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미국의 ‘대전략’과 민주주의 동맹 기저의 한미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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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미국의 ‘대전략’과 민주주의 동맹 기저의 한미정상회의
  • 신희섭
  • 승인 2022.05.1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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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 20일에서 22일 한국을 방문해 21일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번 회담이 관심을 받는 것은 표면상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대통령 ‘취임 후 11일’만이라는 ‘속도’고, 다른 하나는 바이든 대통령 일정이 한국 방문 후 일본방문일정(5월 22일에서 24일)이 잡혔다는 ‘순서’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그리고 한국부터 방문하는 것이 단순히 한국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 전임대통령도 만나기로 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가져올 이슈가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안 될 정도로 파급력이 커서로 보인다.

예상되는 이슈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의 대중국견제에 한국의 적극적 동참을 요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일 3국의 안보와 경제협력 축을 복원하는 것이다. 누구나 예상하는 이 그림에서 관건은 요구 정도일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가장 바람직한 그림은 한미일이 QUAD와 같이 대중국견제에 합의하고, 중국의 상호의존을 떼어낼 수 있게 안보와 경제협력을 하면서, 민주주의 간 동맹 강화로 포장하는 것이다. 이미 이 방향으로 가늠쇠를 잡은 미국과 일본에 한국만 동참하면 그림은 완성된다.

21일 회담에서 미국의 요구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북한 문제와 중국 문제에서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이번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화답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2년 북한의 15차례의 미사일 발사, 중국의 대만에 대한 압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분위기도 한 몫 거든다.

미국의 압력에는 구조적인 요인이 크다. 그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미국의 대전략(grand strategy)요인이고, 둘째, 바이든 정부의 민주주의 동맹을 강조하는 외교요인이다.

미국은 현재 대전략을 고민 중이다. 미국 패권이 가진 특수함을 통해 미국 패권을 유지한다는 ‘미국 패권 예외주의’와 세력균형이라는 일반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국은 세력균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제-역외 균형론’ 사이에서 미국 지식인들이 논쟁 중이다.

탈냉전기 미국외교는 클린턴 대통령 시기 만들어진 ‘개입과 확장(Engagement and Enlargement)정책’이 대전략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은 미국이 패권국이고 중국이 만만할 때 만들어졌다. 중국이 WTO에 가입하던 2001년을 기준으로 미국은 전세계 GDP의 40%가 넘었고, 중국은 4%에 불과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2021년 기준 미국은 24.1%이고 중국은 17.8%로 변화했다. 이처럼 미국의 중국에 대한 개입 혹은 포용정책은 성공했다. 하지만, 경제발전을 통해 중국을 민주주의로 바꿔보겠다는 확장정책은 실패했다. 2008년 경제 위기까지 경험한 미국은 자신의 힘과 위상을 재평가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아직 미국의 대전략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바이든 정부는 민주주의를 외교의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강조하면서 동맹국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비민주주의와 거리를 두고 있다. ‘민주주의’ 진영 vs. ‘비민주주의’ 진영.

얼핏 냉전 2.0처럼 보이는 현재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는 대전략의 견지에서 보면 매우 유용하다.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와 동맹을 강화하면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동맹의 ‘대적 기능’으로 적대 국가를 약화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2월 11일 발표한 ‘인도 태평양 전략’보고서가 보여주듯이 미국외교의 핵심은 중국 견제와 포위다.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국은 G7에 해당하는 국가들이다. 즉 경제 대국은 모두 미국의 동맹이다. 이들을 통해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미국은 자국의 국력을 아끼면서도 개입을 축소할 수 있다. 패권론이나 역외균형론 입장 모두에서 필요한 정책이다.

둘째, 동맹의 ‘대내 기능’으로 동맹국을 관리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현재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는 정책의 핵심은 동맹국의 이탈방지다. 민주주의 동맹론은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통해 동맹국을 이념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패권론이나 역외균형론 입장 모두에서 유용한 정책이다.

미국의 입장은 명확하다. 중국(포괄적으로는 러시아를 포함)으로부터 자유로운 국제질서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 문제도 쉽게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이 기조대로면 한미동맹, 미일동맹 사이에서 끊어진 한일 협력관계를 구체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때 바이든 외교가 동맹 내에서 얼마나 높은 결속력(solidarity)이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 러시아, 북한뿐 아니라 다른 국제사회의 관전자들에게도.

한국의 새 정부는 미국과 높은 교감을 넘어 합의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대북정책의 차별성만큼 한국 사회에서 이념적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게다가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대중국 견제로 들어간 상황에서 한국에 제3의 선택지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다만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남을 국내정치의 후유증은 정치지도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2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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