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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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거짓말
  • 김용욱
  • 승인 2022.04.1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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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김용욱 인바스켓 대표, 변호사

면접관: “법을 어쩔 수 없이 어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했나요?” 면접자: (잠시 생각하더니) “저는 법을 어겼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가끔 발생하는 면접 연습의 한 장면이다. 곱게 자란 어린 학생들의 경우 종종 경험 부족으로 질문하는 경험 자체가 없을 때가 간혹 있다. 학교에서 그리고 부모님 뜻에 순종하면서 모범적으로 살아온 학생들일수록 그런 경우가 많다. 도무지 규칙을 어겨본 적이 거의 없는데, 그런 경우에 어떻게 했는지를 물어보면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대학에서 땡땡이 한번 친 적 없냐?”고 넉살좋게 물어보면, 진지하게 답변이 되돌아온다. “저... 정말 없는데요...?” 요즘 MZ 세대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이전 기성세대보다 룰을 잘 지킨다. 그들의 불만은 우리가 룰을 지키니, 기성세대들도 룰을 잘 지켜달라는 것이고, 지키지 못할 것이면 어긴 사람들 비난하지 말라는 것이고, 스스로 지킬 수 있는 룰을 만들라는 것이다.

면접 소재가 풍부해지려면 못된 상사, 못된 점주, 못된 학생들을 만나봐야 한다. 악인이 있어야 영웅이 빛을 발하는 것처럼 경험 사례도 나를 착하게 만들어줄 악당이 한명쯤 있어주면 좋다. 그런데, 최근의 지원자들의 스토리 라인을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다들 무던하게 대우를 받다보니, 면접자를 돋보이게 해줄 역경과 고난의 스토리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20대 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면접 소재에 군대, 팀 과제, 친구와 떠난 배낭여행,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다행스럽게도(?) 그나마 거기에서는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저는 이렇게 갈등을 조정했고, 이렇게 팀워크를 발휘했고, 이렇게 성과를 거두었답니다.” 자소서인지 자소설(自小說)인지…. 쓸 소재가 없어지면 막막함에 플롯을 지어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기소개서, 다시 말해 자소서가 자소설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지원자들은 다시 궁금해 하기 시작한다. “지원자의 과장된 또는 허위의 답변을 면접관은 쉽게 파악할까?”

이 문제는 나름 진지한 연구과제이기도 하다. 왜냐면 면접 방식의 실효성을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수 면접관들이 면접을 진행해보게 한 뒤 인터뷰해보고, 면접자들에게 솔직히 말해보라고 다시 물어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 거짓말 탐지기와 진술분석까지 동원한 신문과 조사에서도 답변이 100% 진실인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듯이, 답변의 진실성을 짧은 면접 시간동안 면접관이 100% 확인할 길은 사실 없다. 면접관이 점쟁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면접관들의 역량이 뛰어날수록, 면접의 시간이 길수록 면접자의 과장 내지 거짓말은 간파당하기 쉽다. 뛰어난 면접관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초두질문, 탐침질문, 추가질문 등으로 면접자 답변의 개연성을 조목조목 테스트하면서 관찰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면접자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의도가 담긴 질문도 섞어가면서 말이다. 경찰관들이 꼬치꼬치 주변 상황의 A부터 Z까지 물으면서 피의자나 참고인 답변의 진실성을 파악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독단적 판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복수의 면접관들을 배치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되는 면접자가 있다면 그를 무심하게 합격시킬 면접관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 판단은 늘 신중하겠지만 말이다.

이 글은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면접에서는 솔직하라”는 것이다. 종종 우리는 「진실의 힘」을 신뢰할 필요가 있다. 솔직하게 말하는 이는 그 얼굴에 자신감이 읽히게 된다. 그래야 면접관의 집요한 탐침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답변할 수 있다. 왜냐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내 경험의 부족을 걱정하지 말자. 신입을 뽑는 면접장자리에서 세상만사 다 경험한 사람처럼 행동할 필요가 없다. 면접자가 합격한 이유가 면접에서 거짓말을 잘했기 때문은 아니다.

김용욱 인바스켓(IB) 대표, 변호사 / citizen@hanmail.net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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