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면접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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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면접 후유증
  • 김용욱
  • 승인 2022.05.1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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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면접이 끝나면 찾아오는 병이 하나 있다.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중의 원인미상의 증후군으로 이른바 면접 후유증이라는 것이다. 그 기간 중의 수험생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관람객 수백만을 끌어들인 영화를 봐도 “이게 왜 재미있는 영화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심적 상태에 이르게 된다.

면접 시간 30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은데, 면접할 때의 장면 장면은 기억에 또릿또릿하게 남는다. 면접관이 곁눈으로 쓱 본 것도 마음에 걸리고, 의도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질문을 했는데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도 궁금하고, 내가 답변한 것이 잘 한 것인지도 무척 궁금하다. 이미 다 지나가버린 일이지만 면접관의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답변했어야 하는데 저렇게 답변했어야 하는데 후회도 하고 아쉽게 생각한다. 같이 면접 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지만 별로 도움은 안 되고 머리만 더 심란해진다. 친구가 한 답변을 듣다보면 왜 나는 그런 멋진 답변을 못했을까 생각도 들고 오랜 기간 면접 준비해왔던 것이 허망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게 이것저것 하루 종일 생각해보다가 면접을 잘 봤는지 못 봤는지 생각하는 것도 귀찮아지고 “아~! 내가 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그냥 합격이나 했으면 좋겠다”라는 요행수를 바라게 된다. 무신론자로서 평소에 종교에 전혀 관심없는 이들조차도 성당, 교회, 불전을 보면서 신심이 솟아오르는 것도 또 다른 증상 중 하나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합격할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가도 저녁에는 갑자기 무엇인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다들 겪는 증상이다.

면접 후유증은 결국 치유되기는 하는데 감기가 2주 정도 지나면 낫듯이 합격자 발표가 있으면 신기하게도 깨끗하게 치유가 된다. 재미있는 것은 발표 전까지 또릿하게 기억나던 면접의 장면 장면들이 합격자 발표와 함께 머릿속에서 싹 비워진다는 것이다. delete 버튼을 누르고 쓰레기통 속의 파일까지 복구도 안 되게 싹 깨끗하게 지워진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란 이런 것일까?

합격이 확인되고 면접 후유증이 잘 극복되면 또 하나 생기는 병이 있는데 그 증상은 다양하다. 종종 지금 내가 현실에 있는지 꿈을 꾸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몇일을 보낸다. 뜬금없이 시험에 떨어지는 꿈을 깨서 화들짝 놀라 깨기도 하고, 가장 자주 겪는 증상 중 하나는 자다가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는 꿈을 꾸고는 새벽에 깬 뒤 ‘어서 일어나서 공부하러 가야지’ 하며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는 것이다. 곧바로 “아! 맞다 나 합격했지.” 현실을 자각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그런데 지나고 보면 그 짧은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이다).

또 하나의 증상은 이제까지 “나 면접 못 봤어, 망쳤어, 어떻게 하지?” 동네방네 떠들었던 이들이 합격자 통지를 받게 되면 갑자기 내가 면접을 굉장히 잘 봤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면접을 어떻게 봤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답변을 깔끔하고 멋지게 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굳게 믿게 된다. 살짝 마음이 찔리는 점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타인에게서 ‘면접왕’으로서의 칭호를 받는데 주저함이 없어진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자뻑도 유효기간이 있으니 너무 우려할 일은 아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질풍노도와 혼돈의 시기를 겪으며 초조하게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합격의 순간이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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