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64)-다원주의와 권력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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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64)-다원주의와 권력분립
  • 강신업
  • 승인 2022.05.27 11: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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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국가권력을 나눠 각기 다른 기관에 분담시키고 상호 견제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한다는 제 원칙은 언제나 유효하다. 권력분립은 이른바 ‘자유 보장을 위한 정치기술’이다. 혹자는 능률을 내세워 권력분립에 비우호적인 시선을 보내지만 권력분립엔 능률을 위한 ‘분업의 원리’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을 위한 ‘억제의 원리’가 작동한다. 또 어떤 권력자는 선의를 내세우며 권력집중을 합리화하지만 권력은 대개 ‘선의의 발현’ 문제가 아니라 ‘악의의 통제’에 관한 문제다.

우리는 여기서 권력의 ‘견제와 균형’ 이라는 개념 이면에, 인간 본성에 대한 심오하고 현실적인 통찰이 자리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상태에서 인간은 누구나 논리적이고 공정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어떤 상태에서 인간은 너무 쉽게 편협과 탐욕에 빠진다. 견제와 균형의 장치가 권력 남용을 통제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결론은 바로 이 같은 인간 본성에 대한 숙고의 산물이다. 사실 정제된 권력의 행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라는 산물조차 인간 본성에 대한 위대한 심사숙고의 소산이다. 만약 사람들이 모두 선하다면 어떤 정부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공익을 우선한다면, 모두 정의롭고 도덕적이라면 정부에 대한 어떤 내외적 통제도 필요치 않을 것이다.

정치적 영역에서 각 정파의 폭력성을 억제하고 통제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민주정치의 최대 위험이 바로 정파인 까닭이다. 정파는 시민들이 타인의 권리나 혹은 영속적이고 집합적인 공동체의 이해에 반해, 개인의 욕망이나 이해관계라는 일반적인 충동에 의해 서로 결속한 결과물이다. 대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욕망이나 이해관계들은 보통 종교적·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성격을 띠게 되며, 이 때 각 주체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익을 쫒으며 이합집산을 거듭한다. 결국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많이 가진 자와 적게 가진 자, 토지를 가진 자와 노동력을 가진 자 등에 따라 사람들은 각기 분파를 형성하고 그에 속한다. 그리고 그러한 결속은 결국 각 정파의 세력 대결로 이어진다. 이 때 각 정파 간 다양하고 상충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정치가 가진 가장 큰 임무다.

그렇다면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그토록 수많은 경쟁적 주장들과 그로부터 생겨난 각 정파들을 어떻게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욕망이나 이기심을 법으로 금지할 수는 없으므로, 적합한 정부 형태가 나서 소수든 다수든 어떠한 분파든 간에 그들이 공동선에 반하는 의지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저지해야 한다. 여기서 거만한 분파를 꺾을 수 있는 하나의 방안으로 등장한 정치체제가 바로 공화제다. 공화제 정부에서는 각 대표들이 시민들에 의해 선출되므로 자기 정파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어렵고 사악한 술책을 일삼는 후보자들은 대표로 선출되기 어렵다. 당쟁을 일삼는 지도자들의 영향력도 일부 지역에는 크게 미치나, 다른 지역까지 그 영향력이 번져나가지는 못한다. 때문에 공화제는 국가나 국민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기에 적합한 정부 형태이다.

그런 이유로 공화제 원리는 다원주의 원칙과 만나게 된다. 권력분립이 권력의 집중을 막아 시민의 자유를 확대하는 기술적 개념이라면, 다원주의는 공화제 정부의 구성원리인 동시에 권력분립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는 개념이다. 국민은 누구나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지 않는 한 사상·언론·집회·결사 등의 자유를 허용하고 개인 또는 집단들이 갖는 가치관·이념, 추구하는 목표 등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수용하려는 입장이다. 때문에 다원주의는 그 자체가 개인의 다양성과 자유의 증거이자 상충하는 욕망과 이해관계를 중화시키는 수단이다.

윤석열 정부가 나아가야 할 큰 방향은 다원주의 원칙의 확산이다. 공화제 원리에 따라 국가의 권력이 특정한 어느 부서나 특정 개인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라의 권력이 여러 곳으로 분립 되고 다원주의 원칙이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을 때 국민의 자유 향유와 개성 발휘는 그만큼 수월해질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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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희여사님이용하지마세요 2022-05-27 15:05:34
김건희 여사님 순수팬입니다. 엄중한 지선의 민감한 시기에 당신 개인 홍보 목적으로 무절제한 언론플레이에 건희여사님 얼굴에 먹칠한 것에 분노합니다. 건희여사님과 9만 순수팬들에게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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