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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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성공할 수 있을까?
  • 신희섭
  • 승인 2022.04.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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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써 40일을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군사 강국이기는커녕, 전쟁 준비에서 처참할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학살까지를 고려하면, 이번 전쟁 이후 러시아가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강대국’으로는 남아있을까 싶기도 하다.

전쟁이 정확히 언제 끝나게 될지를 미지수다. 어떤 계기로 끝내게 될지도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은 있다. 과연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러시아 경제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인지다. 만약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효과가 있다면, 전쟁도 학살도 좀 더 빠르게 멈추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의 예상 결과는 두 가지로 갈린다. 먼저 경제제재가 효과가 있다는 견해는 ‘정당성의 약화’와 ‘지지 이탈’과 ‘비제도적인 청중 비용’을 강조한다. 세부적인 논리는 다음과 같다. 경제제재가 일반 국민에게 경제적 고통을 가해서 체제의 정당성을 떨어뜨리면서, 독재자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전쟁에 대한 동원거부와 반전 시위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군부처럼 실질적인 권력을 가진 집단이 전쟁 결정에 대한 ‘청중 비용(audience cost)’을 청구할 수 있다. 러시아와 같은 독재국가에선 선거를 통해 정책결정에 대한 비용을 청구할 수 없기에 군사 쿠데타와 같은 비제도적인 청중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과거 2차 대전 중 히틀러의 무모한 전쟁 수행에 불만을 느낀 군부가 쿠데타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많은 이론과 실증연구는 경제제재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는 않다고 말한다. 경제제재가 영향을 미치려면 제재자의 효율적 제재와 제재 의지가 있어야 하고, 중간에 판을 깨는 흑기사가 없어야 하며, 피제재국의 정치가 제재국의 예상대로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이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어렵다.

먼저 경제제재는 다자적일 때 효과가 크다. 그런데 국제사회의 다양한 국가들이 합심해서 경제제재를 가하려 할 때 무임승차자(free-rider)가 생긴다. 제재를 통한 평화 달성이라는 공공재가 가진 속성 중에서 비용을 내지 않아도 혜택을 볼 수 있는 특징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거나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은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이다. 정치적 이해를 공유하는 중국은 러시아를 여전히 비호 중이다. 게다가 러시아와 무역을 하는 기업을 많이 가진 국가들은 국내 산업세력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이 와중에 “내가 책임질게!”하고 호기를 부리는 흑기사 국가가 나타나면 제재 효과는 더 떨어지기 마련이다.

러시아 내부 상황을 분석해봐도 예상효과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가 푸틴의 1인 독재체제거나 올리가르히의 과두제 지배체제든지 러시아는 비민주주의 체제기 때문에 이 체제의 실질적인 수혜그룹인 핵심세력(essentials)은 극소수다. 러시아의 경우 이들의 이익만 보장해주면, 체제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 그저 체제전환이 불가능한 일반 국민만 고통받고 끝난다. 예를 들어 1991년 걸프 전쟁 이후 이라크는 12년간 제재를 받았는데 이때 영유아 사망자만 수십만 명이 되었다. 부족한 식량이 결국 가장 약자에겐 안 돌아간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고위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 제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들의 재산 전체를 몰수하기도 어렵고, 이들 재산이 빠져나갈 방안이 있다면 그 효과는 미지수다.

게다가 푸틴이 ‘결집 효과(rally effect)’를 활용할 수도 있다. 현재 위기를 나토의 포위와 미국의 공세로 돌리면서 푸틴에 대한 지지를 더 끌어올리는 것이다. 최근 푸틴의 정책에 실망한 러시아의 엘리트층이 러시아를 떠나는 것은 이런 동원 효과의 반작용이다. 이러면 러시아에는 푸틴 지지자만이 남을 것이다.

현실에서 경제제재가 푸틴을 멈추도록 하려면 결국 제재의 세부적인 디자인과 제재 의지가중요하다. 우선은 이번 침략을 본보기로 만들고 싶은 바이든이 러시아의 가장 아픈 곳을 얼마나 세게 찌르는지에 달린 것이다. 이렇게 제재 조치의 현실성이 높아야 다른 국가들도 동참할 것이다. 즉 미국의 리더십도 여기에 달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제재는 제재자와 피제재자 모두를 힘들게 하기에 제재 국면을 끝까지 버텨내는 자가 최종 승자다. 요즘 원유가격 폭등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래서 핵심은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국민의 의지다.

여러 가지 악재 속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 지도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CF. 지난 칼럼들을 좀 더 보기 편하게 보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만들었습니다. 주소는 blog.naver.com/heesup1990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일상이 정치”입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한국지정학연구원 원장 / 베리타스법학원전임 / 『일상이 정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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