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0)-'예상치 못한 위로의 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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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10)-'예상치 못한 위로의 손길'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06.30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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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예상치 못한 위로의 손길>

나인수(가명)

최종적으로 탈락한 지도 어느덧 2년이 지났고 회사 일은 바빴다. 돈을 버는 일의 고단함이 일상을 지배하면서 오탈의 아픔은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로스쿨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될 때, 뉴스에서 올해의 변호사 시험 결과가 나올 때 여전히 그 좌절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음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짧은 인생 중의 자그마치 5년을 오로지 하나의 목표에만 쏟아붓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 것이다. 이런 드문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느끼는, 최종적인 실패가 주는 허탈감은 다른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다.

그래도 인생은 굴러가는 것이고 나는 일을 해야만 했다. 바로 취업을 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대범한 척하려고도 해봤고 관심 없는 척도 해보았지만, 가끔씩 드는 후회의 감정들이 일상의 순간을 망치기도 하였다. 그러다 누군가 알려준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덕분에 지원금을 받고 나는 울릉도로 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이지만 훨씬 접근하기 까다로운 섬. 절해고도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외로운 섬. 긴 수험생활 동안의 내 처지와 닮았다. 늘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결심하기 어려웠는데 마중물 프로젝트의 지원 덕분에 훌쩍 떠날 수 있었다.

강릉에서도 3시간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했다. 파도가 심하면 5시간도 넘게 걸린다고 한다. 저동항에 도착하니 반겨주는 것은 반듯하게 대나무에 꿰뚫려서 부둣가 길옆에 수없이 걸려있는 오징어들. 늘 보고 싶었던 나리분지와 울릉도의 정상인 성인봉. 스노클링 장비를 차에 싣고 다니다 맘에 들면 언제든 뛰어들었던 거북바위, 사동해수욕장, 학포, 태하항의 그 맑은 동해 바다. 내수전 전망대로 향하는 석포 옛길 트래킹.

일주일 동안의 이 모든 추억들을 뒤로 하고 다시 저동항에서 배를 타고 육지로 나오면서 언제 또 다시 올 수 있을까, 이미 울릉도가 그리워지기 시작하였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마음은 무겁기만 하였다. 그러나 수험생활 5년과 시험 결과가 나오자마자 바로 쉼 없이 달렸던 직장생활 2년의 찌든 때 한 꺼풀이 벗겨지는 기분이었다.

마중물의 도움이 없었다면 연차를 쓰고 울릉도에 다녀올 생각은 차마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 안에 깊이 뿌리박힌 좌절감과 패배감도 그대로 인정하고 내가 새로 가꿔온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와 울릉도가 내게 준 선물은 바로 위로였다.

꼭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서 떠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그 행위 자체가 여행의 전리품이었다. 변호사 시험을 통해 내가 얻고 싶었던 것은 껍데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겠다. 변호사가 되어도, 그리고 변호사가 꼭 아니라도 일을 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다르지 않다. 그 일상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길었던 수험생활과 탈락의 경험을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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