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저승사자의 찻집과 인간의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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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저승사자의 찻집과 인간의 의지
  • 안혜성 기자
  • 승인 2022.04.22 10:4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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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이미 한참 전에 방영된 드라마이긴 한데 최근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와 관련해서 기사를 쓰고 취재를 하면서 떠오른 장면이 있어서 잠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천 년 가까이 이어진 불멸의 삶을 끝내줄 단 하나의 신부를 기다리는 까칠한 도깨비와 사고무친, 불우한 성장 배경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고 밝게 자란 한 소녀의 애절한 사랑을 다룬 드라마 ‘도깨비’는 시청자들의 웃음과 눈물을 자아내며 큰 인기를 끌었다.

기자도 당시 열혈 시청자로서 도깨비와 소녀, 저승사자와 치킨집 사장,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모든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몰입했었는데 그중에서도 아주 작은 에피소드 하나가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저승사자의 찻집은 도깨비 같은 특별한 존재이거나 오직 죽은 자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죽은 자들은 저승사자의 찻집에서 이 세상에서 겪은 모든 일들과 인연을 잊을 차 한 잔을 마시고 저승으로 떠난다. 그렇게 한 생애의 기억을 모두 지워주는 게 신의 배려라나.

어느 날 도깨비 신부의 가혹한 운명을 깨닫고 가출한 소녀를 찾기 위해 도깨비가 벌인 사건들로 저승사자는 업무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런데 넘쳐나는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찻집에 마주 앉은 저승사자와 도깨비가 옥신각신 하고 있을 때 한 남자가 너무나 간절한 몸짓과 표정을 하고는 뛰어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자를 위한 찻집에 들어온 전대미문의 사건을 목격한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당황하고 있던 그때 더 당황스러운 얼굴로 온몸을 들썩이던 그 남자는 화장실이 너무 급하다며 도와달라고 외쳤다.

그 놀라운 사건에 대해 도깨비와 저승사자는 인간의 간절한 의지로 이루지 못 할 일은 없다고 해석했다. 비록 인간의 삶 전체를 두고 보면 사소한 일이라고 볼 수 있을 단 한 번의 배변 활동이라도 정말 간절하다면 그 의지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영역조차도 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제1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결정되는 자리에도 수많은 인간들의 의지와 욕망이 모였다. 변호사가 되기까지의 노력과 비용, 시간을 보상받고 싶은 욕망, 변호사로서 충분한 보상과 대우를 받고 싶다는 사익을 위해서든 혹은 유능한 법조인을 통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공익을 위해서든 반드시 변호사 배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서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들인 노력과 비용, 시간을 무위로 만들 수는 없다는 간절함 혹은 로스쿨을 도입한 취지에 공감하고 실현시키기 위해 로스쿨생 대부분이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지를 보았다.

각자의 뜻을 이루려는 외침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1712명의 합격자가 발표됐다. 지난해에 비해 6명이 더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결과다. 1000~1200명 이하를 뽑아야 한다던 변호사들도,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요구하며 응시자 대비 80%, 이번 시험의 응시자(3197명)를 기준으로 하면 약 2550명은 합격시켜야 한다던 시민단체나 로스쿨 측에서도 만족하지 못할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시험을 끝으로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영구히 박탈당한 이들이 또 발생했을 것이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로스쿨 수료 후 5년간 5회로 변호사시험 응시 기회를 제한하고 있고 헌법재판소와 법원은 해당 규정을 로스쿨에 재입학해 다시 3년의 교육을 이수해도 응시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영구적 박탈로 해석하고 있다.

‘오탈제’로 불리는 해당 규정은 오탈자에게 있어서는 저승사자의 찻집에 산 사람이 들어가는 일 못지않게 단단한 벽이고 막힌 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건 제3자의 안일한 바람일까. 하지만 누군가는 여전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정부에, 국회에, 법원에, 국민들을 향해 문을 열어달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제는 인간의 의지로 이루지 못 할 일은 없다는 사례를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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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요 2022-04-22 17:23:28
안되요.
법률저널이 수험생 신문인건 알겠는데, 사법시험을 부활시켜야지 뭔 로스쿨만 입학하면 다 변호사를 주라합니까?
오탈자는 사법시험 부활시켜서 사시 보면 되고,
변시는 응시율 대비 30% 합격률이 적정해 보입니다.
법학시험이라곤 1도 안보고 들어간 사람들을 뭘 믿고 변시를 다 붙여요?

정의의 사도 2022-04-25 03:28:40
예언한다. 3년 내에 로스쿨은 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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