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00)-퍼블리시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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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시사와 법’ (100)-퍼블리시티권
  • 신종범
  • 승인 2022.04.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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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이란 이름, 초상, 서명, 목소리 등의 개인의 인격적인 요소가 파생하는 일련의 재산적 가치를 권리자가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와 같은 유명인의 이름과 초상 등은 일반인이 이름과 초상 등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권리(성명권, 초상권 등 인격권)를 넘어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가 바로 퍼블리시티권이다.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용어는 1950년대 미국 연방법원 판결문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인정되던 프라이버시권(The Right of Privacy) 외에도 자신의 초상이 갖는 공개적 가치에 대한 또 다른 권리를 인정하여 이를 퍼블리시티권(The Right of Publicity)이라고 명명했던 것이다. 이 판결 이전까지는 프라이버시권만으로도 개인의 초상 보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광고, 영화, TV, 비디오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통적으로 초상이 갖고 있었던 인격적 가치를 넘어 초상의 상업적 이익인 초상의 홍보가치(the publicity value)를 보호할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고, 이러한 초상의 상업적 가치를 프라이버시권으로는 보호할 수 없어 퍼블리시티권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후 퍼블리시티권은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법적 권리로 승인된 후 여러 주에서 법률로써 인정되게 되었고, 초상 뿐만 아니라 이름, 성명, 동일성, 제스쳐, 특유의 외양과 말씨·행동까지 그 권리를 인정하는 주가 생기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법률이 없었음에도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사례들이 여럿 있었다. 배우 이영애씨가 광고 모델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자신의 초상을 계속 사용한 화장품 회사를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이 있었고, 프로야구선수들이 허락을 받지 않고 그 성명을 무단 사용한 게임업체를 상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주장한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퍼블리시티권 관련 사례에 있어 우리 법원은 성문법주의를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법률이나 확립된 관습법 등의 근거 없이 물권과 유사한 독점, 배타적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은 인정될 수 없다는 입장과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고, 사회 발달에 따라 이러한 권리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며, 유명인 스스로 노력에 의하여 획득한 명성 등으로부터 생기는 독립한 경제적 이익 그 자체를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하면서 저작권 등에 준하여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판례도 있었다.

그러던 중 2020년 대법원은 BTS 소속사가 BTS의 이름, 사진 등을 무단사용하여 화보집을 제작, 판매하려는 A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화보집 제작·배포 등 금지가처분 사건에서 A사의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BTS 소속사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로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카)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항 (카)목은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새로이 등장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고, 변화하는 거래관념을 적시에 반영하여 미처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으로 특정하지 못한 다양한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기 위하여 보충적 일반조항으로 기능하고 있는데, BTS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보충적 일반조항을 근거로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부정경쟁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은 모호한 보충적 규정이 아니라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위한 보다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는데, 오는 4월 20일 시행되는 부정경쟁방지법 개정 법률이 그것이다. 이 개정 법률은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금지청구, 손해배상 및 시정권고 등 민사적·행정적 구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앞서 살폈듯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논란이 있어 왔는데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 그 법적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인정여부에 대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경우에 퍼블리시티권 침해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지, 퍼블리시티권의 존속기간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퍼블리시티권의 주체는 누구인지(BTS 인가?, 그 소속사인가?), 이를 양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신종범 변호사/법률사무소 누림
http://blog.naver.com/sjb629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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