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59)-어공과 늘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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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59)-어공과 늘공
  • 강신업
  • 승인 2022.04.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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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문재인 정부는 ‘어공(정치권출신 공무원)’의 전성시대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어공은 청와대, 국회나 지방의회뿐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위원 등을 독차지했다. 이들 어공들은 부동산정책, 소득주도성장, 원전 폐쇄 등 현안들을 주도하고 사사건건 시비하고 강제했다.

문재인 정부의 어공들은 마치 점령군처럼 ‘늘공(정통 관료)’위에 군림했다. 권력에 취한 문재인 어공은 조자룡 헌 칼 쓰듯 권력을 휘둘렀다. 수단과 방법 안 가리고 물불도 가리지 않았다. 자신들은 선거에서 공을 세운 공신이기 때문에 영혼이 없는 늘공과는 다르고 자신들의 행동은 정권을 위한 충정의 발로이므로 정당성이 부여되고 면죄부를 준다고 믿었다. 문재인 정부 어공들은 자신을 일반 공무원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는 특권 의식을 갖고 늘공을 경멸하고 무시했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5급 행정관이 육군 참모총장을 청와대 인근 카페로 불러내 만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한동훈 검사장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4번씩이나 좌천을 당한 것도 어공 추미애나 박범계가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늘공을 학대한 경우다. 문재인 정부 어공들은 긍지와 자부심을 품고 자기의 소임을 다 하려는 늘공을 적으로 돌리고 좌천시키는 등 온갖 패악질을 일삼았다.

문재인 정부의 어공들은 매사에 자신만만했지만 실수투성이였다. 이들 어공들은 조직 충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늘공들에 비해 전문성은 현저히 떨어졌다. 문 대통령이 주재한 ‘P4G 서울 정상 회의’ 개막식 영상에는 서울 아닌 평양 모습이 들어갔고, 문 대통령의 G7 정상 회의 참석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만들 때는 문 대통령이 사진 가운데 오게 하려고 남아공 대통령을 삭제하는 사진 조작까지 벌였다. 소셜미디어에 문재인 대통령의 오스트리아 방문 소식을 전하면서 독일 국기를 올리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이런저런 실수는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다. 원래 어공이 늘공을 지배하며 늘공의 전문능력을 사장시키면 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나 원전정책 실패는 대통령 문재인은 물론 그 참모 어공들의 무지와 만용이 빚은 참극이다. 정책의 입안과 시행에는 정무적인 감각이 필요하지만, 그 정무적인 판단이라는 것이 법이나 상식을 벗어나면 결과는 돌이키기 어려운 실패로 귀결된다.

공무원은 원래 법에 따라 행정을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늘 법규를 지켜가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일을 진행해야 한다. 어공은 어떻게든 임기 내에 내세울 만한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만 이 경우에도 공직자가 지켜야 할 법규나 규정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기를 계속해선 안 된다. 공무원이 정치적이고 정무적인 판단으로만 일을 처리하면 공직자가 지켜야 할 선을 넘게 된다. 가령 다음 선거를 의식해서 선심성 행정이나 보여주기식 행정에 치우쳐 정당성을 상실하면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편법을 넘어 범법으로 이어진다.

물론 어공이 갖는 ‘정치적 지지 확대 기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어공은 국민의 선택으로 정권을 책임진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정권의 향방과 상관없이 맡겨진 관례적이고 일상적인 사무를 담당하는 늘공들이 정무적 판단이 요구되는 큰 틀의 방향을 정할 수는 없다. 대통령실은 정권 운용의 최고 지휘 사령부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어공과 늘공의 조화다. 늘공은 어공을 행정을 모르는 문외한이라고 깎아내리고 어공은 늘공을 무사안일에 젖은 기득권 개혁 대상으로 여긴다면 어공과 늘공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게 그만큼 어려워진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어공이든 늘공이든 모두 공무원이다. 국민을 위한 봉사자의 위치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면에서는 어공과 늘공이 하등 다를 게 없다. 어공과 늘공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면 국민만 불행해진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그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대통령실 인사가 코앞이다. 어공과 늘공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선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 여부는 상당 부분 이 지점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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