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1)-'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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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1)-'해방일지'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07.07 14: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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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해방일지>

김수현(가명)

몇 년 만에 드라마를 보았다. ‘나의 해방일지’

나는 무엇에서 해방되었을까. 지긋지긋한 수험과 불합격이라는 굴레에서, 그리고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서 벗어났다. 아쉬운 점수 차가 주는 합격에 대한 희망으로 번번이 수험을 이어갔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자신의 굴레에서 조금은 벗어나 가뿐해 보이는데, 나는 수험에서 해방되었음에도 더욱 침잠하고 있다. 희망과 목표가 사라진다는 것이 이렇게나 큰 상실감을 줄 줄은 상상치 못했다.

나는 성실하게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고, 그렇게 또 대학생 시절을 보냈고, 취업과 고시의 갈래 길에서 방황하다 로스쿨에 들어갔다. 법조인은 나에게 막연한 꿈이었지만 당장의 현실에서 그 수험의 고난에 들어서기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로스쿨에 들어가 매년 나의 꿈이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올수록 법조인이 되는 것은 더 강하고 가시적인 꿈이자 희망이 되었다.

로스쿨에 들어가 기쁘게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한 아이의 장례를 치르며 다사다난한 로스쿨 생활을 이어갔다. 매년 상복을 입게 되었지만, 슬픔은 마음 언저리에 놓아두고 희망을 꿈꾸며 성실하게 살았다. 그리고 그렇게 성실하게 5년 동안 다섯 번의 시험을 치렀다. 쉬고 싶었지만 쉴 수는 없었다. 나에게는 제한된 기회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간절하게 노력했다. 아이가 잠들고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나 공부를 시작했고, 부족한 잠은 길게 자지 않기 위해서 맨바닥에 누워 자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혼자서 어느 정도의 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어린이집 휴원이 시작되었고, 다시금 찾은 어린이집에서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밀접접촉자로 PCR 검사와 자가격리가 반복됐다. 결국 온전히 아이를 돌보며 공부했다. 미안했지만 아이에게는 동영상을 틀어주고, 나는 책을 보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래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의 끝은 오탈이었다. 따뜻한 봄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겨울보다 더 추운 봄이 되었다. 믿기지 않았다. 이제 나에게는 10년에 가까운 세월이 훌쩍 지나있었고, 나는 경력도 없이 나이만 많은 사람이 돼버렸다. 취업서류 심사에서조차 탈락하며 이 사회에서 나 자신으로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절절히 느끼고 있다. 그러던 중 변호사시험 예비시험에 관한 법안이 발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 보았지만, 로스쿨 졸업생인 나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역시나 패자부활전은 없다. 허탈했다. 단지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은 몰랐다.

어떤 동기는 내가 간절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를 돌보며 공부한 것은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말을 들으며 나 자신조차도 ‘내가 간절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게 되었다. 아이를 맡아서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그리고 첫째 아이가 심폐소생술을 받고 숨이 끊어져 가는 걸 목격한 나는 어렵게 찾아온 둘째 아이가 너무나 소중해서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었다. 구구절절 나의 상황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불합격했다는 사실만으로 나의 지난 노력이 다른 이의 시각에서 마음대로 재단되고 나의 자존감도 함께 재단되었다.

아직은 무얼 해야 할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가 없다. 숨어 있고 싶기도 하다. 오탈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것처럼 나 자신이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내가 스스로 납득하고 포기한 것이 아니라, 포기 당한 삶에 대한 갈망은 어떠한 것으로도 채워질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성실하게 살아내고자 한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색하며 도전하고, 예전과 같이 하루의 일과를 성실히 해내며 살아갈 것이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나는 나답게 살아낼 것이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언젠가는 사회에서 나의 이름으로 나의 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숨고 싶지만, 하루를 더 충실히 살아내기 위한 용기의 첫걸음이 마중물 프로젝트 지원이었다. 이사장님께서 오탈자들을 위로해주시는 마음과 신경 써주심에 너무 감사했기에, 또한 함께 다섯 번의 고배를 마신 분들께 그간 고생이 많았다는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었기에 지원하였다. 모쪼록 나의 위로가 우리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우리의 하루에 웃음이 더욱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 모두 최선을 다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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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7 17:37:58
신규변호사수를 통제해서 소수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들이 욕심에 눈이 멀어 자기들 마음대로 변시합격률을 후려쳐놓고 그것을 무마시키려 온갖 말장난과 숫자 상의 눈속임을 총동원해서도 겨우 50%내외인 상황이니.. 그들에겐 자신들의 소수기득권 수호라는 탐욕 외엔 그 무엇도 눈에 보이지 않을테니 거기에다 대고 무슨 말을 한들..

고생 2022-07-07 17:12:48
어떤 위로도 되지 않겠지만 고생 많으셨습니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서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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