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기초의회 중대선거구 합의 : 정치개혁안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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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기초의회 중대선거구 합의 : 정치개혁안의 시작
  • 신희섭
  • 승인 2022.04.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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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2022년 4월 15일 국회는 ‘지방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6월 1일 선거 당일까지 고작 한 달 반을 남겨두고 가까스로 합의한 것은 지방의원(후보)과 국회의원 간 입장 차이를 극명히 보인다. 어렵게 통과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선 기간 중인 2월에 발표한 민주당의 ‘정치개혁안’도 한몫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정치개혁안 중 4가지가 의미 있다. 첫째,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실시. 둘째,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셋째, 위성 정당 창당 금지를 포함한 국회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 시행. 넷째, 기초의회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시행이 그것이다. 네 번째 방안을 두고 국회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논의를 거듭하다 최종적으로 4월 14일 합의한 것이다.

4월 15일 통과된 공직선거법은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를 11곳에서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이게 뭔 소리인가 싶을 것이다. 이미 기초의회는 중대선거구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시범운영이라니!

현재 기초의회 선거도 3인 이상 중대선거구를 두고 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에는 시, 도의회가 선거구 최종확정할 때 ‘4인 이상 선출 선거구는 분할이 가능’하다는 조문이 있다. 이를 근거로 거대 양당이 4인 이상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나눴다. 4인 이상의 선거구에서 양당이 아닌 다른 정당이 당선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반면 이번 정치개혁안은 모든 선거구를 3인 이상 선거구로 만들고, 4인 이상 선거구 분할 조문을 삭제하고자 했다. 이런 방안이 국회에서 합의되면서 ‘4인 이상 선거구 분할 조문’ 삭제를 포함해 11곳은 3~5인이 선출되도록 하고, 11곳을 제외한 다른 선거구는 2인을 선출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진통을 겪으면서도 공직선거법에 중대선거구를 반영한 것은 이번 조치가 민주당의 정치개혁안의 ‘진의’를 판단하는 잣대기 때문이다. 대선용으로 소수 정당의 지지율을 끌어들이기 위한 임시 방편용이 아닌지 의심받았던 상황에서 민주당은 정치개혁에 진심임을 보이기 위해서 4월 5일 임시국회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처리한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중대선거구의 변칙적인 운용을 방지하고, 중대선거구를 사용하려는 것은 기초의회에서부터 다당제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큰 틀에서는 이번 정치개혁안들의 제도적 취지인 ‘분권형 대통령제’와 ‘다당제’ 달성 중 다당제 구축을 위한 전초전인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제도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과연 한국 현실에서 타당한지다. 구체적으로는 바람직한지와 실현 가능한지로 평가해볼 수 있다.

먼저 단임제 대통령제의 문제점은 너무나도 많이 지적됐고, 이로 인해 한편으로 제왕적이면서도 또 한편으로 허약한 대통령제의 문제점의 개선 필요성에는 국민적 지지가 높다. 따라서 분권형 정부는 바람직하기도 하고, 헌법개정의 걸림돌도 크지 않아 실현 가능성도 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다당제다.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2차 투표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정당 간 연대나 정책연합을 유도한다. 이는 정당이 보유의석이 부족해도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연립정부를 구성하거나 정책연대를 통해 선거 정치에 뛰어들 유인을 제공한다. 정치학자 모리스 듀베르제의 ‘듀베르제 법칙’에 따르면 결선투표 제도는 정당체계에서 다당제를 유도한다고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다당제를 유도한다. 2020년 사용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라는 전대미문의 제도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의 의석수를 늘려주기 때문에 다당제를 만들 수 있다. ‘국무총리국회추천제도’ 역시 소수 정당에 선거 정치와 의회 진입에 엄청난 유인을 제시하면서 다당제를 유도한다. 현재처럼 대통령이 총리를 결정 후 의회 통과가 아니라. 의회가 합의하여 총리를 결정해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야 하면, 소수 정당의 지분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는 프랑스의 동거정부처럼 될 수도 있다.

4가지 정치개혁방안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다당제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럼 한국에서 다당제가 실현 가능성이 클 것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지방의회에서 중대선거구가 다당제 보장을 못 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2018년 지방선거에서 호남과 영남의 4인 선거구는 모두 민주당 혹은 국민의힘이 4석 모두를 싹쓸이했다. 이처럼 제도효과를 무시하는 운영방식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사회균열이 다당제와 맞지 않는다. 선거에서 이념, 지역주의, 세대, 젠더가 한국의 사회균열로 확인이 되지만, 이것이 제3당의 지지로 이어지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선거 막판에 진보-보수 축으로 투표를 한다.

둘째, 제도적인 조응성이 낮다. 대통령제를 사용하는 한국에서 다당제는 정부 운영에 부담을 준다. 분점 정부 발생 가능성이 크고, 합의제적으로 운영되는 의회 운영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유권자 지지가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이것이 소수 정당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당제가 의미 있게 되려면 ‘유효정당(교섭단체 구성의석 수인 20석 이상 정당)’의 기준을 채워야 하는데 이 정도의 제3당이나 제4당을 만들기 어려운 것이다.

한국정치는 변화무쌍하다. 그렇다고 해서 좋아 보이는 제도를 마구 도입할 수는 없다. 제도 간 조응성을 무시하면, 제도들은 더욱 엉키기 마련이다. 한국정치는 개혁 대상이지만, 실현 가능한 개혁 대상이어야 한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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