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72-승부조작과 스포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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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72-승부조작과 스포츠 문화
  • 손호영
  • 승인 2022.05.2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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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축구 클럽들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승부조작 사례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유럽축구연맹(UEFA)이 유럽연맹(EU) 경찰기구인 유로폴과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코로나 여파 승부조작 사례 증가…UEFA, 유로폴과 공조 강화, 2022. 4. 27.자 연합뉴스>

현대 스포츠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간의 잃어버린 내·외적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의 올림피아제 등을 모방했다는 설과 문명화로 인하여 폭력성이 감축되며 생겨났다는 설 등이 있습니다. 어떤 견해를 취하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새롭게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법으로 스포츠를 택했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스포츠에 몰입하는 이유는 아마도 스포츠에 즐거움 속 ‘승리’와 ‘성취’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기를 통해 일구는 ‘승리’와 ‘성취’는 그 의미가 단지 스포츠에 한정되지 않고, 정치·경제·문화·예술 등 사회 다른 분야에도 활용됩니다. 지난 칼럼에서 스포츠 팀 경기를 ‘삶’에 비유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러므로 스포츠의 ‘승리’와 ‘성취’가 가지는 의미는 스포츠의 본질과도 같다고 할 것입니다. 스포츠 경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구성원이 고의적으로 결과를 만들어내는 행위인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근본을 훼손하는, 결국 스포츠를 망가뜨리는 행위입니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4조의3 제1항은 “전문체육에 해당하는 운동경기의 선수·감독·코치·심판 및 경기단체의 임직원은 운동경기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정하고, 제48조 제2호는 ‘제14조의3을 위반한 운동경기의 선수·감독·코치·심판 및 경기단체 임직원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여 운동경기의 선수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한편 위 법 제47조 제1호는 ‘제14조의3 제1항을 위반하여 부정한 행위를 한 운동경기의 선수·감독·코치·심판 및 경기단체 임직원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정하여 운동경기의 선수 등이 승부조작 등 부정한 행위를 한 경우를 별도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는 전문체육 운동경기에 대한 승부조작 등의 부정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운동경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국민체육진흥법의 규정 내용과 제14조의3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면, 운동경기의 선수 등이 운동경기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실제로 부정한 청탁에 따른 부정한 행위를 할 생각이 없었더라도 국민체육진흥법 제48조 제2호, 제14조의3 제1항 위반으로 인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죄가 성립합니다.

프로야구 선수였던 피고인은 공소외 1과 함께 공소외 2를 만나 공소외 2에게 “주말 야구경기에서 (팀명칭 생략)이 상대팀에게 1회에 볼넷을 허용하고, 4회 이전에 일정 점수 이상을 실점하는 내용으로 승부를 조작해 줄 테니 5억 원을 달라.”라고 제안하고, 그 제안을 승낙한 공소외 2로부터 위와 같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합계 5억 원을 받았습니다.

피고인은 ‘처음부터 승부조작 의사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승부조작을 할 수도 없었다’는 주장을 했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며,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습니다(대법원 2022. 3. 31. 선고 2022도755 판결).

탁월했던 실력으로 모두의 응원과 선망을 받았던 그의 몰락이 씁쓸합니다. 과연 그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원인은 무엇이었을지 구체적으로 궁금하기도 합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그 구조적 이유를 몇 가지 들고 있는데 인상깊습니다. 첫째, 우리나라의 프로선수가 겪는 엘리트 학생선수 시절, 대학 진학을 위한 실적 나눠먹기 형태의 승부조작을 이미 경험했다는 것입니다. 진학이라는 명분이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여기면서 자연스레 넓은 의미의 승부조작에 익숙해졌다는 것입니다. 둘째, 합숙생활에서 오락으로 즐기던 도박에 어느새 익숙해졌다는 것입니다. 승부조작에의 심리적 장벽이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셋째, 프로선수의 인적 네트워크가 끈끈하므로 오히려 오염가능성도 크다는 것입니다.

원인을 깊이 있게 알수록, 스포츠 ‘문화’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여자프로농구(WKBL)의 삼성생명 감독 임근배는 정규리그 4위 팀일 이끌어 챔피언결정전을 우승한 직후 인터뷰에서 ‘진짜 원하는 건 우승이 아니다’라면서, 평소 생각한 1인 1기의 신념을 말합니다. “우리도 생활체육이 필요해요...아이들에게 배려, 인내, 끈기를 가르칠 수 있어요. 청소년 문제나 국민건강 문제는 물론, 고사 위기에 빠진 비인기 스포츠나 스포츠 산업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로마 시대의 경구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스포츠 문화가 건강하게 바뀌면 승부조작의 공간은 그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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