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69)-정치적 배신을 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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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69)-정치적 배신을 피하는 법
  • 강신업
  • 승인 2022.07.0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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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원래 사람의 믿음은 유리처럼 깨지기 쉬워서 권력이나 사랑이 개입되는 경우 바로 깨질 수 있다. 가령 셰익스피어의 <두 귀족 신사>라는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인 두 사나이는 어느 날 감옥에 갇히게 되는 데 같이 있기만 하면 감옥 생활도 즐겁다고 할 만큼 돈독한 우정을 자랑한다. 하지만 어느 날 감옥 창살 밖의 여자를 보는 순간 두 남자는 동시에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등 입씨름을 하다가 급기야는 결투까지 벌인다.

배신을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정치인들이다. 정치적 배신은 너무도 비일비재해서 일일이 열거조차 어렵고, 그 후과는 여느 배신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대표적인 것이 ‘브루투스’의 배신이다. 로마의 지성으로 카이사르의 사랑을 누구보다도 많이 받았던 브루투스의 칼에 찔린 카이사르의 말 “브루투스! 너마저?”에는 정치적 배신의 아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이를 반영하듯 단테는 <신곡>에서 9개 지옥 중 9옥에 배신자 브루투스를 위치시켰다. 자기를 키워준 은인을 배신한 브루투스를 단테가 지옥 중에도 가장 나쁜 지옥에 위치시킨 것이다.

정치적 배신 중 또 유명한 것은 ‘리어왕’의 두 딸, 고너 릴과 리건의 배신이다. 리어왕은 두 딸에게 모든 걸 물려주고 은퇴해서 딸들에게 의탁하며 편안하게 살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하지만 은퇴한 리어가 첫째 딸 집에 가서 거주하는 첫 며칠 동안 희망은 벌써 무너진다. 큰딸 고너 릴은 리어에게 시종의 수를 반으로 줄이게 하는 등 푸대접을 한다. 화가 난 리어는 둘째 딸 리건의 집으로 가지만 리건은 아버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다시 언니 집으로 가라고 한다. 한 달 후에 올 때는 시종의 수를 다시 반으로 줄여서 오라는 조건도 덧붙인다. 권력을 전부 이양한 그냥 힘없는 노인일 뿐인 리어는 신하 하나와 광대 하나를 데리고 황야로 나선다. 오갈 데 없는 왕을 충신 하나와 광대가 자진해서 따라나서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리어의 두 딸이 하는 행동은 배신의 막장 드라마 그 자체다.

배신이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믿음을 등지는 행위다. 그런데 인간으로서 비난받아야 할 행동임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왜 배신을 할까? 배신으로 인한 이득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배신은 이득이 크다. 그래서 정치적 배신은 골육상쟁까지 부른다. 가령 리처드 3세, 존 왕 등 혈육을 죽이거나 밀어내고 권력을 쟁취하는 인물이나 하극상으로 왕위에 오르는 헨리 4세나 맥베스는 최고의 정치적 배신자들이다.

그렇다면 정치적 배신을 막는 방법은 없는가? 정치 사기꾼을 감별하는 능력은 배신을 막는 데 필수다. 사람들도 동물처럼 길든다. 정치 사기꾼들은 바로 이를 이용해 지금 당장이 아니라 내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내일의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정치인들은 이들에 쉽게 속는다. 하지만 오늘도 모르면서 내일을 말하는 정치 사기꾼을 그대로 믿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하루 날씨도 수시로 변하는데 어떻게 내일 사람의 마음을 확신하겠는가? 정치적 배신을 피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배신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라고 한다면 사람은 누구나 배신의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평소 믿음이 곧 무배신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고 늘 경계해야 한다. 믿음 자체가 가까운 사람 사이에만 성립할 수 있으므로 믿음이 있다는 것과 배신이 없다는 것이 등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좋은 관계는 서로에게 이득을 주는 한도 내에서 가능할 뿐이다. 정치 역시 결국 이득을 목적으로 하므로 정치적 의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배신을 피하는 좋은 방법은 늘 객관적인 처지에서 생각하고 상황을 주관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또 사람의 천성이란 하루 이틀에 절대로 변하지 않는 법이니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에서 미래를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아테네의 타이먼>에서 부자였던 타이먼이 베풀 때는 친구였던 자들이 돈이 떨어지자 전부 돌아서는 얘기는 참고할 만하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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