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04)-군형법상 동성애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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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04)-군형법상 동성애 처벌
  • 신종범
  • 승인 2022.06.0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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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
신종범 변호사

2017년 군인 간 동성애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남성 동성애자 전용 채팅앱에 병사와 지휘관의 성관계 동영상이 올라왔고, 군검찰은 성관계를 맺은 두 사람을 찾아내 구속했다. 이후 군 수사기관은 이들과 연락한 군인 30여명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수사와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동성애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다고 하지만 일반인이 동성 간 성행위를 했다고 처벌하거나 법적인 불이익이 가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군인 간 동성애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추행죄’라 하여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군인, 군무원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군인 간 발생한 동성애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해왔다. 이 규정과 관련하여서 범죄주체와 범죄대상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일반인은 이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즉, 군형법은 특별한 범죄를 제외하고는 군인이나 군무원(이하 ‘군인 등’)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군인 등만이 군형법상 ‘추행죄’의 범죄 주체가 될 수 있고 민간인은 그 주체가 될 수 없다. 다음으로, 행위의 대상 또한 군인 등으로 제한된다. 군인이 민간인을 상대로 항문성교나 추행 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군형법상 ‘추행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 이 조항이 개정되기 전에는 행위의 대상에 제한이 없어서 군인이 민간인과 동성애적 행위를 하였을 경우에 그 군인은 ‘추행죄’로, 상대방 민간인은 ‘추행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추행죄’의 입법취지가 군내부의 건전한 공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이른바 군대가정의 성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근거 등을 내세워 위와 같은 경우에 ‘추행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였고, 법 개정으로 군인과 민간인 간의 동성애적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음이 명백해졌다.

한편, 군형법상 ‘추행죄’의 적용에 있어서 문제되는 것이 있다. 먼저, 법조문상 장소적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부대내 또는 작전이나 훈련지가 아니더라도 범죄가 성립할 수가 있다. 군인이 휴가를 나가 다른 군인과 항문성교 등을 하더라도 ‘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위헌 여부가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것으로 상호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행위까지도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군형법상 ‘추행죄’는 폭행, 협박 등 어떠한 수단도 요구하고 있지 않다. ‘추행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동성애도 하나의 성적 지향이고, 이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지 않으면서 동성 간 성행위만을 처벌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하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에 대하여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군형법상 ‘추행죄’는 군이라는 특수한 조직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군인 상호간의 행위에만 적용되고, 그 보호법익이 ‘개인의 성적 자유’가 아닌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이기 때문에 합의 여부는 문제되지 않으며, 동성들만으로 집단생활을 하여야만 하는 현실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반드시 처벌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런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지난 4월, 2017년 당시 군인 간 동성애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영외 독신자 숙소에서 항문성교 등 동성 간 성관계를 가졌다는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고등군사법원 판결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군인 등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군형법 제92조의 6을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 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동안 군형법상 ‘추행죄’의 적용에 있어 논란이 되어왔던 장소적 문제와 합의에 의한 경우에 관하여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의한 동성애’에 대하여는 군형법상 ‘추행죄’로 의율할 수 없음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이 있은 이후 검찰은 동일한 혐의로 기소된 다른 피고인 사건의 항소심에서 1심에서 2년을 구형했던 것과 달리 극히 이례적으로 무죄를 구형했다.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 계류 중인 유사한 사건들도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추행죄’를 규정하고 있는 군형법 제92조의 6과 관련한 위헌법률심판사건 2건과 헌법 소원 10건이 계류 중이라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세 차례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한바 있다. 이번에는 과연 다른 결정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종범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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