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70-선수이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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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70-선수이자 감독
  • 손호영
  • 승인 2022.05.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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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스포츠 팀 경기는 우리 삶의 은유와도 같습니다. 실력을 쌓아가고 이를 겨루어 성적이라는 결과물을 얻습니다. 신체적 능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생각하며 기민함을 가미해야 합니다. 잠깐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장기전이므로 부상에도 유의하여야 하고 팀 구성원 간 화학적 결합도 신경 써야 합니다. 이들은 숫자로는 표현되지 않는 무형자산입니다. 이러한 점들은 우리 삶과 여러 모로 흡사해서, 스포츠 팀 경기를 통해 우리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농구(KBL) 2021-2022 시즌이 막을 내렸습니다. SK 나이츠가 KGC 인삼공사를 상대로 챔피언결정전에서 4:1로 승리를 거두면서, 정규리그까지 포함해 통합우승을 하였습니다. 지난해 하위권에 머물던 팀은 오랫동안 코치 생활을 하던 전희철을 신임감독으로 선임하면서 재정비하였고, 결국 성과를 내었습니다.

전희철 감독은 선수시절부터 이미 출중한 실력으로 스타였지만, 선수생활 마무리는 좋지 않았습니다. 은퇴를 할 때 ‘버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족들에게 창피했다.’고 할 정도로 스스로 초라하게 느꼈습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쌓아온 자신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그에게는 큰 상처였을 것입니다.

은퇴한 SK에서 운영팀장을 거쳐 코치로 일하게 되면서 그는 절치부심하고 다시금 자리를 잡아갑니다. 갑작스럽게 감독으로 선임되었지만, 첫해 그는 리그 최고의 감독임을 인정받으며 감독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그는 “감독이 추구하는 농구를 하는 것, 선수 구성에 감독이 맞춰가는 것 중 어떤 농구가 우선일까?”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의 답변이 인상 깊습니다.

“선수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감독으로서 철학을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철학도 없었고, 그런 걸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코치하면서 느낀 건 내가 어떤 재료를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농구를 하겠다’가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선수들이 뭘 잘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그런데 내가 가지고 있는 재료에 대해 모른다? 그건 일을 안 한 거고, 판단을 안 내린 거다. 거창한 철학 같은 것보단 내가 가진 재료를 파악하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위치라는 걸 알아야 한다...애초에 목표를 너무 높게 잡으면 오히려 희망이 없어진다. 선수들에겐 짧게 짧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막연히 이기라고, 우승하라고 하거나 졌다고 혼내면 선수들은 아무런 재미를 못 느낀다. 단계별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자신의 팀이 어떤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고, 이를 토대로 달성할 수 있을 만한 단기간의 목표를 정해 성취한 뒤, 단계별로 차근차근 성장한다 – 전희철 감독의 감독관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수험은 개인이 맞닥뜨린 리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험은 최종 시합입니다. 전희철 감독의 감독관을 수험생활에 접목시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고, 이를 토대로 계획을 단계별로 세운 뒤, 차근차근 달성해나간다.”

언젠가 법률저널의 합격수기에서, “2층 사물함에 핸드폰은 두고 다녔으며 ‘넌 얼마나 쓰니’앱을 통해서 오후 11시 이후에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설정해두었습니다. 밤 12시 30분 이후에는 잠금이 걸리도록 해 밤늦게까지 핸드폰을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라는 문구를 본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핸드폰에 취약하다는 점을 잘 인식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외부 환경을 바꿈으로써 자신을 통제하는 방법을 익힌 그는 좋은 결과를 내었습니다. 다만 그도 항상 자신을 옥죄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는 PC방에 가지 않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수강 신청하는 날만은 PC방에 가서 수강신청 전까지 게임을 즐겼습니다.” 수험은 장기전이므로 자신에게 예외를 허락하는 것도 필요함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합격수기에서는 명확하게 자신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저는 힘들고 공부가 잘 안 되는 날엔 빠르게 자취방에 귀가하여 잠을 청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가는 방식으로 멘탈을 관리했습니다. 조용한 새벽 거리를 걸으며 교회에 가 혼자 기도함으로써 자신을 다잡고 마음의 평화를 얻곤 했습니다...또한, 저는 술을 좋아하기에 술자리로 시간을 뺏길 우려가 매우 컸습니다...스스로에 대해 잘 파악하시고, 술이 공부에 방해될 것 같다면 절제를, 한두 잔 캔맥주로 한주의 스트레스를 풀어나갈 수 있다면 적당히 조절하여 마시는 방법 등을 선택하시어 공부에 지장이 없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험생은 자신이 선수이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관리하는 감독입니다. 때로는 자신을 객관화하기도 하고 다독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보살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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