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식량위기와 식량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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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식량위기와 식량안보
  • 신희섭
  • 승인 2022.06.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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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07년 아프리카에서 폭동 발생. 2008년 아이티 폭동 발생. 2010년 이집트 민주화. 2011년 시리아 내전. 공통점은 ‘식량 위기’다. ‘방아쇠 효과.’ 그렇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위기가 기근, 혁명, 전쟁, 궁극적으로 국가의 붕괴로 이어지는 것이다.

국제시장에서 밀가루, 옥수수, 식용유 등의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다. 세계식량가격지수(2014년에서 2016년간 평균가격)를 100으로 잡았을 때 식량 가격은 2022년 4월 기준으로 158이고, 곡물은 170이고, 식물성기름은 237이나 된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오르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산 식량을 수입하는 아프리카의 가난한 국가들에서 기근으로 3억 명이 굶을 것으로 예상한다. 더 많게는 전세계 7억 명이 식량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식량 위기는 크게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 금지나 해바라기유 수출 금지로 가격이 뛰고 있다. 공급망이 불안하게 되자 자국산 식량 수출을 금지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인도는 밀과 설탕, 태국은 쌀, 말레이시아는 닭을 수출제한하였다. 6월 7일 기준 식량수출금지 국가는 20개국으로 늘었다.

둘째,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의 차질이다. 사실 식량 위기는 2022년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2020년부터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공급과 유통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수에즈운하의 에버그린호사건 이후 맥도날드 감자튀김이 사라진 것이 대표적이다.

셋째, 기후변화라는 구조적인 요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식량 위기는 계속 논의됐다. 과학자 단체인 IPCC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후 1도 상승했다고 한다. 물리학의 분석에 따르면 이 정도 온도를 올리려면 200년간 매초 4개의 원자폭탄 폭발이 필요하다.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오르면 아열대 국가의 경우 식량 생산이 10~15% 감소할 것이다. 2100년까지 3도가 높아지면 30~40%의 식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있기 전에도 기후변화로 아프리카 일부가 가뭄이 되고 사막화가 되어 2020년에는 1억 명이, 2022년에는 3억 명 이상이 굶을 것으로 예측한 연구도 있다. 더 나가 기후변화는 수온 상승과 수자원 체계를 붕괴시키고, 인도양에서는 사이클론으로 메뚜기 떼를 양산해 농작물을 마구 먹어치우게 했다.

식량 위기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에는 식량이 가지는 특성과 공급망체계도 한몫한다. 식량은 계절적인 요인과 함께 낮은 수요 탄력성을 가지고 있다. 일정량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특정 시기에 공급이 조금이라도 부족해지면 가격은 천정부지가 된다. 게다가 몇 개의 특정 국가가 공급망을 책임진다. 그래서 취약성은 더욱 강해진다. 실제 밀 생산 1위인 중국은 올해 폭우로 고생산의 차질을 겪고 있다. 2위인 인도는 50도가 넘는 이상고온 증상에 애를 먹고 있다. 여기에 더해 전세계 곡물 시장의 80%를 장악한 곡물 메이저들(카길 40%. ADM 16%, LDC 12%, 병기 7%, 앙드레 5%)의 공급통제도 문제다.

마지막으로 소비 변화도 중요 요인이다. 육식이 증대하면서 곡물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14억이 넘는 중국인들은 개혁개방 이전과 비교해 육류 소비량이 14배 증대했다. 이처럼 많은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료인 곡물 수요가 폭증한다.

세계 식량 위기에서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식량자급률(사료를 제외한 국내생산비율)은 46%지만, 곡물 자급률(사료를 포함한 국내생산비율)은 23%에 불과하다. 세계평균 곡물 자급률인 101.5%와 비교하면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7대 식량 수입국인 한국은 쌀의 자급률만 92%이고, 쌀농사가 한국 전체 농업의 80%를 차지하는 매우 취약한 구조다. 1970년에서 2018년까지 한국은 농업인구가 85%, 농지면적은 30%가 감소했다. 1970년 1인당 쌀 소비량은 136kg에서 2018년 61kg으로 두 배 이상 하락했다. 반면 한국도 육류 소비는 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의 수입 곡물 1,500만 톤 중 990만 톤이 사료로 쓰고 있고. 곡물 수입량은 1970년에서 2018년까지 7배 이상 증가했다. 결국, 밀의 0.9%, 옥수수의 0.8%만 자급하고 있다.

한 마디로 한국은 식량안보에서 매우 취약하다. 식량안보란 인구증가, 재난, 전쟁에 대비해 일정량의 식량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발 식량 위기가 끝이 나도 미·중 대결과 글로벌 가치 사슬에 대한 세계화의 축소와 공급망 변화와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위기는 남을 것이다. 좀 과한 듯하지만, 1960년대 보릿고개가 재발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국도 식량 위기와 식량안보에 대한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만한 크기에 인구가 580만 명에 불과하고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싱가포르는 한국보다 불리한 조건에서도 2018년 식량안보지수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의 전략은 한 국가에 공급의 30% 이상을 의존하지 않는 수입 다변화 전략을 사용해 취약성을 통제하는 것이다. 국토의 1%만이 경작지인 상황에서도 2030년까지 자급률을 30%까지 높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스마트 팜(기술 혁신 농업)’을 활용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곡물 자급률을 2018년 기준 29%까지 높였다. 5년마다 일본 정부는 ‘식량농업농촌기본법’을 수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협에 해당하는 농업그룹은 미국 내에서 곡물 엘리베이터를 가지고 있다.

한국에도 포스코 인터내셔널 같은 선구적 기업도 있다. 식량의 무기화 가능성을 일찍 파악하고,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2018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터미널 지분 75%를 인수해 한국 최초 곡물 수출 터미널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

어떤 기업인이 삼성전자와 SK 중에서 자원에 투자하는 SK가 더 안정적인 미래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자원의 중요성은 부정하기 어렵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공급망이 불안해지면 매번 고통을 받는다. 이번 위기에서 교훈이 있으면 좋겠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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