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변호사, 자격인가 사다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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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변호사, 자격인가 사다리인가?
  • 이성진 기자
  • 승인 2022.04.15 11: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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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이성진 기자] 또다시 시작이다. 따지고 보면 코로나19 감염자 폭증과 정권 교체기여서 그런지 예년의 배수진을 친 논쟁보다는 덜한 듯하다. 사회의 곱씹을 듯한 시선 때문일지, 아니면 지난 10여 년간 싸우다 이젠 열정이 식고 지쳐서 일지, 하여튼 정중동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그런데 논쟁에서 벗어난 예상 밖의 장애물이 생긴 듯하다. 어느 쪽으로부터도 외형적 동조를 얻을 수 없는 폭탄 발언이라고나 할까? 지난 7일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가 법무부 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제1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200명 이하로 결정할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모 변호사는 변호사가 되면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줄 알았는데 현실은 정반대이며 일반회사에서 받는 돈보다 더 적게 받고 퇴근은 10시, 12시가 돼서야 하는데 변호사가 더 늘면 갈 곳조차 없어진다는 푸념과 함께 신규변호사 배출 감축을 강조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마치 법조인력양성제도 개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1995년 이전으로, 아니 한창 그 이전인, 연간 30여 명의 사법시험 합격생을 뽑던 50~60년 전으로 역사를 되돌린 듯한 인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이 변호사의 이날 발언이 변호사 감축을 희망하는 기득권 법조계의 DNA를 고스란히 대변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60명, 100명, 300명, 600명, 800명 등에 이어 2000년 사법파동이 일면서 신규법조인 배출이 급격히 확장될 때마다 당시의 기성 법조인들은 “이러다, 굶어 죽겠다”며 대내적으로는 국회, 대법원 등 로비를 하고 대외적으로 “법률서비스 질적 하락과 국민 피해 증가”를 우려하며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를 반복해 왔던 것이 법조계의 흑역사였다.

그땐 재야의 변호사단체와 변호사들뿐만 아니라 재조의 판사, 검사들도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삼륜이 똘똘 뭉쳐 ‘독과점적 법률서비스’를 위한 철옹성 쌓기에 혈안이 됐던 상황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럴 때면 힘없는 전국의 법과대 학생, 사법시험 준비생 등은 “합격자 증원”을 감히 입 밖으로 중얼거리지도 못했다. 지금도 공무원시험에서 수험생들이 공무원 합격자를 늘리라고 주장하지 못하듯 사법시험 또한 판사, 검사를 뽑는 공직 채용으로서의 선발시험에 해당했으니 철저히 乙(을)로서의 국가시책을 따르는 얌전한 수범자일 수밖에 없었다.

법조삼륜은 여론에 떠밀려 소폭이나마 늘어나면 ‘선심 쓰듯’ 수긍하면서도 여전히 “변호사업계 아사 직전” “법률서비스 질적 하락과 국민 피해 증가” 등을 읊조려 왔다. 이에 대해 더 많이 뽑힌 후배 기수들은 “하지만, 우린 선배님들보다 더 높은 경쟁률 속에서 더 많이 공부했다”고 반박적 위안을 들며 그들 또한 기득권으로 갈아탔다. 실제 70~80년대를 거치며 나라살림이 좋아지고 의식수준도 함께 높아졌고 학력 또한 높아지면서 사법시험 응시자가 급격히 늘어 경쟁률이 높아졌다. 이는 시험 출제 난도 상승으로 이어졌고 수험서는 더 두터워졌고 수험생들은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렇든 저렇든, 그 당시의 기성 법조인들은 최소한 후배들의 사다리를 걷어차기 위해 집단행동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변호사 수급에 질적 하락과 국민 피해는 한 끗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는 변호사=출세론이 2022년에 등장했다. 출세를 위한 사다리가 아닌, 한 전문분야의 전문가로서 적재적소의 국민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기재로서의 ‘변호사자격’을 표방하고 2009년 자리를 튼 제도가 로스쿨 아니었던가. 사법시험이든, 로스쿨이든 법조인력양성 및 선발이 개인의 출세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점은 2022년의 자격제도에서는 명명백백해 보인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변호사는 몇 명인지, 연간 몇 명의 변호사를 배출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에 앞서 변호사자격이 출세로 이어지는 인식은 분명 버려야 물꼬가 트일 듯싶다. 이미, 국민 대다수는 변호사가 되고자 노력한 그 수고를 존경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할 자세가 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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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욱 2022-04-16 21:23:55
로스쿨 도입의 취지는 변호사 수를 많이 늘리기 위함이었다.

2022-04-15 14:00:48
자격시험제도를 도입해놓고도 기득권 법조인들 밥그릇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격시험아닌 선발시험으로 운용하며 합격자숫자 통제나 해댈거면 리트니 로스쿨 3년이니 해서 괜히 수험생들 힘들게 하지 말고

그냥 예전처럼 각자 고시촌 학원다니면서 사교육에 의존해서 5년이든 10년이든 알아서 공부하다가 억지스럽게 출제한 시험 하나로 줄세우고 숫자통제하여 합격한 사람은 용이되어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 떨어지면 고시낭인되던 그 시스템으로 돌아가는게 지금보단 훨씬 더 나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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