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8)-'지나간 좌절은 짧고, 당신의 오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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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에세이(8)-'지나간 좌절은 짧고, 당신의 오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06.14 11: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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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는 로스쿨에 재입학해 수료를 해도 다시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절대적 응시 금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위 오탈자들은 10년 여의 시간 동안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하고도 법조인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이에 사랑샘재단(이사장 오윤덕)은 제도의 사각에 놓인 오탈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200만원의 마중물 지원금이 지급되며 지원금은 여행, 새로운 진로를 위한 공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과 활동 등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지원 대상자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약속이 되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도전을 결심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과 사색 등을 담은 에세이 1편을 1개월 내에 사랑샘재단에 제출하면 된다. 에세이의 형식이나 길이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으며 익명으로도 참여가 가능하다.

지원금 신청 시에는 ①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 참여 동기 또는 계획의 요지를 기재한 신청서 1통(사랑샘재단 홈페이지 소정양식) ② 로스쿨 석사 학위증 등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 해당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③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사본 ④ 온라인 송금 수령 계좌번호 ⑤ 에세이가 익명으로 발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이를 사전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

사랑샘재단의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 관해 문의사항이나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메일 ydoh-law@hanmail.net, 전화 02-3474-5300으로 연락을 하면 된다. -편집자 주

<지나간 좌절은 짧고, 당신의 오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배맑음(가명)

언젠가는 꼭 한번 이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지방의 소위 ‘서민’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보통의 동네에서 보통의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 왔고, 그 와중에 그나마 약간의 성실함과 근성으로 서울의 중위권 대학 법학과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법학과에 입학하자마자부터 제 꿈은 변호사였습니다. 그저 멋있어 보이고, 사회적 지위가 있고, 부모님이 좋아하시겠다! 라는 점도 한몫했지만, 그 기저에는 ‘모든 사람이 송사에 얽히는 데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의든 타의든 한 사람의 꼬인 인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라 대학교 재학 중에도 편의점 등 아르바이트를 하였으나, 공부는 늘 열심히 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로스쿨이라는 제도가 도입되었고, 난이도가 높은 사시보다는 로스쿨에 입학해 빨리 꿈을 이루어도 괜찮겠다 싶어 대학교 졸업을 하자마자 지방의 로스쿨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로스쿨은 어중간한 서민이자 모아놓은 돈 없이 대학 졸업 후 바로 입학한 저 같은 학생이 감당하기에 생각보다 경제적으로 버거운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이미 은퇴하신 나이셨고, 차라리 기초생활수급자였다면 학비 지원을 받았을 텐데 학업 장학금을 뺀 나머지 등록금은 다 내야 하였으며 비싼 책값에, 인터넷 강의비, 용돈 등 한 학기에만 마이너스 되는 돈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결국, 그 비용은 로스쿨 내내 마이너스 통장, 학자금 대출로 충당했습니다. 지나고 나니 조금 서글픈 이야기인데 로스쿨을 다니며 마음 편하게 동기들과 커피 한 잔 밥 한 끼 먹은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늘 아끼고 살아야 한다는 돈 걱정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아껴 살면서도 변호사가 되겠다는 희망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로스쿨 3학년 여름방학에 집안 사정이 급격히 안 좋아졌습니다. 불행은 한 번에 온다고 했던가요. 그나마 소일거리를 하시던 아버지가 사기 사건에 휘말리면서 수입은커녕 가계는 더더욱 마이너스 상태가 되었고, 어머니는 지병이 생겨 안정을 취해야 하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저밖에 없었는데, 사지육신만 멀쩡하지 금전적인 문제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피폐해진 상태에서 결국 생존을 위해 가장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혼자 살겠다고 가족을 신경 쓰지 않은 채 공부만 하는 것은 너무나 사치였습니다. 까딱하면 정말 생활고로 죽을 뻔했으니까요.

아르바이트를 로스쿨 3학년 2학기부터 했습니다. 다행히 이수 학점이 얼마 남지 않아 남는 시간에 보험사 아웃바운드도 해보기도 하고 파트타임으로 학원에서 아이들도 가르쳤습니다. 짬을 내어 공부하여 졸업시험은 통과하였지만 역시 변호사시험은 부족이었습니다. 변호사시험에 떨어진 것을 확인하던 그다음 해에도 저는 계속 아르바이트 중이었습니다.

변호사시험을 졸업 후 5년 내 치러야 한다는 압박감에 낮에는 일, 저녁 시간에는 시간을 내서 공부만 하는 미련 담긴 악순환을 계속해 왔습니다. 중간에 계약직으로 취직해 회사에 다니느라 2년은 변호사시험은 보지 못하기도 했지요.

로스쿨 졸업 후 약 5년의 세월 동안 참 바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정기적인 수입 덕분에 집안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다행히 제 가족은 지켰습니다. 부모님의 건강도 정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흘러 5년이라는 시간제한 속에 제 가족은 지켰지만 결국 변호사시험장에 들어가지 못하기도, 낙방하기도 했습니다.

일을 하며 나 자신보다 가정을 챙기면서 정신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안정화가 되니 못다 이룬 꿈이 생각났습니다. 이는 갑자기 어느 순간 저에게 큰 좌절로 다가왔습니다.

5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결국 나의 꿈은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고 남은 것은 수천만 원의 학자금 대출. 심지어 내가 그토록 이루고 싶었던 꿈은 ‘환생’을 해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희망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나는 왜 부자로 태어나지 못해 다른 로스쿨 동기들처럼 마음 편하게 공부를 하지 못했는지 원망도 해보았고, 이 5년이라는 기간 제한을 둔 제도를 설계한 나라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주제넘은 선택을 한 나 자신에 대한 원망과 자책도 당연히 들었습니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변호사시험, 로스쿨 관련 단어만 보이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피하고 있고 밤에 자려고 누웠다가 이불을 찰 때도 있습니다. 제도에서 버림받았고 사회에서 쓸모없는, 로스쿨 나와서 변호사시험에 합격도 못 한 능력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좌절감이 가끔 머리를 강하게 때렸습니다.

사실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서 가장 감사했던 것은 제도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버림받은 기분을 위로받은 것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생각해주지 않았고, 소외되었고 오히려 조롱받는 세상에서 그나마 어느 한 사람, 한곳이라도 내 마음을 이해해 준다는 생각에 너무나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가장으로 살아오며 부모님을 봉양하고 학자금 대출과 로스쿨 생활시 사용한 마이너스 대출을 매달 갚느라 한 번도 저를 위해 마음 편하게 무언가를 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다른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고 싶어도 강의비가 아까워 여러 번을 망설였습니다.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에서 지원을 받고 정말로 마음 편하게 치킨과 맥주를 주문해보았습니다. 사소하지만 나를 위한 치킨 한입과 맥주 한 모금,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지만, 누군가는 나의 인생을 위로해준다는 기분에 용기가 생겼습니다. 지원받은 만큼 또 새로운 꿈을, 새로운 공부를 해볼 계획도 세워보았습니다.

변호사는 환생해야 될 수 있겠지만, 인생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꿈을 긷는 마중물 프로젝트’를 포인트 삼아 아직 짧은 나의 인생이, 나의 선택이 그래도 헛되지 않음에 위로받고 그야말로 새로운 꿈을 찾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봅니다. 제가 70~80세가 되었을 때 로스쿨에 진학했지만, 변호사가 되지 못했던 것이 별일 아니었던 것처럼 말할 수 있도록 또다시 힘을 내고 용기를 내어 열심히 살아볼까 합니다.

아마 저보다 더 힘든 사정으로 변호사의 꿈을 이루지 못하신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약간은 추상적인 말이기는 하나,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일에 좌절하기보다는 ‘오늘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면 좋은 일이 있으리라.!’ 희망을 품어보는 파이팅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좌절감과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주신 사랑샘 재단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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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 2022-06-15 12:46:22
안타깝고 감동적이네요..ㅠㅠ
응시제한이라 참... 국가가 너무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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