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2021년 형법 중요 판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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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교수의 형사교실] 2021년 형법 중요 판례(1)
  • 이창현
  • 승인 2022.04.1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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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형법총론 분야

1. 모욕적 표현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대법원 2021.3.25.선고 2017도17643 판결)

가. 사 안

​<strong>이창현</strong>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창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피고인은 피해자 작성의 “우리에게 ‘독’이 아니라 ‘득’이 되는 MDPS”라는 제목의 기사(이하 ‘이 사건 기사’)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자동차 뉴스 ‘핫이슈’ 난에 게재되자, 댓글로 “이런걸 기레기라고 하죠?”라는 내용의 글(이하 ‘이 사건 댓글’)을 게시함으로써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유죄로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원심이 모욕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파기환송하였다.

나. 판결요지

(1) 법 리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1)

다만 어떤 글이 모욕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① 그 글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실을 전제로 하여 그 사실관계나 이를 둘러싼 문제에 관한 자신의 판단과 피해자의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데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②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이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2) 

그리고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인터넷 게시판 등의 공간에서 작성된 단문의 글에 모욕적 표현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그 글이 동조하는 다른 의견들과 연속적·전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타당성이 있는 사정에 기초하여 관련 사안에 대한 자신의 판단 내지 피해자의 태도 등이 합당한가 하는데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고, 그 표현도 주로 피해자의 행위에 대한 것으로서 지나치게 악의적이지 않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글을 작성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

(2) 판 단

(가) 일반적으로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은 EPS(Electric Power Steering)라는 용어로 통칭되는데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를 MDPS(Motor Driven Power Steering)라고 칭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MDPS에 대해서는 안전성과 관련한 많은 논란이 있었고 MBC는 ‘시사매거진 2580’의 ‘공포의 운전대’ 편에서 MDPS 결함 의심 사고를 방송하기도 하였다.

그 무렵 자동차 정보 관련 인터넷 신문사 소속 기자인 피해자는 “우리에게 ‘독’이 아니라 ‘득’이 되는 MDPS”라는 제목으로 이 사건 기사를 작성하였는데 위 기사는 많은 부분을 일반적인 EPS의 장점을 밝히는 데 할애하고 있다. 이 사건 기사가 게재된 ‘다음’ 사이트 자동차 뉴스 ‘핫이슈’ 난에는 위 기사를 읽은 독자들이 의견을 남길 수 있는 ‘네티즌 댓글’ 난이 마련되어 있었다.

‘네티즌 댓글’ 난에는 이 사건 기사와 관련하여 1,000건이 넘는 댓글이 게시되었는데 이 사건 댓글 전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댓글이 등록되어 있다. ①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장점이 실제로 존재한다손 치더라도 운전 중 핸들이 잠겨서 운전자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일은 없게끔 만들었어야죠 ... 단가에 유리한 점이 있다고 하셨는데 회사에나 유리하지 운전자, 소비자 입장에선 유리한게 아니잖아요. ② “따라서 각각의 EPS들은 상대적인 일장일단을 가질 뿐이다. 콕 집어 어떤 타입이 좋고 나쁘다고 말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얘기.” 풋....그럼 이러면 되겠네...아반테에 들어가는 EPS를 제네시스에 넣어라...됐지? 어디서 이런 기레기가..... ③ 현대 공식 블로거에 가서 확인해보세여. 이번 사건에 대해서 완전 어이없는 글 올라왔습니다. 현대 왈 부품 마모로 인하여 소음발생으로 불편하게 해줬다고 수리 받으랍니다~~~ 리콜도 아닌 핸들잠김 원인을 알고서 방문하는 사람들만 수리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생명을 담보로 이런 회사 차를 계속 사실 겁니까??? ④ 2580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나) 피고인이 이 사건 댓글에서 기재한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서 자극적인 제목이나 내용 등으로 홍보성 기사를 작성하는 행위 등을 하는 기자들 또는 기자들의 행태를 비하한 용어이므로 기자인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모욕적 표현에 해당하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 사건 댓글을 작성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독자들은 이 사건 기사의 내용 및 이를 작성·게재한 언론의 태도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펼칠 수 있고 ‘다음’ 사이트는 그러한 의견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네티즌 댓글’ 난을 마련하였다. 피고인도 ‘네티즌 댓글’ 난에 이 사건 댓글을 게시하였다.

이 사건 기사는 MDPS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많은 가운데 MDPS를 옹호하는 제목으로 게시되었고, 한편 그 내용의 많은 부분은 일반적인 EPS의 장점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이 사건 기사가 게재되기 직전 MBC는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MDPS와 관련한 부정적인 내용을 방송하였고, 이 사건 기사를 읽은 상당수의 독자들은 위와 같은 방송 내용 등을 근거로 일반적인 EPS의 장점에 기대어 현대자동차그룹의 MDPS를 옹호하거나 홍보하는 듯한 이 사건 기사의 제목과 내용, 이를 작성한 피해자의 행위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이 담긴 댓글을 게시하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견은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타당성 있는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사건 댓글의 내용, 작성 시기와 위치, 이 사건 댓글 전후로 게시된 다른 댓글의 내용과 흐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댓글은 그 전후에 게시된 다른 댓글들과 같은 견지에서 방송 내용 등을 근거로 이 사건 기사의 제목과 내용, 이를 작성한 피해자의 행위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을 강조하거나 압축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기레기’는 기사 및 기자의 행태를 비판하는 글에서 비교적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이고, 이 사건 기사에 대한 다른 댓글들의 논조 및 내용과 비교해 볼 때 이 사건 댓글의 표현이 지나치게 악의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3)

2. 재물손괴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 
   (대법원 2021.12.30.선고 2021도9680 판결)

가. 사 안

피고인은 2019.10.9. 여의도 K 아파트 각 동 1층 게시판에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의 승인 없이 A 등 4인의 동대표인 피해자들이 관리소장과 함께 게시한 ‘2019.10. 입주자대표회의 공고문’(이하 ‘이 사건 공고문’)을 뜯어내 제거함으로써 그 효용을 해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원심은, ① 피고인으로서는 별도 공고문을 부착하는 등 다른 수단을 활용할 수 있었고, ② 입주자대표회의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등을 통하여 그 결의의 하자를 다툴 수 있었으며, ③ 공고문 부착 여부가 관리주체의 권한이어서 피고인에게 이 사건 공고문을 제거할 권한이 없었던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공고문을 뜯어내 제거한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이 사건 공고문의 손괴에 이르게 된 구체적인 사정과 그 행위의 사회상규 위배 여부를 원심이 제대로 살피지 않고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한 것은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하였다.

나. 판결요지

(1) 형법 제20조에 정하여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므로,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한편 어떠한 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정당행위라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은 그 행위가 적극적으로 용인, 권장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상황하에서 그 행위가 범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될 정도의 위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2) ①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는 회장이 소집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대표회의 소집공고문 역시 대표회의 회장 명의로 게시되어야 한다.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은 게시판에 광고물 등의 설치 및 부착에 동의할 권한이 있으나 입주자 등에게 홍보가 필요한 경우에 그러하고, 이를 넘어서 입주자대표회의를 소집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 ② 이 사건 공고문이 그 공고주체의 표시에 ‘회장’ 부분의 글자가 삭제되고 인영 중 ‘장’자 부분이 날인되지 아니하였으나, 그 객관적 해석상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나 그 적법한 대행자가 이를 작성, 게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고, 이 사건 아파트의 일반 주민이나 동대표자들이 볼 때 그 차이나 진정한 의미를 쉽게 발견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고문이 계속 게시되고 이를 방치할 경우 적법한 소집권자가 작성한 진정한 공고문으로 오인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를 신뢰한 동대표들이 해당 일시의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다고 보인다. ③ 이 사건 공고문에 의해 소집된 입주자대표회의는 정족수가 출석하여 개최되었더라도 정당한 소집권자가 소집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소집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고, 게시판의 관리주체인 관리소장이 이 사건 공고문을 게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소집절차의 하자가 치유되지 아니한다. ④ 결국 이 사건 공고문은 2019.10. 입주자대표회의를 소집하기 위하여 작성되고 게시되었는데, 그 작성주체가 적법한 소집권자가 아니어서 이를 적법한 입주자대표회의 소집통지로서의 효용을 인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고문의 게시가 계속되고 이를 방치하면 동대표들로 하여금 법적 효력 없는 무용한 입주자대표회의에 출석할 것을 사실상 강요하는 셈이 되고, 이와 같이 적법절차에 의하지 않은 위법한 소집절차로 인하여 입주자대표회의 내부의 분쟁과 알력이 더욱 심화되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⑤ 피고인이 이 사건 공고문을 발견한 날이 2019.10.9. 공휴일 야간이어서 관리소장에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하기 어려웠던 데다가 관리소장 본인이 이러한 불법적인 절차 진행에 깊이 관여한 까닭에 이를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그 다음 날은 위 공고문에서 정한 입주자대표회의가 개최되는 당일이어서 시기적으로 달리 적절한 방안을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게시판의 관리주체이자 적대적 입장을 취한 관리소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이 사건 공고문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반박 글을 게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절차적 위법성 시비를 야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경우 입주민들과 동대표들에게 큰 혼란과 불신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사태 해결책으로 선뜻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고인이 정당한 소집권자인 회장의 동의나 승인없이 위법하게 게시된 이 사건 공고문을 발견하고 이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손괴한 조치는, 그에 선행하는 위법한 공고문 작성 및 게시에 따른 위법상태의 구체적 실현이 임박한 상황하에 그 행위의 효과가 귀속되는 주체의 적법한 대표자 자격에서 그 위법성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이는 공동주택의 관리 또는 사용에 관하여 입주자 및 사용자의 보호와 그 주거생활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의 대표자로서 공동주택의 질서유지 및 입주자 등에 대한 피해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지나지 아니한다고도 볼 수 있다.

3. 임의적 감경의 의미와 감경 방법 
   (대법원 2021.1.21.선고 2018도5475 전원합의체 판결)  

가. 사 안

피고인은 2016.12.23.경 피해자 A를 폭행하고, 같은 날 위험한 물건인 식칼로 피해자 B의 가슴을 찔렀으나 피해자 B가 손으로 피고인의 손을 밀쳐 피해자 B의 옷만 찢어지게 하고 미수에 그쳤다는 폭행 및 특수상해미수의 공소사실로 공소가 제기되었다.

제1심은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 중 폭행의 점에 대해서는 형법 제260조 제1항을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형을 선택하였고, 특수상해미수의 점에 대해서는 형법 제258조의2 제3항, 제1항, 제257조 제1항을 적용하여 유죄로 인정하였다. 제1심이 선택한 폭행죄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이고, 특수상해미수죄의 법정형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인데, 특수상해미수죄에 대해 형법 제25조 제2항(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 제55조 제1항 제3호(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에 따라 그 형기를 징역 6월 이상 5년 이하로 감경하였다. 이어서 형이 더 높은 특수상해미수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을 하되 특수상해미수죄의 장기의 2분의 1을 가중한 형기(7년 6월)보다 특수상해미수죄와 폭행죄의 장기를 합산한 형기(7년)가 낮으므로 합산한 범위 내에서 처단형(징역 6월 이상 7년 이하)을 결정하였다.4) 그리고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보호관찰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하였다. 제1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다. 원심은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나. 판결요지

[다수의견 : 대법관 12인]

필요적 감경의 경우에는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면 반드시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법률상 감경을 하여야 함에 반해, 임의적 감경의 경우에는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더라도 법관이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른 법률상 감경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아가 임의적 감경사유의 존재가 인정되고 법관이 그에 따라 징역형에 대해 법률상 감경을 하는 이상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상한과 하한을 모두 2분의 1로 감경한다. 이러한 현재 판례와 실무의 해석은 여전히 타당하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형법은 필요적 감경의 경우에는 문언상 형을 ‘감경한다.’라고 표현하고, 임의적 감경의 경우에는 작량감경과 마찬가지로 문언상 형을 ‘감경할 수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할 수 있다.’는 말은 어떠한 명제에 대한 가능성이나 일반적인 능력을 나타내는 말로서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할 수 있다.’는 문언의 의미에 비추어 보면 입법자는 임의적 감경의 경우 정황 등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감경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고 그 권한 내지 재량을 법관에게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문언상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일상의 언어 사용에 가까운 것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법문과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하는 이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 유추해석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한편 형법 제55조 제1항은 형벌의 종류에 따라 법률상 감경의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는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유기징역형을 감경할 경우에는 ‘단기’나 ‘장기’의 어느 하나만 2분의 1로 감경하는 것이 아니라 ‘형기’ 즉 법정형의 장기와 단기를 모두 2분의 1로 감경함을 의미한다는 것은 법문상 명확하다. 처단형은 선고형의 최종적인 기준이 되므로 그 범위는 법률에 따라서 엄격하게 정하여야 하고, 별도의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이상 형법 제56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가중·감경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성질의 감경사유를 인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유기징역형에 대한 법률상 감경을 하면서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서 정한 것과 같이 ① 장기와 단기를 모두 2분의 1로 감경하는 것이 아닌 장기 또는 단기 중 어느 하나만을 2분의 1로 감경하는 방식이나 ② 2분의 1보다 넓은 범위의 감경을 하는 방식 등은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2) 법률상 감경사유는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 등 범죄의 성립요건과 관련이 있거나 불법의 정도나 보호법익의 침해 정도 등과 관련 있는 사유들이 대부분이다. 입법자는 범죄의 성립 및 처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들을 법률상 감경의 요건으로 정한 뒤 해당 요건이 범죄의 성립 또는 처벌 범위의 결정에 일반적으로 미치는 영향이나 중요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필요적 감경, 임의적 감경으로 구별하여 규정하였다.

위와 같이 필요적 감경사유와 임의적 감경사유가 구별되어 규정되어 있는 취지를 고려하면 그 법률효과도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

[별개의견 : 대법관 1인] 

(1) 임의적 감경은 다음과 같이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이하 ‘새로운 해석론’).

다수의견은 ‘할 수 있다.’는 문언에 비추어 그 의미가 ‘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 내지 권한’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나 ‘할 수 있다.’라는 말은 문맥에 따라 추측, 능력, 가능성, 허가 등 다양한 의미를 나타내지만 그 기저에는 ‘잠재적 혹은 실제적 가능성’의 의미로 수렴한다. 이와 같이 ‘할 수 있다.’의 의미가 다의적으로 해석되는 이상, 이를 입법자의 의사에 최대한 부합되게 해석해야 한다. ‘할 수 있다.’는 것은 감경을 ‘하는 경우의 범위’와 ‘하지 않는 경우의 범위’ 모두에 걸쳐서 선고형을 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즉 감경을 하는 경우와 하지 않는 경우가 모두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두 경우의 범위를 합하여 처단형을 정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감경을 하지 않은 범위의 상한과 감경을 한 범위의 하한 사이의 범위가 임의적 감경의 처단형 범위가 된다. 이를 간단히 법정형의 하한만 감경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새로운 해석론에 따른 임의적 감경 방식은 법관의 재량이 개입할 여지가 없이 감경한 구간과 감경하지 않은 구간을 합한 영역이 처단형 범위로 ‘당연확정’되고, 그에 따라 처단형의 범위는 감경하지 않은 구간의 상한과 감경한 구간의 하한이라고 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법정형의 하한만 2분의 1로 감경하는 것과 동일한 결론에 이른다.
  
(2) 다수의견에 의하면 원심의 조치는 적법하고, 임의적 감경에 관한 새로운 해석론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심은 임의적 감경에 대한 현재 실무에 따라 특수상해미수죄에 대해 형법 제25조 제2항에 따라 임의적 감경인 미수감경을 하면서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감경하였다. 그 결과 특수상해미수죄의 처단형이 징역 6월 이상 5년 이하로 되었고, 위 형기를 기준으로 경합범가중을 거쳐 처단형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임의적 감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론에 따라 특수상해미수죄에 대한 미수감경은 ‘형법 제25조 제2항, 제55조 제1항 제3호’(하한만 감경)를 적용하여 특수상해미수죄의 형기 중 하한만을 2분의 1로 감경한 형기(징역 6월 이상 10년 이하)를 기준으로 경합범가중을 하되 특수상해미수죄의 장기의 2분의 1을 가중한 형기(15년)보다 특수상해미수죄와 폭행죄의 장기를 합한 형기(12년)가 낮으므로 합산한 범위 내에서 처단형(징역 6월 이상 12년 이하)을 결정하고, 그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선고형을 정함이 마땅하다. 위와 같은 제1심의 잘못을 시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에는 임의적 감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으나,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선고의 기준으로 삼은 처단형이 새로운 해석론에 따른 처단형의 범위 내에 있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도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각주)-----------------

1) 대법원 2016.10.13.선고 2016도9674 판결 등.

2) 대법원 2005.12.23.선고 2005도1453 판결; 대법원 2003.11.28.선고 2003도3972 판결 등.

3) 같은 취지의 판례 : 대법원 2021.8.19.선고 2020도14576 판결, <부사관 교육생이던 피고인이 동기들과 함께 사용하는 단체채팅방에서 지도관이던 피해자가 목욕탕 청소 담당 교육생들에게 과실 지적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도라이 ㅋㅋㅋ 습기가 그렇게 많은데”라는 글을 게시하여 공연히 상관인 피해자를 모욕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도라이’는 상관인 피해자를 경멸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모욕적인 언사라고 볼 수 있으나, ① 위 표현은 피고인의 입장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위 단체채팅방은 동기생들만 참여대상으로 하는 비공개채팅방으로 교육생 신분에서 가질 수 있는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었고, 교육생 상당수가 별다른 거리낌 없이 욕설을 포함한 비속어를 사용하고 대화하고 있었던 점, ③ 당시 목욕탕 청소를 담당했던 다른 교육생들도 위 단체채팅방에서 피고인과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는데, 피고인의 위 표현은 단 1회에 그쳤고, 그 부분이 전체 대화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은 점, ④ 위 표현은 근래 비공개적인 상황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드물지 않게 사용되고 그 표현이 내포하는 모욕의 정도도 경미한 수준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위 표현은 동기 교육생들끼리 고충을 토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버공간에서 상관인 피해자에 대하여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에 불과하고 이로 인하여 군의 조직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가 문란하게 되었다고 보이지 않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위 표현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상관모욕죄의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4) 형법 제38조(경합범과 처벌례) ①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2. 각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이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외의 같은 종류의 형인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多額)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대하여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과료와 과료, 몰수와 몰수는 병과(倂科)할 수 있다.

■ 이창현 교수는...
연세대 법대 졸업, 서울북부·제천·부산·수원지검 검사
법무법인 세인 대표변호사
이용호 게이트 특검 특별수사관, 아주대 법대 교수, 사법연수원 외래교수(형사변호사실무), 사법시험 및 변호사시험 시험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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