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57)-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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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의 법과정치(257)-비서실장
  • 강신업
  • 승인 2022.04.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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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윤석열 정부 일꾼을 뽑는 작업이 한창이다. 비서실장 인선을 두고도 여러 세평이 나온다. 개중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정말 황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마평이라는 것이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받아먹고 싶은 쪽에서 흘리는 경우가 많고, 누군가 추측성으로 한 말이 여러 입을 거치며 마치 사실이나 되는 양 유통되는 경우도 많아 크게 믿을 건 못 된다. 하지만 때로는 세평 자체로 인사권자에 누가 되는 때도 있는 것이어서 자가발전형 하마평은 초기에 단도리를 칠 필요가 있다. 어쨌거나 대통령제에서 비서실장은 사실 대통령의 권력 행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 참모다. 이 때문에 그 인사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비서실장은 어떤 사람이 좋은가.

먼저 맑은 사람이다. 대통령이 자신을 비춰 볼 수 있는 사람이다. 당태종의 책사 위징(魏徵 580~643)은 평소 담력과 지략을 가져 굽힐 줄 모르고 직간(直諫)을 거듭했다. 황제의 분노를 샀지만,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위징이 죽자 당태종은“무릇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옛날로 거울을 삼으면 흥망을 알 수 있으며, 사람으로 거울을 삼으면 득실을 밝힐 수 있다. 짐은 일찍이 이 세 가지를 가져 내 허물을 막을 수 있었다. 지금 위징이 세상을 떠나니, 거울 하나를 잃어버렸도다”라고 애석해했다. 위징이 당 태종의‘거울’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말이다. 당태종이‘정관의 치’라고 하는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위징과 같은 참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만한 사람이 좋다. 외유내강형이 좋다. 강직하고 충직하되 속 깊고 인간미 있는 사람이 제격이다. 대통령은 고된 일에 시달리는 자리다. 외롭고 힘든 자리다. 때로 대통령도 기댈 수가 있어야 한다. 물론 비서실을 잡음 없이 이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 역사에서는 황희(黃喜)가 그런 사람에 해당한다. 황희는 세종대왕의 가장 신임받는 재상의 한사람으로서 세종대왕 치세 기간에 18년간 영의정 자리에 재임했다. 그가 이렇게 오랫동안 중용될 수 있었던 것은 원만한 성격과 혜안 때문이다. 사실 그는 뇌물수수, 간통, 부패 등 좋지 않은 물의를 빚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세종대왕의 신임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복직했다. 조정을 잡음 없이 원만하게 이끌어가는 능력과 국가 미래를 내다보는 정확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어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세종이 그를 신임했다.

사람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비서실장은 사실 대통령의 인사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비서실장의 일 중 많은 부분은 대통령의 인사에 관련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사 천거의 중요성은 류성룡(柳成龍)의 예에서 알 수 있다. 류성룡은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직전 군관인 이순신을 천거하여 선조가 전라도의 방어책임자로 임명하도록 하였다. 이순신은 이후 임진왜란 당시 열세였던 조선의 전세를 역전시키는 데 공을 세웠다. 이순신이 조선을 구했다면 그 공의 절반은 이순신을 천거하고 지킨 류성룡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서 참모의 인사 천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청렴한 사람이어야 한다. 비서실장은 각종 민원과 청탁이 집중되는 자리다. 자칫 구설에 휘말릴 수 있다. 청렴함이 중요한 이유다. 임진왜란 때 의주로 몽양 가는 선조를 호종하여 호성공신(扈聖功臣)에 녹훈된 이원익(李元翼) 같은 사람이면 좋다. 그는 청백리(淸白吏)의 대명사다. 그는 영의정 등 요직에 있으면서도 당론에 기울지 않고 바른길을 가고자 했을 뿐 아니라 평생 근검하고 검소한 삶을 살았다.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갖춰야 한다. 조선 시대 공납의 폐단을 없애는데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걸고 일생을 바친 김육(金堉)이 본받을만한 예다. 김육은 효종·현종 연간에 대동법의 시행을 주장, 추진하고 화폐의 보급에 힘썼던 인물이다. 사실 조선의 민생 개혁 중 으뜸이라 할 수 있는 대동법은 김육의 집념과 헌신으로 가능했다.

대통령의 성공의 많은 부분은 좋은 참모에 달렸다. 비서실장은 가장 중요한 참모다. 좋은 비서실장 인선을 기대한다.

강신업 변호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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