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6.1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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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6.1지방선거
  • 신희섭
  • 승인 2022.06.0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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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6월 1일 지방선거의 결과는 ‘국민의 힘’의 압승이다. 17개의 광역단체장의 경우 국민의 힘은 12곳에서 승리했고, 민주당은 5곳만(경기, 광주, 전남, 전북, 제주)을 확보했다. 2018년 지방선거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실하다. 민주당은 경북과 대구만을 자유한국당에 내주었고, 제주에서는 무소속에게 내주었을 뿐이었다. 서울, 경기, 강원, 충청 뿐 아니라 영남에서 경남(김경수 후보), 부산(오거돈 후보), 울산(송철호 후보)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다.

서울 구청장 선거에서도 4년 전과 차이가 크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서울 구청장 25곳 중에서 딱 한 곳 서초구만이 자유한국당이 의석을 확보했다. 보수의 아성인 강남과 송파구도 민주당이 차지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힘은 17곳을 가져갔고, 민주당은 8곳(강북, 노원, 성북, 중랑, 성동, 은평, 금천, 관악)을 가져갔다. 민주당이 강세인 ‘도봉’구에서도 국민의 힘이 가져갔다.

구청장 선거에서 확실하게 승리한 지역은 ‘국민의 힘’의 경우는 강남(70.4%), 서초(70.9%), 용산(60.7%), 송파(58.3%)다. 반면 민주당이 확실하게 승리한 지역은 성동(57. 6%)뿐이고. 다른 지역에서는 50% 초반으로 승리했다. 계급 투표가 나타난 지역이 4 지역 정도고, 다른 지역은 경쟁이 치열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로 강남 지역과 용산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에서도 계급투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자산’과 비례해서 계급투표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는 좀 더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대략 두 가지는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이고, 두 번째는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이다.

5월 대선으로 변경된 후 첫 번째로 지방선거가 대선 뒤에 치러졌다. 지방선거가 대선의 회고적 투표의 연장선이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합리적 선택에 기초한 회고적 투표란 현직 대통령이나 현직 국회의원의 업적이나 사건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투표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유권자가 특정 정당에 대한 정체성이나 애착에 기반해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관점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평가로 투표하는 것이다. 합리적 판단이 가능하려면, 이 주제에 대한 판단이 가능할 정도의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보통 경제투표나 안보 이슈를 중심으로 한 투표에서 합리적 투표가 이루어진다. 또한 투표자가 특정 정당의 진성당원이거나 강력한 정당 지지자가 아닌 경우에 합리적 투표가 이루어진다. 즉 무당파층이거나 특정 정당에 약한 지지를 보이는 유권자인 경우다.

유권자는 다양한 노력을 들여서 투표하지 않고, 합리적 관점에서 현직자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만을 가지고 투표한다. 현직자가 경제나 안보를 잘 처리했다면 다음번에도 잘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권력을 다시 위임한다. 반면 현직자가 이 주제들을 잘 처리하지 못 했다면 도전자에게 표를 주는 것이다.

한국정치에서 회고적 투표가 높은 설명력을 가지지 못해왔다. 첫째. 정파적 투표를 하는 유권자는 경제나 안보정책이 어찌 되었든 죽었다가 깨도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 대통령의 경우 재선이 안 되니 대통령 개인에게 다시 신임을 부여하지 못한다. 그럼 대안으로 집권 정당을 처벌하지만, 정당이 당명을 바꾸면서 새로운 정당처럼 행동하면 이 역시 회고적 투표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런데 2022년 3월 9일 대선은 회고적 투표 경향이 강하게 작동했다. 부동산문제로 첨예하게 이해가 갈린 경제투표가 작동했고, 대북문제에 대한 쟁점도 명확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확보에 실패한 것 역시 전임 정부에 대한 처벌일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전망적 투표도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전망적 투표는 여당과 야당이 제시하는 공약을 보고 유권자가 표를 주는 것이다. 이때 공약의 신뢰성은 과거 정책 이행결과를 근거로 한다. 즉 민주당이 과거 어떤 정책을 만들었는지와 국민의 힘이 과거 어떤 정책을 만들었는지를 보고 지방선거에서 제시한 공약을 비교해 투표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대통령을 뽑고 나서 권력을 여당에 줌으로써 효율적인 통치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 2022년 지방선거. 5년의 기간 동안 한국 유권자들은 높은 선거 유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1987년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교체를 선택하고, 지방선거에서 대통령소속정당을 더 높게 지지하였다. 그렇다고 다음 2024년 선거가 국민의 힘에 유리하게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유권자 중 무당파층이 늘어나거나, 약한 정당 지지층이 늘어나면 언제든지 유권자는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한국정치는 예측하기 어렵고, 한국 유권자는 더 어렵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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