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면접관의 반응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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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면접관의 반응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 김용욱
  • 승인 2022.07.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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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IB)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IB) 대표, 변호사

면접이 끝나고 나면 많은 수험생은 면접의 장면 하나하나를 매우 또렷하게 기억하는 편이다. 그 가운데 가장 잊기 힘든 것들이 면접관의 질문, 시선, 얼굴 표정들이다.

“수고했어요. 준비 잘했군요..!” 면접의 말미에 중앙에 앉아 계신 면접관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칭찬을 잔뜩 늘어놓으면, 면접자는 날아갈 기분으로 벌써 합격 통지서를 받고 연수원에서 연수받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곤 한다. 그런가 하면, 면접관이 약간 찡그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심하게 바라보며 ‘면접은 종료되었습니다. 이제 자리에 일어서 돌아가셔도 좋습니다.’라고 하면, 면접자는 온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걱정하기 시작한다. 같은 라인에 있는 친구가 오전에 면접을 봤다면, 면접이 끝나고 난 뒤 둘은 면접 장면 하나하나를 복기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경악스러운 것 중 하나는 같은 공통 질문도 물론 있지만 둘의 면접 질문이 다른 것도 꽤 있다는 점이며, 심지어 친구에게는 칭찬과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는데 나에게는 무심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구나 나에게는 이상하고 고약한 질문만 던졌고, 집요하게 꼬투리를 잡고 길게 질문을 하기도 하였으니, 어쩌면 이는 매우 편파적인 면접 운영이라는 생각에 분하여 잠도 오지 않게 된다. 합격자 발표 날까지 밤에 곤히 자는 것은 다 글렀다. 다른 라인의 친구들에게 면접이 어떠했냐고 물으면,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어떤 질문은 공통으로 물어본 것이 있는 것을 보면 뭔가 가이드라인은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이드라인이 있다면 면접 질문에 답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어, 친구는 어떻게 답변했나 하고 이야기도 다시 처음부터 나눠본다. 그런데, 친구들마다 같은 질문에 답변이 조금씩 다르기도 해서, 이거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증도 샘솟고 도대체 면접은 어떻게 평가하고 진행되는 것일까? 의문이 끝없이 생겨난다. 드디어 합격자 발표일이다. 이번 면접은 망했고, 틀림없이 떨어질 것이라 확신하며 비통해하고 있는데 합격자 명단을 보니 ‘어라? 합격했네...?’(이하 생략). 그 이후로 면접자는 면접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지 않는다. 그 후로는 무슨 질문이 있었는지, 무슨 답변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기억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흔한 모습이다. 통상 면접관은 면접자의 답변에 대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이 적정하다. 면접자들이 면접관의 눈썹 하나가 움직이는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들바들 떨고 있는 면접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면접관은 미소도 짓고, 무심결에 칭찬도 하고, 때로는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공격적인 질문을 하기도 하며, 면접 답변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마치 마음 깊이 공감하면서, ‘당신 합격이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면접관의 이러한 다양한 태도와 얼굴 표정(웃음, 찡그림, 공격적 질문 등)은 실제 평정 결과와는 별 상관성이 없다. 면접관도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니, 면접자는 그러한 면접관의 얼굴 표정과 태도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 오후로 접어들수록 50대 정도쯤 연배가 되는 면접관들은 체력이 일부 소진되고 피로감이 누적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웃음도 적어지게 되는 것이다. 면접자는 내가 또 무슨 일로 면접관의 심기를 거슬렀나 조마조마하지만, 별일 아니다. 면접자가 무엇을 잘못한 것은 아니다.

구조화된 역량면접에서라면 면접자마다 유사하게 질의·응답 과정을 진행하도록 해야겠지만, 실제로는 면접자의 반응에 따라 질문은 달라질 수 있다. 경력사항을 점검할 때에는 면접자마다 질문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력서상 공백 기간이 긴 사람에게는 공백 기간 중 어떤 일을 했는지 물어봐야 하고, 이직이 잦은 사람은 여기서 힘들게 채용하고 나면 또 얼마 안 되어 그만두고 떠나갈까 걱정되어 왜 과거에는 이직이 잦았는지를 구체적으로 묻기도 하며, 전공과 다른 영역으로 커리어를 개척하거나, 전공과 다른 직렬 시험 준비를 하면 면접관은 전환한 동기에 대해서 묻는다. 과연 새로운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성과를 잘 낼지에 대해서 묻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면접 질문이 면접자마다 달라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나만 이상한 질문을 던진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면접관은 면접자의 솔직한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약간의 압박 면접을 시행하기도 한다. 집요하게 꼬리 질문을 이어가기도 하며, 때로는 의도적으로 호통을 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연극인 셈인데, 면접자들이 이를 놓고 결과를 예단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뜨거운 여름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멋진 공무원, 변호사 등 전문자격사가 되고, 멋진 기업의 전문가가 되어 활동하는 그 날이 곧 오기를 기원한다.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이름,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역삼역, 우영우 변호사’처럼 말이다.

김용욱 인바스켓(IB) 대표, 변호사
citiz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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