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골 때리는 그녀들 : 축구에 진심인 그녀들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골 때리는 그녀들 : 축구에 진심인 그녀들
  • 신희섭
  • 승인 2022.06.23 1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흥미를 느끼고 보다가 관심을 두게 된 프로그램이 있다. SBS의 예능 프로그램인 ‘골 때리는 그녀들(약칭 골때녀)’ 이야기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최고 시청률이 10.2%나 된다.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데는 제각각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처음 보았을 때 상반되는 두 가지가 교차했다. “과연 이들이 어떤 경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의 첫 번째는 ‘걱정’이었다. 모든 팀 스포츠가 그렇지만, 축구는 훈련받지 않은 사람이 하면 보기가 어렵다. 그저 하는 사람만 즐거운 경기가 된다. 게다가 여성의 경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도 있고.

“과연 이들이 어떤 경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의 두 번째는 ‘흥미’였다. 각자 다른 분야의 참가자들이 평소의 이미지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대표적인 것이 여성 아나운서와 여성 모델이다. 속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에게는 예쁘고 지적이고 날씬하고 부드러울 것이라는 그래서 운동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전형적인 편향(bias)이 있다. 확실히 옛날 사람이라.

그래서 프로그램이 시작하고 몇 번 보다가 중간에 포기했다. 받쳐주지 않는 실력과 약한 체력에 ‘몸 따로 맘 따로’인 상황이라 ‘운동’경기보다는 ‘체벌’ 받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반전.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달라졌다. 예능으로 시작했는데 이게 뭐라고 참가자들이 죽기 살기로 연습을 한다. 그리고는 조금씩 경기 능력이 좋아졌다. 팀 경기 특성상 팀원이 전체적으로 잘해야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 모두 편하다. 규모의 경제가 여기도 작동하는 것이다. 팀 전체 능력이 좋아지면서 점차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인기도 상승하였다.

골때녀 인기가 좋아지면서 미니 축구 버전인 풋살 인구도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을 중심으로 풋살 동호인들이 많이 늘어나면서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골때녀도 분석의 의미는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왜 많은 이들이 골때녀에 관심을 가질까? 다섯 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승부에 대한 ‘진심’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축구선수도 아니고, 전직 운동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진심으로 축구를 대하고, 불꽃 같은 승부욕을 보여준다. 운동장에서 아나운서나 모델의 전형은 사라진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땀을 흘리며 바닥을 구르는 아나운서 윤태진과 모델 이현이는 축구경기 시간엔 그저 승부에 진심인 ‘선수’일 뿐이다.

둘째, 도전과 성장 이야기가 있다. 어쩌면 성장 드라마나 스포츠 드라마의 클리셰를 답습하는 듯하다. 하지만 여기서는 각본대로만 되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남아있기를 원하는 팀도 경기에 지면 탈락한다.

셋째, 젠더로서 여성의 ‘전형(bias)’을 깬다. 흔히 운동하지 않았던 여성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다. 잘 뛰지 못하고 우왕좌왕할 것 같은. 실제 프로그램 초반에 참가자들의 체벌 받는 듯한 모습에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팀워크도 잘 맞고 실수도 많이 줄이면서 사회적 차원에서 여성의 편견도 깨지고 있다.

넷째, 공동체로서 팀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축구는 한 사람만으로 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각자 맡은 역할이 중요하다.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팀이 패배할 수 있다. 이런 팀워크에 대한 압박은 구성원을 극단적으로 피로하게 할 수 있다. 반면 반대로 성취감은 개인 혼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면 미안해서 울고, 이기면 같이 이루었기에 운다. 지난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 경기나 동계 올림픽에서 여자 컬링경기를 생각해보라.

다섯째, 스타플레이어가 있다. 운동 선수급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의 경기지배력은 대단하다. 배우 박선영, 가수 송소희, 이강인 선수의 누나인 이정은은 환상적인 볼 처리와 슈팅 능력을 보여준다. 다른 이들이 맡은 바 역할을 묵묵히 해낼 때 이들은 화려한 기술로 드라마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마치 삼국지 속 영웅들처럼.

공동체주의의 개념을 빌리자면 ‘서사(narrative)’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서사는 긴 시간을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땀을 흘리며 서사의 토대를 만든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과정에서 승자가 되기도 하고 패자가 되기도 한다. 이 치열한 과정이 우리 삶과 닮아있을수록 서사는 위안이 되거나 위로가 될 수 있다.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일에 대한 대리만족을 통해서든, 실제 삶의 변화를 가져오든 서사는 힘이 있다. 골때녀는 이런 서사에 필요한 것을 모두 가지고 있다. 게다가 다른 서사처럼 누군가 패배했다고 지나치게 처벌받지도 않는다. 그래서 마음 무겁지 않게 즐기게 해준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