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학교 수강생명단 성별표기, 트랜스젠더 차별로 인권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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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학교 수강생명단 성별표기, 트랜스젠더 차별로 인권위 진정
  • 장서연
  • 승인 2022.04.07 11: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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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진정 대학교, 인권위 조사 시작되자 성별란 삭제
<strong>장서연 </strong>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대학교 수강생 명단에 성별 표기하는 것, 왜 문제가 될까요?

대학교 새 학기가 시작된, 3월 첫째 주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아직 법적 성별 정정을 하지 못한 트랜스젠더 대학생인데, 입학한 학교의 학습관리시스템에 각 강의마다 수강인원의 이름과 성별이 표기 되어 있고, 이것을 다른 학생들 모두가 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메일을 보낸 대학생은, 명단에 표기된 성별의 불일치 때문에 학교생활이 매우 난처해진 상황이라면서 이런 경우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메일을 보낸 분에게 바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당사자가 겪고 있을 당혹감과 두려움이 어떠할지 짐작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학교생활에서 혹시라도 원치 않는 아웃팅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신속하게 해결해야할 필요성이 있었고,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에서 해결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방법입니다.

공감은 피해 학생을 대리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하였습니다. 대학교의 학습관리시스템에 다른 수강생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수강생들의 개인정보인 이름, 학과, 성별이 표시된 수강생 명단을 게시하는 것, 특히 신원확인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성별을 표기하는 것은, 트랜스젠더 수강생들에 대한 차별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개인의 자기정보결정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성별표시를 삭제할 것을 권고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피진정 대학교, 인권위 조사 시작되자 수강생 명단에서 성별란 삭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사건을 온라인으로 접수하고, 그 다음날 담당 조사관 배정 문자를 받자마자, 담당 조사관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피해 학생이 아웃팅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국가인권위원회의 신속한 조사를 요청하고, 과거 유사한 사례에서도 인권위 조사 과정에서 학교 측에서 별 어려움 없이 성별란을 삭제하여 사건이 신속하게 종결되었던 사례에 대해서 설명하였습니다. 담당 조사관은 이미 학교 측에 연락을 하였다면서, 학교 측으로부터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외부업체에 관리를 맡기고 있는데 기술적 문제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조사관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해결을 부탁하였습니다. 피해 학생은 첫 수업이었던 강의에서, 커다란 화면에 성별이 표시된 수강생 명단을 띄어놓고 출석을 불렀다면서 두려움 속에서 첫 날을 보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담당 조사관과 통화한 당일 밤, 피해 학생으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학교 학습관리시스템에 들어가 보았는데, 수강생 명단에서 성별란이 삭제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접수하고, 담당 조사관의 배정 문자를 받은 날, 이틀 만에 바로 문제가 해결된 것입니다. 당사자는 이렇게 빨리 해결될 줄 몰랐다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앞으로 해당 학교에 다닐 수많은 성소수자 학생들이 커다란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고 기뻐하였습니다. 저 역시, 그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문제가 빨리 해결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였고, 당사자 분이 학교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기를 응원하였습니다.

불필요한 성별표기,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인권 침해

현재 한국의 대법원 예규에 따르면, 성별 정정이 쉽지 않습니다. 몇 년 간의 호르몬 시술을 통하여 트랜지션 과정이 상당히 진행이 되어, 본인의 성정체성에 따른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생식능력 제거수술과 외부성기 수술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성별정정 신청을 기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생활에서 당사자가 관계 맺고 사람들이 인식하는 성별과 법적 성별이 일치하지 않아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겪게 되는 불안과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법적 성별 정정의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본질적이겠지만, 그와 동시에 불필요한 성별표기들을 삭제하는 것, 큰 어려움 없이 심각한 인권 침해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입니다.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공감 뉴스레터 2022년 3월호 제공>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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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석 2022-04-07 22: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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