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구
강정구 영어 연구소 대표
공단기 영어 대표 강사
★ jealous
서양에서는 19세기까지만 해도 질투를 피해야 할 질병이나 사랑의 타락 혹은 '악(惡)의 전염'으로까지 생각했지만, 20세기 들어서면서 예술가와 지식인은 질투를 자아를 회복하고 소유욕에 집착하지 않는 자유로운 사랑을 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장애물 정도로 여기기 시작했다.

envy(시기심)와 jealousy(질투)는 곧잘 같은 의미로 혼용된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혼용의 정도가 87퍼센트인 반면, 독일에서는 9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건, 나라마다 시기심·질투의 문화가 각기 다를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2) 독일의 심리학자 롤프 하우블은 '질투'는 '시기심'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반면에 그 반대는 불가능하다면서 시기심과 질투를 다음과 같이 구분했다.
"시기심은 시기하는 사람과 시기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라는 두 명의 인물을 전제로 하는 반면에, 질투는 삼각관계를 내포하고 있다. 질투의 형태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남녀 간의 질투는 질투심에 불타는 남자, 사랑을 받는 여자, 이 여자를 두고 경쟁하는 남자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런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유명 지식인들조차 두 단어를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17세기 프랑스 작가 라 로슈푸코는 "Jealousy lives upon doubts. It becomes madness or ceases entirely as soon as we pass from doubts to certainty(질투는 의심을 먹고 산다. 의심이 사실로 바뀌는 순간 질투는 광기가 되거나 완전히 사라진다)"고 했다.
"Jealousy is not a barometer by which the depth of love may be read. It merely records the degree of the lover's insecurity. It is a negative, miserable state of feeling, having its origin in a sense of insecurity and inferiority(질투는 사랑의 깊이를 잴 수 있는 척도가 아니다. 단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불안감 정도를 말해줄 뿐이다. 질투는 불안감과 열등의식에 근거한 부정적이고 비참한 정신 상태다)." 미국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 1901~1978)의 말이다.4)
I'm Jealous(나는 질투해요). 캐나다 여가수 셔나이어 트웨인의 2002년 히트곡 제목이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If I were the moon, I could/ catch your eye─I'm jealous of the moon/ If I were the wind, I would/ make you fly─I'm jealous of that too// I wish I were the sun shining/ on your face─caressing like a lover/ I would wrap you in a warm embrace─/ we'd be holdin' one another/ (I'm jealous of the sun)/ I'm jealous of the sun/ (Jealous of the sun) Oh,/ I'm jealous of the sun(내가 만일 달이라면, 내가 당신의 눈을/ 붙잡을 수 있을 텐데─난 달에 질투해요/ 내가 만일 바람이라면, 내가 당신을/ 날게 할 텐데─난 바람에 역시 질투해요// 난 원해요, 당신의 얼굴에/빛나는 태양이 되길─연인처럼 쓰다듬으며/난 당신을 포근하게 포옹할 거예요/ 우리는 서로를 껴안을 거예요/ (난 태양에 질투해요)/ 난 태양에 질투해요/ (난 태양에 질투해요) 오,/ 난 태양에 질투해요)."
앞서 소개한 인류학자 미드의 주장에 따르자면, 달, 바람, 태양마저 질투하는 셔나이어 트웨인의 정신 상태는 위험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꼭 그렇게 보아야 할까? 사랑하는 사람을 독점하고 싶은 욕망이 무슨 죄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