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서평 : 『오토 폰 비스마르크 : 천재-정치가의 불멸의 위대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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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서평 : 『오토 폰 비스마르크 : 천재-정치가의 불멸의 위대한 리더십』
  • 신희섭
  • 승인 2022.07.15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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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외교사에서 19세기는 다극인 강대국 간 협력에 기초한 ‘협조체제(Concert system)’로 불린다. 또한, 유럽 내 강대국들에 의해서 조율되었기에 유럽협조체제라는 별칭이 있다. 유럽협조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단연코 독일제국의 성립이다. 나폴레옹의 유럽 제패, 이탈리아 통일, 영국의 제국주의, 2차 산업혁명도 있지만, 독일의 통일은 19세기와 20세기를 구분하는 1차 세계대전을 잉태했고, 그 후유증이 2차 대전으로 이어졌으며 그로 인해 유럽은 역사의 중심 무대를 미국에 넘겨주게 되었다. ‘유럽’ 시대가 가고 ‘미국’ 시대가 열린 것이다.

독일통일의 중심에 비스마르크가 있다. 독일의 정치가인 비스마르크는 “우리 시대의 중대한 문제들은 연설과 다수의 결정에 의해서 해결되지 않고…. 피와 철(blood and iron)로 해결될 것이다.”라는 의회 연설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고전이 유명하지만 많은 이들이 읽지 않는 것처럼 위대한 리더 역시 유명하지만, 대중은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 비스마르크도 그런 위대한 리더 중 한 명이다.

비스마르크에 관한 책은 역사, 외교술, 리더십 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 매우 많다. 그만큼 중요하고 대중적이라는 의미다. 이런 조건에서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이신 강성학 교수께서 『오토 폰 비스마르크: 천재-정치가의 불멸의 위대한 리더십』이란 저서를 내셨다. 출판계에서 너무나도 유명한 비스마르크를 다루기가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저자는 왜 이 비스마르크를 출판하였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의 두 가지 답변과 필자의 한 가지 해석이 있다. 저자는 2021년 11월 『헨리 키신저』를 출판하면서 키신저가 비스마르크를 얼마나 칭송했으며, 비스마르크를 얼마나 본받으려고 했는지를 소개하였다. 외교의 ‘경이로운 마법사’ 헨리 키신저의 원류이자 스승격인 비스마르크를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노학자에게 다시 한번 펜을 들게 하였다. 또 하나는 21세기에도 비스마르크는 정치-외교에 관한 훌륭한 스승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필자의 한 가지 해석은 이 글의 마지막으로 넘겨두겠다.

이 책은 “과두정 하에 불평등한 자는 평등을 원하고 민주정 하에 평등한 자는 불평등을 원한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혁명론으로 시작한다. 독일로 통일되기 전 프러시아에서 탄생한 비스마르크는 프랑스나 오스트리아와 비교해 국력이 약했던 프러시아를 통일시켰으며 자신의 시대에 영국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강대국으로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혁명가였지만, 보수주의에 근거한 ‘백색’ 혁명가였다.

이 책에서 비스마르크에 주목하고 있는 점은 두 단계(전쟁 이전과 전쟁 이후)의 비스마르크가 다른 리더십을 보였다는 것이다. 즉 독일은 덴마크, 오스트리아, 프랑스와의 전쟁을 거치면서 1871년 1월 18일 독일제국을 선포했다. 통일에 이르는 과정에서 비스마르크는 현란한 정치-외교술을 사용해 ‘혁명가’로서 현상타파정책을 편다. 하지만 통일을 이루고 난 뒤 비스마르크는 더는 혁명가가 아니었다. 그는 유럽의 안정과 평화에 대한 ‘수호자’로 변신한다. 비스마르크 자신이 “정책은 가능한 것의 기예이고 상대성의 과학”이라고 말한 대로 그는 가능한 것을 구분했고 욕망이 멈추어야 할 때를 알았다. 그는 나폴레옹의 실패를 알고 있었고, 절제가 통일된 독일을 안전하게 만든다는 점을 정확하게 인지하였다. 특히 절제를 통해 러시아와 영국을 자극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더해 ‘현상 유지’를 위한 동맹 외교가 비스마르크를 더 위대하게 만들었다. 평등을 이룬 자나 국가가 다른 국가와 다르다는 인정과 권력을 추구할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되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처럼 현상 유지를 가능하게 한 보수주의 가치관이 비스마르크 리더십의 핵심이다. 이것이 비스마르크를 경험주의적 현실주의자로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마키아벨리적인 국가관과 클라우제비츠식의 군사 전략적 안목도 비스마르크 리더십의 특징적인 부분이다.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학문적 평가가 다른 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비스마르크를 읽으면서 든 첫 번째 생각은 ‘모순과 투쟁’이다. 그는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투쟁의 장 속에 있었다. 당시 농업 귀족인 융커를 중심으로 한 후발 국가 독일은 산업화와 함께 의회를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가 강화되는 모순 속에 있었다. 또한, 어머니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었던 황태자의 부인은 독일-민족주의자 비스마르크를 싫어했다. 국제질서 역시 다자적인 협조체제 속에서 각 국가는 민족주의 갈등이라는 모순을 가지고 있었다. 비스마르크는 국내적 모순상황을 결국 국제적인 모순에 따른 투쟁에서의 승리를 통해 무마했다.

두 번째는 천재 정치인과 그 뒤에 남겨진 과제다. 수상이자 외상이었던 비스마르크는 당시 독일의 국내 상황과 유럽의 국제질서라는 위태로운 조건에서 정치와 외교라는 줄타기를 곡예사처럼 해냈다. 특히 프랑스의 보복 전쟁을 방지하면서도 러시아와 오스트리아의 영토적 대립을 동맹을 통해 현란하게 막아냈다. 이 시기를 외교사에서 ‘비스마르크체제’라고 부를 정도로 비스마르크 개인의 역량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러나 1890년 비스마르크가 거의 30년에 가까운 기간의 수상직을 내려놓았을 때, 독일외교는 답이 없었다. 독일은 러시아 관리를 포기했으며, 이후 프랑스와 러시아의 동맹에 대처할 외교정책방안 역시 부재했다. 군사정책인 ‘쉴리펜 계획’이 외교를 대체했고, 경험이 부족하고 체계적인 그림이 없었던 황제 빌헬름 Ⅱ세는 영국 왕을 부러워하면서 제국주의 정책을 수행하여 그간 독일을 지원했던 영국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외교 천재를 잃은 독일은 동맹 외교 대신 제국주의와 현상타파정책으로 주변 강대국들이 3국 협상(영국-프랑스-러시아 동맹)이라는 전대미문의 동맹을 형성하게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1차 대전이었다.

강대국에 절제는 매우 중요하다. 저자가 인용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처럼 약할 때는 다른 강대국처럼 강해지기를 원하지만, 강해지고 나면 다른 강대국이 따라오기를 거부하려는 것이 강대국의 성향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이를 방증한다. 그런 점에서 외교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외교가 무엇인지 그리고 강대국의 외교가 어떻게 절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여러 메시지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은 비스마르크 시대의 독일과 다르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다극구조에서 한국은 장기적으로는 평등을 추구하려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대한민국이 통일 한국을 이루면서 강대국이 되려는 이상적인 기획을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대한 리더십을 소개하는 정도에서 한국에도 그런 리더가 양성되기를 희망해볼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그런 리더 양성에 일조하는 것이 이 책의 기획 의도이자 이 책을 읽어보아야 할 덕목이 아닌가 하고, 필자는 조심스럽게 해석을 덧붙여 본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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