러한 목적과 본질에 비추어 볼 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판례를 우선 인용한 뒤, 결론적으로 “민법 제781조 제6항에 따라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어 자녀의 성과 본이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되었을 경우 성년인 그 자녀는 모가 속한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으로서 당연히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판단합니다. 이유는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2005년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여성의 후손이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진 관습법으로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둘째, 헌법이념과 민법 개정취지(자녀의 성과 본에 대해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법원 허가 받아 변경가능한 민법 제781조 제6항 신설 등)를 고려하면, 모의 성과 본을 따라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게 된 후손의 종원 자격을 부의 성과 본을 따른 후손의 그것과 달리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셋째, 만약 처음부터 부모가 혼인신고 시 자녀의 성과 본을 어머니의 것을 따르기로 협의했다면 출생 시부터 그러하기 때문에(민법 제781조 제1항 단서), 그 자녀는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보아야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리는 출생 후 법원의 허가를 받아 변경한 경우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넷째, 법원의 허가를 받아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되면, 아버지가 속한 종중에서는 탈퇴하게 됩니다. 만약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면 그는 종중 구성원 자격이 박탈되니 평등 원칙에 위반됩니다.

다섯째, 종래 관습법에 의하면 양자도 양부가 속한 종중 구성원이 됩니다. 이와 같은 변동이 허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도 마찬가지로 허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선례, 헌법과 민법, 다른 사례와의 비교(형평성), 반대 논리를 적용할 경우 도출되는 부당한 결과 등의 논거 또는 논리를 들어,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결론짓습니다. “성년인 원고는 모의 성과 본에 따라 성과 본이 변경된 이상 모가 속한 종중인 피고의 종원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피고의 정관에서도 부계와 모계를 구별하지 않고 ‘혈족인 성년이 된 남녀’를 종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의 종원이고, 피고가 원고의 종원으로서의 지위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

이러한 결론에 대해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재산을 원하여 성과 본을 바꾸어 가입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합니다. 2심(서울고등법원 2017나2015421)에서는 이 점에 대해서, ① 성․본의 변경은 법원의 심사와 허가를 거쳐 자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된 경우에만 가능하고, ② 제도가 예외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근거로 원칙적인 종원의 범위를 판단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으로서 부당하며, ③ 종원은 권리만이 아니라 의무를 함께 부담하는 구성원이므로 종원 자격 부여를 반드시 이익이라고만 볼 수도 없다는 등의 근거를 들어 이를 배척합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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