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67)-침묵, 연설보다 깊은 웅변!
상태바
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67)-침묵, 연설보다 깊은 웅변!
  • 강신업
  • 승인 2022.06.17 1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로마 시대의 대표적 정치가이자 웅변가로 알려진 키케로는 침묵의 중요성에 대해 “침묵은 외침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는 또 “침묵은 화술에서 최대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사상가 칼라일은 침묵의 가치에 대해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라고 했고, 독일의 시인 보덴슈테트는 “현명하게 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현명하게 침묵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라고 했다.

우리가 침묵을 피하고 보통 말이든 오락이든 시끄러운 소리를 택하는 이유는, 침묵은 때로 혹독한 고독이기 때문이다. 침묵은 때로 불편하고 침묵은 때로 어색하고 무례하다. 이 때문에 침묵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호소하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하나의 절실한 표현 수단으로써의 멈춤일 때 더 빛을 발한다. 침묵이 잘 사용될 때, 말은 비로소 언어 이상의 언어가 된다. 대화 중 침묵은 여러 의미를 만들고 여러 가치를 만들고 여러 분위기를 만든다.

침묵은 그저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때로 우리는 겉으로는 침묵하지만, 속으로는 상상 속의 누군가와 혹은 자신과 힘든 싸움을 한다. 이때 침묵은 미완성이다. 우리가 마음속에서 타인을 받아들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침묵은 완성된다. 우리가 흥분하고 불안할 때, 용서하지 못할 때 침묵은 깨지고, 우리가 마음과 영혼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때 비로소 침묵은 완성된다. 침묵은 단순 소박함을 취하는 것이다. 침묵한다는 것은 내 생각과 걱정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침묵은 내 힘과 능력이 닿지 않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침묵의 순간은, 비록 길지 않아도 그 자체로 거룩한 정지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인 2011년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애리조나 대학에서 1만4000명의 청중에게 연설하던 중 침묵의 가치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는 애리조나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서 숨진 9세의 크리스티나 그린을 추모하다가 감정을 추스르느라 51초간 연설을 중단했다. 그는 연설에서 숨진 ‘9·11 희망둥이’ 그린을 거론하며 “나는 우리의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상상한 것처럼 좋은 것이었으면 한다”라며 “우리는 모두 우리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연설을 중단한 채 한동안 오른쪽을 쳐다보다가 심호흡을 한 뒤 눈을 깜박거리며 감정을 추슬렀다. 침묵이 길어지자 청중은 환호성으로 오바마를 격려했고 51초 뒤 그는 연설을 다시 이어갔다. 당시 오바마의 연설에 대해서는 뉴욕타임스(NYT)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유수 언론들과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등 유수의 정치인들이 국민과의 감정적인 소통에 성공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침묵은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침묵은 사람을 쉬게 한다. 침묵은 사람의 마음에서 분주함을 덜어내고 서두르지 않게 한다. 말은 소비하게 하지만 침묵은 절약하게 한다. 말이 많을 때는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 하거나 자기 자랑을 늘어놓거나 남을 비방하거나 싸울 때다. 말이 많다는 것은 불안정하다는 것이고 문제가 많다는 것이고 잃을 것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말 많은 시대, 말을 피하기란 어렵다. 때로는 의도하지 않았던 말을, 의도하지 않은 때에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말은 의도하지 않은 파장을 낳고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번거로움을 피하는 방법은 침묵 속에 침잠하는 것이다. 침묵 속에서 미움을 없애고 자신을 위로하는 것이다. 우리가 침묵 속에 고요할 때, 우리 마음엔 내적 평화가 찾아온다. 침묵은 자신을 찾는 소박하지만 분명한 길이다. 사람의 도의는 침묵 속에서 싹트고 사람의 덕성은 침묵으로 길러진다. 사람의 정신은 침묵으로 안정되고 사람의 기운은 침묵으로 축적된다. 사람의 언어는 침묵으로 깊어지고 사람의 사고는 침묵으로 고양되며, 사람의 허명은 침묵으로 줄어들고 사람의 실질은 침묵으로 더해진다. 재앙은 침묵으로 멀어지고 행복은 침묵으로 모인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침묵을 더 가까이해야 한다. 그 연설보다 깊은 웅변을!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