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1만 시간의 법칙’의 진의
상태바
[기자의 눈] ‘1만 시간의 법칙’의 진의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06.03 11:3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통해 널리 알려진 ‘1만 시간의 법칙’은 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Daniel Levitin)이 제시한 이론으로 그는 연구를 통해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 마스터가 되려면 1만 시간이 연습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해 다니엘 레비틴은 “작곡가, 야구선수, 소설가, 스케이트 선수, 피아니스트, 체스선수, 숙달된 범죄자, 그 밖에 어떤 분야에서든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어느 분야에서든 이보다 적은 시간을 연습해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탄생한 경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어쩌면 두뇌는 진정한 숙련자의 경지에 접어들기까지 그 정도의 시간을 요구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후 1만 시간의 법칙은 ‘꾸준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로 널리 회자됐다. 기자 역시 관련 책들을 직접 읽은 것은 아니지만 웹서핑을 하거나 큰 성과를 낸 이들을 조명하는 기사를 읽으면서 종종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글과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글 중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이 흔히 알고 있듯이 꾸준한 노력을 강조하는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언급한 저자가 강조하려고 했던 진짜 의도는 1만 시간을 꾸준히 노력하기 위해 요구되는 배경의 격차에 관한 문제를 말하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즉,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한데 사회적,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사람들은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없기에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길이 막혔고 그런 환경적 격차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모든 정보가 진실은 아니고 해당 저서를 직접 읽은 것이 아닌 상황에서 그 글의 진위 여부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현존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접한 한 변호사시험 평생응시금지자의 에세이는 1만 시간의 법칙이 갖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는 사회·신체·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전형으로 로스쿨에 입학했지만 동시에 성적 우수자이기도 했다. 하지만 첫 번째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했고 이후 생활비, 수험비용에 학자금 대출이라는 거대한 경제적 압박을 받아야 했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일을 하면서도 공부에 손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했지만 변호사시험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그는 우회로도 없고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는 현행법 하에서 법조인이라는 꿈을 영영 이룰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는 억울하다고 했다. 때로는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몸도 마음도 지칠 수밖에 없는 고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손에는 암기할 내용을 적은 종이를 가지고 다니며 공부를 할 정도로 허용된 시간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지만 합격이라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만약 그가 다른 환경에서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는 돈만 많았다면, 다른 수험생들처럼 학원 강의를 듣고 스터디도 하고 공부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자신은 로스쿨 제도를 위한 들러리였던 것 같다며 특별전형이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별전형은 사법시험과 대비되는 로스쿨의 장점으로 자랑스레 언급되는 제도지만 졸업과 동시에 아무도 그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지켜주기는커녕 오히려 오탈제로 옥죄고 있다.

물론 노력이 합격을 보장할 수는 없다. 모두에게 공평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남들보다 느리고 더 힘든 길이라고 해도 끝까지 걸어서 기어코 1만 시간의 노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 정도는 줘야 하지 않을까.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1 2022-06-03 19:41:56
이게 다 변시합격률을 부당통제해놓고 거기서 파생된 모든 모순과 문제들을 제일 힘없는 약자인 학생들을 희생시켜서 적당히 뭉개고 넘기려는 것에서 기인한거죠

시험구성이나 일정, 기수 별 합격률 형평성과 합격자 산정방식 등등 뭐하나 일관성이나 공정한 것이 없음에도 그저 합격자수 줄여서 기존 변호사들의 소수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제도운용을 하니 바뀌는게 없죠

ㅇㅇ 2022-06-03 14:57:10
좋은기사 감사합니다. 하루빨리 응시금지제도가 폐지되어서 저런분들이 다시 공부할수 있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