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66-혼인의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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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판사의 판례 공부 66-혼인의 합의
  • 손호영
  • 승인 2022.04.1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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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우리나라 남성이 2015. 9. 1.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베트남 여성을 만납니다. 당시 남성은 43세, 여성은 20세 정도였습니다. 이들은 2015. 9. 18.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하였고, 약 20일 간 베트남에 머물면서 함께 생활합니다. 이후 남성은 2016. 2. 15. 우리나라에서 혼인신고를 합하고, 여성은 2016. 6. 8. 입국하는데 남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을 돕고, 그 동안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집니다. 하지만 언어 문제, 나이 차이로 인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고, 식당 운영, 남성의 건강, 여성의 부모 초청 문제, 휴대폰 사용 문제 등으로 갈등이 있습니다. 이후 여성은 2016. 6. 20. 남성과 함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방문해 서로 이혼의사를 확인하였고, 그 다음 날 여성은 이주여성쉼터에 입소합니다. 여성은 일주일 정도 뒤 지원센터를 방문해 상담을 받고 귀가하였고, 두 차례 남성과 부부관계 향상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였지만, 여전히 휴대폰 사용이나 남성이 전처와 사이에 낳은 딸 관련 문제로 갈등을 겪습니다. 그리고 1개월 뒤 남성과 함께 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2016. 8. 4. 여성은 다시 집을 나가고, 연락두절이 됩니다.

남성은 여성을 상대로 주위적으로 혼인신고가 무효이고,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청구를 하고, 행여나 혼인신고가 무효가 되지 않으면 이혼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를 함께 합니다.

여성이 연락두절이었으므로 1심은 공시송달로 진행되었습니다. 여성의 답변이 구체적으로 없었기에, 1심은 여성이 우리나라에 입국한 뒤 집에 함께 있었던 시간이 짧은 사실 등에 주목합니다. 과연 그에게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있었을까 고민해본 뒤, 단지 취업 등 다른 목적으로 혼인신고를 하고 우리나라에 입국하였다고 봅니다. 이에 따라 혼인신고를 무효라고 하고(민법 제815조 제1호), 위자료로 2,100만 원을 책정합니다.

1심 판결이 선고되고 두 달 정도 뒤, 여성은 뒤늦게 사건을 파악하고 대리인을 선임하여 항소합니다. 2심은 1심이 공시송달로 진행되었음을 고려하여 추후보완 항소가 적법하다고 합니다.

2심은 우선 준거법이 무엇인지 확정합니다. 국제사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의 성립요건은 각 당사자에 관하여 그 본국법에 의한다.’고 하고, 제37조 제3호는 혼인의 일반적 효력으로 ‘부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의 법’에 의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남성이 우리나라 국민이고 대한민국에 상거소를 두고 있으니, 대한민국 민법을 적용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2심은 본안을 들여다보는데, 베트남에서 둘이 함께 생활한 기간이 상당히 단기간인 점을 고려하고, 우리나라에 와서도 여성이 금방 집을 나갔다 들어온 뒤 외국인등록증을 받자 다시 나가고 연락두절 된 상태를 살펴, 1심과 같은 판단을 합니다. 2심은, 여성이 집을 나간 이유가 ‘남성의 전처와의 이혼사유가 가정폭력이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경청하였지만 결론은 같았습니다.

3심은 준거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국제사법 제36조 제1항에 따라 남성과 여성 사이에 혼인의 성립요건을 갖추었는지 판단하는 준거법은 남성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민법, 여성에 대해서는 베트남 혼인·가족법입니다. 그런데 어느 법에 따르더라도 한 사람만 혼인의 의사가 있고 다른 상대방에게는 혼인의 합의가 없으면 혼인의 성립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건을 할 때 살펴볼 만 한 전제를 설시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베트남 배우자와 혼인을 할 때에는 대한민국에서 혼인신고를 할 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 혼인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혼인신고 등의 절차를 마치고 혼인증서를 교부받은 후 베트남 배우자가 출입국관리법령에 따라 결혼동거 목적의 사증을 발급받아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혼인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 국민이 베트남 배우자와 혼인을 하기 위해서는 양국 법령에 정해진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고 언어 장벽이나 문화와 관습의 차이 등으로 혼인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정도 감안하여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지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17므1224 판결).”

이와 같은 전제에 따라 이 사건을 보면, ‘여성이 우리나라에 입국한 다음 짧은 시간 내에 집을 나갔다는 사실만으로는 그에게 혼인의 합의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합니다. 진정한 혼인의 의사가 있었어도, 상호 애정과 신뢰가 충분히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언어 장벽, 문화적 부적응, 성격 차이 등으로 혼인관계의 지속을 포기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전혀 다른 성장배경을 가진 남녀가 서로 만나 혼인하고 자녀를 낳아 양육하면서 가정을 이루는 토대는 부부 사이의 사랑과 신뢰이다(대법원 2012도14788, 2012전도252 전합 판결).” 예전에는 이 설시가 ‘사랑과 신뢰’를 강조했다고 여겼습니다. 지금 다시 보면, ‘전혀 다른 성장배경’에 눈이 갑니다. 서로 다른 국적의 부부가 만났을 때 그 시작은 물론 관계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는 더 큰 사랑과 신뢰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이 판결이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곰곰 생각해보게 됩니다.

손호영 서울회생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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