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87) /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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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수험생을 위한 칼럼(187) /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창대하리라
  • 정명재
  • 승인 2022.05.0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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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재 정명재닷컴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공무원시험 합격 9관왕 강사)

일상에 치인 하루를 버스 창가에 기대며 집으로 향하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꿈으로 향한다. 무거운 책과 씨름하고 졸음과 무기력함을 견디며 버틴 하루이기에 꿈은 달콤하고 아늑하다. 공무원이 되고 싶어서 시작한 것만은 아니다.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 보았다. 편의점, 홀 서빙, 사무보조, 마트 진열 등 거의 모든 아르바이트를 경험하였기에 공무원 시험은 매력이 있어 보였다. ‘평생직장’이라는 어감이 좋았다. 내가 그만두고 싶어 하지 않는 한, 나의 평생직장이라니.
 

막연하게 시작한 공부가 해[年]를 넘기고 계절을 넘어 몇 년이 지났다. 올해도 합격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점수에 마음은 초라하고 조금은 서러운 감정이 복받친다. 언제까지 수험생으로 살아가는 일을 견딜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기도 하지만 특별한 방법은 생각나지 않는다. 눈을 뜨면 반사적으로 맞이하는 일상이 새롭지 않은 것이다. 거리에 쪼그리고 앉아 여유를 즐기듯 마주하는 고양이 한 마리도 어느 새 친구가 되었다. 시험을 준비하고 또 불합격을 경험하며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일은 마음의 위로와 누군가의 격려가 절실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하나 둘씩 사라지는 주변은 우리를 더 외롭게 할 때가 많다. 친구도, 가족도 그리고 수험동료도 조금씩 멀어져 갈 때가 그렇다.

합격수기를 읽어본 적이 있다. 절절한 사연들에 눈시울을 적실 때도 있었고 나보다 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고통을 견디고 합격이라는 해피엔딩(happy-ending)을 찾은 행복한 사연들. 나도 한 번 그 행복을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합격을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해진다. 나 역시 합격을 꿈꾼다.

아홉 번의 합격을 하였다. 아홉 번의 합격을 모두 다른 직렬과 다른 직급으로 합격 하였고 이렇게 되기까지 다섯 해[年]를 보냈다. 여러 수험생들이 내게 공무원 시험 합격의 방법을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명쾌한 대답을 생각해 보곤 한다. 노력, 끈기, 간절함, 공부기술, 공부방법 등 많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나 역시 아마추어인 시절이 있었고 합격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여러 번의 실패와 좌절을 맛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공무원 시험에 대한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한 적이 있었다. 시작이 있었고 그 과정을 무던히 견디며 참아내고 있었다. ignition(점화)을 먼저 하여야 한다. 오토바이를 운전할 때 키(key)를 넣고 돌려야 엔진이 가동하는 것처럼 점화는 우리 인생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이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걱정과 고민이 첩첩산중(疊疊山中)처럼 쌓이는 것을 마냥 지켜보고 있어선 안 된다.

조금 길게, 지나간 시간의 굴곡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고요한 공간에서, 더 쉽게 말하자면 고시원 작은 공간에서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작은 창문 사이로 비좁은 햇살이 들어오고 어둡고 후미진 공간에서 한 열 시간을 침묵으로 나를 들여다 본 적이 있었다. 무기력하고 침울한 공간에서 멍하니 생각을 내려놓고 지난 공간과 시간을 반추(反芻)하는 것이었다. 나이는 어느 새 마흔이 훌쩍 넘었고 남루하고 지친 일상에 늘 꿈을 꾸며 하루를 맞이하였던 지난 시절 나를 보았다. 그리고 완주한 적 없는 이야기의 끝은 늘 미완성의 모습들로만 기억되었다. ‘아! 나의 인생은 늘 미완성이었구나.’ 언제나 완성을 꿈꾸었지만 한 번도 완성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볼만한 스토리는 없었다.

시작이란 언제나 고통의 끝을 마주할 때 찾아오는 것이다. 주머니 속 동전을 뒤져 공무원 시험원서에 붙일 증명사진을 찍으러 간 사진관, 사진 속 나의 얼굴에선 조금은 야윈 헛헛한 웃음이 삐져나왔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란 생각이 든다. 원서를 접수하고 공부를 시작하면서 합격을 하겠다는 꿈을 꾸는 것, 이때가 가장 담대하고 용감하였다. 주변에서는 만류와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늦은 나이, 경제생활을 하는 것 없이 시험공부에만 매달리는 것이 불가능으로만 비쳐졌을 것이기에 그러한 걱정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돈 대신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잠을 줄이면서 가능하였다. 버스에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시험공부에만 집중하였다. 새벽까지 공부에 매달리는 것은 일상이었고 신나는 영화를 보듯 책을 곁에 두고 늘 함께 고민하며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 시험을 보고 7급과 9급 시험에 합격한 것이 고통의 마지막에서의 반전드라마였다. 시험을 보러 갔던 그날의 발걸음, 그것은 내 인생의 도전이었고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지점이었다.
 

노량진에서 밤을 새우며 수험서를 집필한 지 5년이 넘었고, 둥지를 바꾼 신림동에서의 시간이 3년에 접어든다. 늘 혼자서 작은 서재를 지키며 책을 만들고 시험 내용을 연구하는 작업은 나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위로와 격려가 되어 주었다. 공무원 시험에서의 합격, 자격증 시험에서의 합격이 인생의 작은 갈등과 고통의 문제에서 어느 정도 해답을 안겨 준다고 생각한다. 평생직장을 안겨주는 일과 일상의 많은 고민에서 해방될 수 있는 합격이라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일에 때론 보람의 가치를 불어넣기도 한다. 불가능이라는 부정적 생각을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어렵고 지루한 공부라는 편견(偏見)에서 쉽고 재미있는 시험공부가 될 수 있다는 패러다임으로 바꾸고 싶었다. 어느 순간, 시험공부를 즐기고 있었고 시험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시험 일정을 향해 도전하는 과정에서 희열(喜悅)을 만끽할 수도 있었다.

합격을 꿈꾸던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기억해내길 바란다. 그 처음을 잊지 말도록 해야 한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나도 그러하였고 합격한 그들도 그러하였다. 작은 실패와 노력들이 쌓이고 쌓이면 내공(內攻)을 갖춘 합격자의 반열에 드는 것이다. 오로지 성공만을 기다리고 성공한 자들의 여유 있는 웃음만 바라보고 있진 않은가? 그들이 참고 견딘 인고(忍苦)의 시간을 살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겪는 아픔과 고통을 오롯이 나만 겪는 일은 흔치 않다. 수험생에서 합격생으로 가는 여정(旅程)을 걸어가는 것이 우리의 길이다.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우리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맞이한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정상에 이르러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는 달콤한 휴식이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믿어라. 그리고 자신을 자신 있게 만들어주는 동력, 긍정의 힘, 저력을 믿어라.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기울여라. 이것이 수험생이 되는 길이고 합격생에 이르는 길이다.

‘합격을 꿈꾸어라. 꿈은 꾸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루라고 있는 것이다.’

정명재
정명재 공무원 수험전략 연구소 / 정명재 닷컴
2015년 지방직 일반행정직 9급 합격
2015년 국가직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6년 서울정부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근무
2016년 서울시 방재안전직 7급 합격
2017년 국가직 교정직 9급 합격
2017년 지방직 도시계획직 9급 합격
2018년 지방직 수산직 9급 합격
2019년 지방직 건축직 9급 합격
2000년 국가직 조경직 9급 합격
‘직장인에서 공무원으로 갈아타기’ ‘공무원시험을 위한 코칭’ ‘장원급제 독학용 학습지’ 대표저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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